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의 안개가 점점 짙어졌다.
세 친구는 조용히 숨을 죽이며 발걸음을 옮겼다. 앞에는 깊은 협곡이 펼쳐졌고, 위쪽에 그 사이를 지나는 낡은 다리가 있었다. 나무다리는 바람이 스칠 때마다 삐걱대는 소리를 내며 조금씩 흔들렸다.
“이걸 건너야 해.”
두잇이 숨을 내쉬며 말했다.
“저 너머에 단서가 있을 거야. 난 달릴 준비가 됐어!”
하지만 루니는 다리 앞에서 발을 떼지 못했다. 손바닥은 땀으로 이미 젖었고, 심장 소리는 머릿속까지 울려 퍼졌다.
“아… 안 돼. 너무 위험해. 떨어지면… 어떻게 하지? 바로 끝이야.”
그 순간, 낮게 깔린 안갯속에서 무언가 꿈틀거렸다. 작고 떨리는 그림자가 나타나더니, 루니 곁에 바짝 붙어 섰다. 커다란 눈망울, 계속 덜덜 떠는 몸으로 루니에게 속삭였다.
“가지 마. 두려울 땐 미루면 돼. 다음에 해도 되잖아. 넌 분명 실패할 거야. 모두를 위험하게 할 거라고.”
루니는 숨을 삼켰다.
“누… 누구야?”
그 그림자가 미소 아닌 미소를 지었다.
“난 네 안에 늘 있었던 불안. 네가 잘못하지 않도록 늘 붙잡아왔지.”
두잇은 눈살을 찌푸리며 소리쳤다.
“쓸데없는 말 하지 마! 그냥 달리면 돼!”
하지만 코코가 손을 들어 막았다.
“잠깐, 두잇. 저건 루니 안의 목소리야. 방해꾼 같아도, 사실은 루니를 지키려는 마음일지도 몰라.”
루니는 눈앞의 ‘불안’을 바라보았다.
작은 그림자는 그의 다리를 붙잡으며 속삭였다.
“멈춰야 안전해. 네가 움직이면 다리도, 너도 무너질 거야.”
두잇은 다리를 건너려다 발을 헛디뎌 철근에 걸렸다.
“으악!”
순간, 루니는 반사적으로 손을 뻗었다.
“두잇!”
불안은 더 크게 소리쳤다.
“봐, 위험하다 했잖아! 네가 움직여서 이런 일이 생긴 거야!”
코코가 재빨리 다리를 붙잡으며 두잇을 끌어올렸다.
“안 돼, 루니. 네 불안을 무시하면 더 큰 위험이 와.”
루니는 숨을 몰아쉬며 불안을 정면으로 바라봤다.
“네 말이 맞아. 위험이 있다는 걸 알려준 건 고마워. 하지만 멈추라고만 하는 건 도움이 안 돼. 이제는 내가 선택해볼게. 불안아, 넌 내 안에 있어. 날 지키되, 날 대신 움직이려고 하지는 마.”
불안은 잠시 놀란 듯 루니를 보았다. 그러고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이며 안갯속으로 스며들었다. 루니는 깊게 숨을 내쉬었다. 다리가 여전히 흔들렸지만, 이제는 발을 내딛을 수 있었다. 한 발, 또 한 발. 두려움은 사라지지 않았지만, 그 위로 새로운 힘이 쌓이고 있었다.
세 친구는 서로 손을 맞잡았다. 루니가 조심스럽게 앞을 살피며 발걸음을 이끌었고, 두잇은 힘을 보태 다리를 버텼다. 코코는 재치 있게 균형을 맞추며 중간을 지켰다. 끝내 그들은 다리를 건넜다. 숲 너머에서 반짝이는 빛이 나타났다. 그리고 커다란 바위 밑, 오래된 상자가 모습을 드러냈다.
“첫 단서다!”
두잇이 환호성을 질렀다. 루니는 상자를 열며 작은 목소리로 속삭였다.
“불안했지만 괜찮았어. 이제는… 함께 걸을 수 있어.”
코코는 토끼 귀를 살랑이며 미소 지었다.
“그래, 불안은 사라지지 않아. 하지만 네가 충분히 다스릴 수 있어.”
세 친구는 상자 속 지도 한 조각을 품에 안고 서로를 바라봤다.
불완전한 마음을 안은 채, 그들은 한 걸음 더 성장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