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감자이모 May 10. 2020

식사빵 이야기

- 토스트 편

'White or Brown?'

'Lover or Hater?'


위 두 질문에 대한 당신의 대답은? 


처음 질문은 식빵의 종류로 흰색 식빵인지, 곡물 식빵인지 묻는 것. 즐겨봤던 '핍쇼' 에서 마크가 제레미에게 물어봤던 질문이기도 하다. 두 번째 질문은 '마마이트' 스프레드에 대한 호감도를 묻는 것.


참고로 나는 Brown & Lover 다.  


갈색 식빵이 곡물이 더 첨가되었거나 정제가 덜 되어서 섬유질이 많다. 그래서 건강에 좋을 것이라는 일반적 소비자의 상식과 달리, NHS 에서는 몇 가지 불편한 진실들을 알리고 있다. 

출처: NHS 

사실 큰 차이가 없다는 것. 하지만 조금이라도 더 건강해지고 싶다는 것을 가장 편하게 먹을 수 있는 식품에 어떻게든 반영해 소비자의 심리를 달래려는 노력이 나에게도 어김없이 통하고 있다는 것을.. 그리고 이 사실을 알고서도 빵을 먹을 때 뭐라도 '곡물' 글자가 들어간 것을 고르려는 모습을 어길 수가 없는 이 강력한 믿음! 어쩔 수 없다.


한국에 있는 나는 지금도 토스트의 매력에 빠져있다. 어디서든 쉽게 구할 수 있는 샌드위치 빵을 구워서 마마이트를 바르고, 테스코에서 파는 체다치즈 한 장을 올리면 끝. 상큼한 뭔가 필요하다 싶으면 오이를 후므스에 찍어 곁들어 먹었다. 

내 사랑 마마이트..나에게도 사랑을 발라줘

유학 시절 한 친구가 나에게 '가장 대표적인 영국 음식이 뭐라고 생각해?' 라고 물어봤고, 나는 '테스코에서 구할 수 있는것들이지' 라고 대답했다. 토스트는 테스코에서 가장 빨리 고민 안하고 살 수 있는 아이템들로 조립할 수 있는 가장 영국스러운 음식이라고 아직도 생각한다. 게다가 진한 요크셔티나 테틀리 홍차에 우유를 조금 넣어 먹는 사람이라면..금방 친해질 수 있을 것 같다.


지금도 아침으로 빵을 먹는다. 


80년대생인 나와 같은 세대들 뿐만이 아닌 것 같다. 집에 가도 엄마, 아빠가 아침식사로 '양식'을 드신다. 익숙하게 계란을 부치고, 모닝빵을 데우고 커피를 내려서.. 몇 년 전만 해도 밥이었는데! 


나도 원래 밥을 많이 먹었다. 


다이어트에 대한 관심이 지대한 한국사회에서 나 또한 그 영향을 받으면서 부터였던 것 같다. '백색식품'이라는 단어가 유행하고 백색(설탕, 빵, 밥, 모든 밀가루 음식)을 먹으면 살찐다는 구호가 여자들 사이에서 특히 팽배하던 시절. 그 심플한 각인효과가 얼마나 뛰어났던지 빵은 정말 입에도 대지 않았었다. 


하지만 유럽의 다양한 빵들을 접하면서 생각이 바뀌게 됐다. 

또한, 한국에서 유난히 다이어트에 대한 공포 마케팅이 심하다는 것. 그리고 주변에서 만날 때 '살 쪘어?' 라고 물어보는 사람이 유난히 많다는 것을 깨닫고 난 뒤 나 자신을 좀 더 잘못된 정보와 인식에서 벗어나게 해주어야 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빵이 정제 탄수화물이기 때문에 곡식으로 먹을 때보다 더 많이 섭취하게 되어 비만이 되기 쉽고, 전분과 함유된 설탕 등 첨가물이 혈당을 빨리 올릴 수 있다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모든 것이 과하면 문제가 되는 법이지 적당히 즐기는 것에 대해 죄책감을 가질 필요는 없다.


오히려 이런 공포심이나 죄책감 때문에 갈수록 커지는 빵 시장에서, 다양하고 무궁무진한 빵에 대한 탐험을 할 수 있는 기회를 놓치는 것은 안타까운 일일 것이다. 


우리나라를 포함해 매일 주식을 빵으로 삼고 있는 사람들이 늘어난다는 것, 그리고 그 빵들의 탄생과정과 현재 모습을 살펴보고 즐기는 것이 차를 마시며 나눌 수 있는 이야깃거리가 될 수 있다는 점도 참 흥미롭다.


앞으로 더 즐거운 빵 이야기를 기약하며.. 




  

작가의 이전글 모르는 사람과 대화하기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