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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지된 세계의 문

by 미미유


“여기서 시작이야! 지하 통로를 찾아서 도시 밖으로 나갈 거야.”



두잇이 손가락으로 지도를 가리켰다. 루니는 복실복실 털이 난 코코의 손을 꼭 잡으며 조심스럽게 물었다.


“이 통로가 정말 안전할까? 가도 괜찮아? 무슨 일이라도 생기면 어떻게 해?”


루니가 코코에게 하는 이야기를 들은 두잇은 눈을 반짝이며 말했다.


“안전한 모험이 어디 있어! 뛰어들어 보면서 배우는 거지.”


“루니야, 걱정마. 내가 도와줄게. 두잇, 넌 돌진만 하지 말고 내 말을 들어야 해. 알았지?”


불안한 루니를 달래 주려는듯 코코는 루니의 손을 더 단단하게 잡으며 말했다.


세 명은 지도에 나와 있는 지하 통로로 향했다. 오래된 지하 통로 입구는 그 누구의 발길도 닿지 않은 곳 같았다. 낡은 철문과 삐걱거리는 계단, 미묘하게 흔들리는 촛불. 음산한 분위기가 루니를 더 움츠리게 만들었다.


“조심… 조심…”


루니는 발걸음을 떼며 계속 중얼거렸다. 하지만 두잇은 달랐다. 함께 하는 동료가 생긴 덕분인지 평소보다 더 기운이 넘쳐 흥분하기 시작했다.


“으하하! 얘들아, 이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야! 내가 이 끝까지는 가봤는데 정말 새로운 세상이었다고.”


두잇이 돌진하자 오래된 나무 계단이 삐걱하며 무너질 듯 흔들렸다.


“으악! 두잇! 제발 좀 조심해!”


루니가 뒤로 물러나면서 균형을 잃자 두잇까지 함께 넘어질 뻔했다. 코코는 가벼운 몸을 날려 순간적으로 달려가 두 사람 사이에 끼어들었다.


“두잇, 뒤로! 루니야, 손!”


재빨리 두 손을 잡고, 토끼 귀를 바짝 세워 중심을 잡았다.


“이런 상황에서는 서로 신뢰해야 해. 두잇! 혼자 돌진하면 위험해!”


“미안, 내가 들뜬 나머지 너무 성급했나봐.”


코코가 살짝 웃으며 말했다.


“좋아, 지금부터는 각자의 장점과 약점을 이해하고 서로 도와야 해. 우린 한 팀이 되었을 때 강해질 수 있어.”


셋은 다시 통로 끝을 향해 발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좁은 통로를 지나고, 어두운 벽 틈을 살피며, 미로처럼 얽힌 지하 길을 탐험했다. 루니는 코코의 안내에 따라 조심스럽게 움직였고, 두잇은 코코의 지혜로운 지시에 따라 흥분하기 보단 길을 찾아 안내했다.


통로 끝에 다달았을 때, 오래된 벽돌 틈에서 반짝이는 것을 발견했다.


“얘들아, 이거야! 완벽주의 도시와 불완전한 세계를 연결한는 문!”


두잇이 소리쳤다.


"이게 문이라고? 벽돌로 꽉 막혀 있는데 어떻게 열 수 있다는 거야?"

루니는 손끝으로 벽돌 틈으로 새어 나오는 빛줄기를 만지며 물었다.


"내가 예전에 아버지랑 시장님이 하는 이야기를 들었었는데, 불완전이 모여 완전이 된다고 했어. 사실 이 완벽주의 도시에는 모두가 완벽해. 불완전이라는 게 존재하지 않지. 그래서 몇몇 사람들이 여길 찾아왔지만 문을 열 수는 없었어. 당연히 나 혼자서도 왔을때도 열 방법이 없었지."


코코는 토끼 귀를 살랑이며 말했다.


"불완전이 모여 완전이 된다고?"


"맞아. 사실 지금도 무슨 말인지 잘 이해되지는 않아. 스스로 불완전 하다고 인정하는 사람이 이 도시에는 없거든. 그런데 어떻게 불완전이 모일 수 있는지 잘 모르겠어. 잠깐만, 그러고보니 루니 너는 겁이 많잖아. 두려워서 새로운 일을 시도하는 게 어렵잖아. 코코는 지혜롭지만 인간이 아니고 말야."


"왜 인간이어야만 완전하다고 생각하는 거야? 사람이 불완전한 존재란걸 모르는구나? 쳇."


"하하, 코코 삐진거야? 토라지니까 더 귀여운데?"


"잠깐. 우리는 서로 불완전하니까 우리가 모인 자체가 완전한 상태 될 수 있지 않을까?"


"우리가 합치면 완전해진다고? 그럼 우리가 문을 열 수 있는거야?"


"우리 셋이 함께 이 벽을 밀어보자. 혹시 모르잖아. 문이 열릴지도 몰라."

세 친구는 서로의 뜻을 확인한듯 바라보며 끄덕였다. 그리고는 서로의 손을 잡고 새어 나오는 빛을 향해 벽돌 문을 밀어보았다.완


'툭. 투둑. 덜컹.'


셋이 맞잡은 손 사이로 벽돌 사이 흙이 쏟아지더니 벽이 조금씩 밀리기 시작했다.


완벽주의 도시의 규칙과 벽을 넘어 자유를 향한 첫 발걸음을 내딛는 순간이다.


밀려진 벽돌 문 사이로 금빛 숲이 펼쳐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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