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이남지 씀

이전에 나의 꿈은 ‘다른 사람에게 도움이 되는 사람’이었다. 스스로를 이타적이라고 생각했던 나는 해외 봉사를 가고 싶었고, 적정 기술을 개발하고 싶었다. 그러다가 ‘공학이란 무엇인가’라는 책에서 ‘공학’이 사람을 편리하게 만들어주는 기술이라는 것을 알고 나서는 ‘공학자’가 되고 싶었다. 그러다가 ‘환경문제’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미세 플라스틱 문제, 기후 변화, 쓰레기 문제 등 폭넓고 다양한 환경 문제에 관심을 갖게 되었고 그 문제들을 어떻게 공학적인 기술로 해결할 수 있을까에 푹 빠져있었다.


그중에서 가장 푹 빠졌던 것은 ‘에너지 하베스팅’ 기술이었다. 인체 열이나 자동차의 폐열을 이용해서 전기를 만들어내는 열전 기술, 걸어 다니는 신발이나 지하철역 발판에 설치하면 전기를 만들어낼 수 있는 압전 기술이 대표적인 ‘에너지 하베스팅’이었다. 그렇게 대학교 입시가 다가왔을 때 나는 ‘환경공학과’와 ‘에너지신소재공학과’에 지원했고 두 학과에 모두 합격했다. 그때 당시에는 환경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마음보다 ‘에너지 하베스팅’ 기술을 연구해보고 싶다는 마음이 더 컸기에 ‘에너지신소재공학과’에 입학을 결정했다.


고3이 끝나고 원하는 학과에 합격했던 나는 앞으로 탄탄대로를 걸을 것만 같았다. 뭐든지 할 수 있었고 이제 유망한 연구원이 되어 세상을 향해 앞으로 나아갈 수 있을 것 같은 기대감에 부풀었다. 그러나 누구나에게 그렇듯 나는 여러 가지 문제에 부딪혔다.


첫 번째는 ‘에너지신소재공학과’라는 학과 이름을 가지고 있었지만 거의 ‘금속재료’에 대해서 배우는 커리큘럼이 대부분이었다. 금속 시편 하나를 가지고 사포에 4시간 정도를 폴리싱만 할 때도 있었다. 조금은 아쉬웠지만 그건 큰 문제가 되지 않았다.


두 번째는 졸업 설계의 주제였다. 그때 당시 4학년에 주제를 잡고 연구를 하고 발표하는 과목이 있었다. 사다리 타기로 랩실을 정했는데 나는 내가 원하던 ‘에너지하베스팅’ 관련 랩실에 가지 못했다. 처음에는 절망하다가 교수님께 말씀드려서 결국 랩실을 바꿨고 나는 졸업연구를 성공적으로 마쳤다.


세 번째는 대학원 진학이었다. 나는 입학하기 전에 원하던 지도교수님께 컨택을 했지만 시기가 너무 빨라서 계속해서 연락하고 지내자고 말씀하셨다. 막상 대학원 입시가 다가오고 여러 대학원에 서류를 내고 면접을 보다 보니 계속해서 메일로 연락을 하지 못하였다. 분명 나의 잘못으로 ‘에너지 하베스팅’에 대한 연구가 아닌 다른 연구 분야를 연구하게 되었다.


대학원에 입학하기 전에는 과학 기술 분야를 재미있고 알기 쉽게 설명하는 ‘과학융합강연자’를 꿈꿨다. 한국과학창의재단에서 운영하는 과학문화전문인력 양성과정에 참여해서 ‘에너지 하베스팅’에 관한 강연 자료를 준비하기도 하였다.


지금 생각해보면 처음 가졌던 ‘사람을 도와주고 싶다.’라는 마음이 참 많이 변한 것 같다. 요즘의 나는 무엇을 위해 연구를 하고 있는 것인지에 대한 생각들이 많이 들곤 한다. 그래도 해보고 싶었던 연구이기에 매일을 열심히 살아가지만, 목적성을 잃어버린 것만 같다.


시간이 지나면서 꿈은 희미해졌고, 나는 점차 이기적인 사람이 되었다. 그저 나의 행복만을 위해 달려가는 이 삶이 참 의미 없다는 생각이 들 때도 있다. 지금의 나는 세상에게 도움이 될 수 있으리라고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언젠가 내 마음에 여유가 생기고, 지금 하고 있는 분야에 대한 전문가가 된다면 그 과학기술에 대한 책을 써보고 싶다. 그 책이 세상에 나오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만약 나오게 된다면 나의 꿈이 조금이라도 이루어지는 것이 아닐까. 나는 그저 이렇게 미래에 대한 불확실함과 함께 오늘을 살아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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