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서 와! 내가 보여줄 게 있어.”
두잇은 시계탑 광장 뒤 모퉁이를 휙 돌아섰다.
루니는 불안한 듯 살랑거리는 코코의 긴 귀를 들어 올리며 속삭였다.
"우리 뒤따라가도 괜찮을까?"
"일단 가보자!"
루니는 망설이며 두잇의 뒤를 따랐다.
마치 도시의 규칙을 몰래 어기는 것 같은 발걸음 같아 두려웠다. 루니의 심장은 거침없이 뛰기 시작했다. 두잇의 뒤를 쫓아가다 발길이 멈춘 곳은 좁고 어두운 골목 끝이었다. 그곳에는 녹슨 철문이 있었다. 지나가는 사람이 없는지 두리번거리던 두잇은 익숙한 손놀림으로 철문의 자물쇠를 돌렸다.
끼익—
문이 열리자 낡은 창고 같은 공간이 드러났다. 안에는 조금 전 두잇이 타고 있었던 날개랑 비슷한 장치들과 절반만 완성된 시계가 있었다. 도시 지도를 덮은 종이 조각들도 어지럽게 흩어져 있었다. 그리고 가장 눈에 들어오는 것은 벽에 써진 커다란 글씨였다.
탈출 계획 – 실패는 연습이다!
어리둥절한 상태로 주변을 둘러보고 있는 루니와 코코에게 두잇은 자랑스럽게 두 팔을 벌렸다.
“환영해! 여기는 내 비밀 아지트야! 실패한 것들로 가득하긴 하지만…
다음에는 꼭 성공할 거라고 믿어. 처음부터 잘하는 사람은 없잖아? 그리고 이제 너희가 나타났어!”
코코는 눈을 반짝이며 말했다.
“흠… 이렇게 실패를 모아두는 사람은 처음 봐. 하지만 이상하게 진심이 느껴진다.”
"이것들은 그동안 내가 이 도시 밖을 나가기 위해 시도한 흔적들이야."
조용히 주변만 살피며 눈치 보던 루니가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왜 그렇게 도시 밖을 나가려고 애쓰는 거야? 이 도시는 그러면 안 되잖아. 규칙을 따라야지."
"완벽주의씨는 이 도시의 시장이야. 아버지는 그분의 오래된 보좌관이지. 하루는 두 분의 이야기를 우연히 들었어. 그리고는 놀라운 사실을 알았지. 나는 태어나서 이 도시 밖을 벗어나 본 적이 없어. 그런데 도시 밖에는 또 다른 세상이 있다 하더라고. 불완전한 세상이라고 했는데, 그곳에 무엇이 있는지 궁금해졌어."
"불완전한 세상?"
"응. 완벽주의 도시랑은 다른 곳이라고 했어. 그곳을 사람들이 알게 되면 안 된다는 말도 했지. 사실 나는 이 도시가 너무 갑갑해. 여기 사람들은 실수할까 봐 두려워 어떤 것도 시도할 생각을 하지 않거든. 완벽하지 않으면 시작조차 하지 않는다고. 도시 밖으로 나가보고 싶어."
"하지만 그건 불법 아니야? 아까 네가 아버지에게 하는 말을 들었어. 아버지 명예에 누를 끼치는 일 없도록 한다고 했잖아."
"그건... 어쩔 수 없었어. 아버지를 실망시켜 드리고 싶진 않아."
두잇과 루니의 대화를 듣고 있던 코코가 불쑥 끼어들며 말했다.
"두잇, 실망시키고 싶지 않다고 하기엔 이 창고 안은 온통 반항의 흔적들인걸?"
"맞아. 사실 나도 내가 진짜 원하는 게 뭔지 아직 잘 모르겠어. 그래서 일단 시도해 보는 거야. 이것저것 하다 보면 진짜 내가 원하는 것을 찾을 수 있을 것 같아서. 그동안 함께할 친구를 찾지 못했어. 이곳 사람들은 해야 할 이유보다 하지 않아야 할 이유를 늘어놓기 바빠. 관심은 오로지 단속 로봇의 눈을 어떻게 피할지에만 있어. 불완전한 세상에 꼭 한 번 가보고 싶어. 눈치 보지 않아도 되고, 익숙하지 않아도 할 수 있는 곳이라고 들었거든. 시장님과 아버지는 그곳에서 사람들이 자유로워질까 봐 두려워하고 계셨어. 자유로움이 뭔지 나도 한번 느끼고 싶어."
"자... 자유로움?"
루니는 여전히 낯선 공간에서 발을 떼지 못한 채 서 있었다. 그리고 가슴속에 두려움과 설렘이 동시에 꿈틀거리기 시작했다.
댕! 댕! 댕!
완벽주의 도시의 거대한 시계탑 종이 세 번 울리자, 작은 희망으로 꿈틀거리던 루니 마음은 순간적으로 무겁게 내려앉았다. 완벽주의씨의 차가운 미소가 눈앞에 아른거렸다.
“이 도시에서 살아남으려면, 단 하나의 규칙만 지켜.
흠 없는 완벽함. 그것뿐이야.”
완벽주의씨의 말이 귓가에 맴돌며 루니는 숨이 막히는 듯했다. 그때 두잇이 갑자기 손뼉을 치며 말했다.
“우리 함께 이 도시의 밖으로 나가보자. 완벽주의의 굴레에서 도망치고 싶어. 도와줘. 진짜 나다운 길을 찾고 싶다고."
루니는 고개를 숙이고 자신 없게 말했다.
“하지만… 내가 제대로 할 수 있을까?
그때 코코가 토끼 귀를 살랑거리며 다가왔다.
“괜찮아, 루니야. 중요한 건 완벽하게 하는 게 아니야. 네가 움직이기 시작하면 이미 충분히 큰 첫걸음이야.”
두잇은 두 주먹을 번쩍 들며 외쳤다.
“좋아! 그럼 이제 우리 팀이 된 거다!”
루니는 여전히 두려웠다. 하지만 코코와 두잇의 눈빛을 보자 가슴속에서 뜨거운 무언가가 올라오는 것 같았다.
“알았어… 함께 해볼게.”
루니의 작은 용기에 코코는 환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좋아. 이제 시작이야. 두잇, 넌 실행하는 에너지가 있지만 루니는 아직 긴장 상태야. 나랑 함께 루니를 이끌어줘야 해.”
두잇은 씩 웃으며 말했다.
“좋아! 걱정 마. 난 일단 뛰어들면서 배울 거야! 실수가 있더라도 배우는 거라고 생각해”
계획이라도 한 듯 세 친구는 서로의 손을 맞잡았다.
완벽하지 않아도, 조금 어설퍼도 괜찮았다.
완벽주의 도시의 가장 미덕이라 불리는 '계획' 조차도 준비되지 않았다. 단지 세 개의 마음이 하나의 발걸음으로 엮여 도시 밖 모험이 시작될 준비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