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씨 일가를 통해서 보는 우리의 욕망
스타는 제도와 시스템이 만들어 낸 문화적 욕망과 이데올로기를 대리 표상한다.
리처드 다이어 (Richard Dyer), 영국의 문화 연구가
대한민국은 스타공화국이다. 누구나 SNS를 통해 자신의 개성을 뽐내고 자신과 공명하는 팬들을 만나며 스타가 될 수 있다. 스타는 집단의 욕망을 대리실현하는 존재이다. 때로는 정치인이나 사업가, 심지어 범죄자나 일반인도 스타가 되기도 한다. 나에게 없는 것을 가져서, 나에게 금지된 것을 대신해주어서, 부끄러운 모습을 보며 우월감을 느껴서. 다양한 이유로 사람들은 스타가 된다. Korea라는 이름으로 묶여있는 가깝고도 먼 나라 북한에도 스타가 있다. SNS에서 선택된 스타들과 조금은 다르지만, 오늘은 방금 막 베이징 열병식에서 화려하게 국제무대에 데뷔한 북한의 라이징 스타, 백두혈통의 김주애가 주인공이다.
북한의 유일한 스타는 김 씨 일가이다. 김 씨 일가는 북한 내에서는 국가의 보전과 국민으로서의 자부심을 상징하는 존재이지만 대외적으로는 조금 더 복합적인 욕망을 투사받는다. 북한은 국민들의 교류가 금지된 폐쇄된 사회로 SNS 시대에 미스터리한 호기심을 자아내는데, 김 씨 일가는 닫힌 세계의 창과 같은 역할을 한다. 미디어는 그들의 모습을 정치를 너머 한 편의 살아있는 드라마로 소비한다. 대중은 그들을 '최악의 독재'라 칭하면서도 밈(meme)으로 소비하며 카타르시스를 느끼기도 한다.
북한에게 김 씨 일가의 캐릭터는 세상을 향한 메시지이다. 그들의 말과 행동은 국가 내부적인 결속과 외교적인 위치를 선점하는 국가적 생존 전략과 다르지 않다. 김일성 주석은 민족을 보호하는 아버지의 역할을 수행하였고,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폐쇄된 사회에 대한 압박을 강한 힘으로 맞서내는 것으로 국가 안보를 지켰다. 현 지도자인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외교와 핵을 동시에 앞세워 국가를 수호하는 젊은 지도자의 이미지를 구축해 왔다. 그렇다면 그와 함께 등장하는 초등학생 나이인 딸 김주애는 무엇을 상징할까?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늘 강경한 지도자의 이미지를 앞세워왔다. 핵과 미사일을 통해 대외적으로 맞서며 존재감을 과시하는 모습은 국제 언론이 주목하는 북한의 전형적인 서사였다. 그런데 여기에 딸 김주애가 등장하면서 그림이 달라졌다. 2022년 9살의 나이로 ICBM 발사 현장 옆에 선 소녀는 공포와 위협의 상징이던 무기를 “우리 아이들을 지키는 방패”로 바꾸어 놓았다. 동시에 김정은은 냉혹하고 독불장군 같은 독재자가 아니라, 가족을 지키고자 하는 아버지의 모습을 새롭게 연출하였다.
그녀의 존재는 백두혈통은 건재하며 이에 북한의 미래도 안전함을 상징한다. 국무위원장의 아름다운 배우자 리설주와의 사이에서 태어난 사랑받는 딸이라는 서사를 갖는 주애는 통통하고 건강한 모습으로 처음 대중 앞에 등장하였는데, 경제적 어려움이 이어져온 북한 사회에는 오히려 희망과 번영된 미래를 시각화한 존재가 되었다. 아버지에게 총애를 받으며 백두혈통의 후계자 수업을 받고 있는 듯한 모습은, K-pop 아이돌을 준비하는 연습생이 트레이닝을 받으며 성장하는 서사와 크게 다르지 않다.
대한민국 국민들은 외부자의 입장에서 북한을 바라보지만 같은 역사와 조상을 공유하기에 글로벌 미디어의 드라마적 시선보다는 복잡한 감정을 갖는다. 북한의 위기는 곧 우리의 일이기 때문이다. 옆 나라이고, 이산가족 문제가 있고 역사적 문제가 연결되어 있다. 북한은 김 씨 일가와 주애라는 스타들을 통해 절실하게 안전과 미래에 대한 보장의 욕구를 세상에 내비친다. 남한과 북한이 마음을 연다는 것은 서로의 스타를 무너뜨리는 일이 아니다. 서로가 스타에 투사해 온 욕망을 이해하고 재통합하는 과정이다. 북한을 향한 우리의 조롱 이면에는 어떤 마음이 숨어 있는가? 결국 우리는 이 질문으로 돌아온다. 우리는 어떤 미래를 함께 만들고 싶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