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란한 금빛의 숲은 깊이 들어갈수록 요란스러워졌다. 바닥은 울퉁불퉁 제멋대로 솟구쳤고, 나무뿌리들은 뱀처럼 서로를 휘감으며 길을 가렸다. 나무다리는 몇 걸음마다 삐걱이며 어긋났고, 표지판은 서로 다른 방향을 가리키며 티격태격 싸우듯 흔들렸다.
우릴 헷갈리게 하려는 것 같아.
루니가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긴 귀를 흔들며 코코가 말했다.
“불완전한 세계라서 그런가 봐. 길도, 이정표도 완벽하지 않아.”
그 순간 두잇이 눈을 반짝였다.
“그럼 기다릴 필요 없잖아! 길이 삐뚤면 새로 내면 돼. 난 직선이 좋아!”
그는 대답을 기다리지도 않고 앞으로 달렸다. 바람을 가르며 몸을 밀어붙이는 두잇의 발소리가 숲 속의 고요함을 깨웠다.
쿵, 쿵, 쿵, 쾅!
바닥이 갈라지더니 커다란 구멍이 입을 벌렸다. 그 순간 질주하던 두잇의 몸은 허공으로 빨려 들어가기 시작했다.
“안돼! 두잇!”
루니의 목소리가 공중을 가르더니 두잇을 집어삼키던 구멍의 근처에서 정체 모를 붉은 불꽃이 튀어나왔다. 불꽃은 빨려 들어가는 두잇의 손을 잡아끌었다. 불꽃같은 존재는 두잇을 끌어올리며 소리쳤다.
더 빨리! 더 멀리! 더 크게!
“너… 누구야?”
두잇이 숨을 몰아쉬며 겁에 질린 듯 물었다.
“난 네 안의 충동이지! 늘 너를 밀어붙이고, 망설일 틈을 빼앗지. 가만히 있으면 답답하잖아! 두잇, 일단 뛰어! 뛰면서 부딪히면 돼, 깨지면 또 하면 되잖아!”
루니와 코코는 당황해 서로를 바라보았다. 불안이 루니의 마음을 형상화했다면, 이번엔 두잇의 충동이 눈앞에 나온 것이다.
“멈춰!”
루니가 소리쳤다.
“네가 이렇게 뛰어들면 우리 모두 위험해!”
하지만 충동은 미소를 지으며 다리를 휘저었다.
“위험? 위험은 재밌는 거야! 안 해 보면 알 수 없어. 그렇지? 멈추면, 네가 원하는 건 절대 얻지 못해!”
두잇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이 말은 두잇 자신의 마음이기도 했다. 실패해도 다시 달리고 싶고, 멈춰 있는 건 고통스러운 그의 본능. 하지만 조금 전 두잇은 함정에 빠질 뻔했다. 만약 코코와 루니가 없었다면, 이미 이 숲에서 삼켜졌을 것이다. 코코가 앞으로 나서며 말했다.
“충동, 네 힘은 필요해. 하지만 네가 모든 걸 끌고 가면 우리는 부서질 뿐이야.”
루니도 고개를 끄덕였다.
“우린 함께 가야 해. 계획과 준비가 필요하고, 순간의 힘도 필요해. 네가 앞서 달리면, 난 뒤에서 길을 읽을게. 코코는 균형을 맞춰줘”
숲은 잠시 고요해졌고, 적막을 깨고 두잇이 말했다.
“맞아. 나를 움직이는 힘은 충동이야. 하지만 이젠 내가 널 다스릴 거야. 너에게 끌려다니고 싶지 않아!"
두잇의 단호한 선언에 충동은 불꽃처럼 파르르 떨리더니, 두잇 가슴속으로 스며들어 사라졌다. 그 순간, 구멍 가장자리에 남아 있던 판자들이 서서히 제자리를 찾듯 맞물렸다. 완벽하지는 않았지만 건널 수 있는 다리가 만들어졌다. 세 친구는 손을 맞잡고 다리를 건넜다.
루니가 앞에서 길을 읽었고, 두잇은 추진하는 힘을 보탰다. 코코는 위태로운 순간마다 균형을 잡아줬다. 발걸음은 삐뚤었지만 서로의 보폭이 얽히며 박자가 맞아갔다. 그리고 다리 끝에 닿았을 때, 커다란 석상 하나가 모습을 드러냈다. 얼굴은 반쯤 부서져 있었고 남은 한쪽 눈만이 이들을 똑바로 응시했다. 석상의 손에는 또 다른 지도 조각이 쥐어져 있었다. 두잇이 숨을 고르며 말했다.
“만약 이번에 내가 혼자였다면, 이미 끝장나 있었을 거야. 하지만 같이 하니까 결국 해냈어.”
루니가 미소 지었다.
“충동은 위험하지만, 너의 불꽃이기도 해. 이제 그 불꽃을 다루는 법을 조금은 알았지?”
코코는 토끼 귀를 흔들며 재치 있게 덧붙였다.
“불안이 길을 멈추게 했다면, 충동은 길을 터주었어. 우린 그 사이에서 자연스럽게 마음을 움직이면 되는 거야.”
세 친구는 지도 조각을 손에 넣고 흔들리는 숲길 위를 다시 걸어 나갔다. 불완전한 길은 여전히 요란했지만, 그 속에서 서로를 향한 믿음은 더욱 단단해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