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실패해도 되나요?

by 미미유

루니와 코코 앞으로 곤두박질 한 소년은 멋쩍은듯 일어섰다. 루니 품에 안겨 있던 코코가 눈을 동그랗게 뜨며 물었다.


“너, 대체 뭘 한 거야?”


머리를 긁적이며 웃던 소년은 번쩍 고개를 들더니 두리번거린다.


“쉿! 비밀 프로젝트! 이 도시 밖으로 나가는 길을 찾는 중이야.”


그는 망가진 날개를 툭툭 치며 말했다.


“근데 또 실패했네. 실패는 늘 내 친구라니까, 하하!”


도시 밖으로 나가는 길을 찾는다는 말에 루니와 코코는 서로를 쳐다보았다. ‘도시 밖으로…?’


루니의 마음속에 작게 물결이 일었다. 숨막히는 완벽주의 도시에서 탈출할 방법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기대감때문이다. 그때 멀리서 웅장한 발소리가 들려왔다. 소년은 긴장한듯 눈빛이 바로 달라지더니 등을 꼿꼿이 세웠다. 이윽고 발소리는 가까워졌고 소년은 긴장한 목소리로 누군가에게 인사를 했다.


“아, 아버지…”


완벽주의씨의 보좌관인 그의 아버지가 지나가다 소년을 발견한 것이다.


"두잇. 여기서 뭘 하고 있는게냐?"


소년은 고개를 숙이며 얌전하게 중얼거렸다.


“네, 아버지. 오늘도 실패하지 않는 삶을 살기위해 세상의 규칙을 찾아 보고 있었습니다."


"실수는 절대 안된다. 늘 긴장해라."


"알겠습니다. 아버지 명예에 누가 되는 일 없도록 명심하겠습니다."


소년의 아버지인 시장의 보좌관이 떠나자마자 두잇은 껑충 뛰어올랐다.


“휴, 들킬 뻔했네! 사실 난 이런 거 못 참거든. 이 도시 정말 답답해서 숨이 막혀!

계획만 하고, 기준만 따지고, 조금이라도 틀리면 다 잘못됐다고 하고…”


그는 주저앉아 헐떡거리듯 말하다 문득 루니와 코코를 바라보았다.


“너희도 그렇지 않아? 방금 표정 보니까…너희는 이 도시 사람들 하고 달라. 너희도 느끼고 있는거지?

답답하다고 느낀 거잖아. 그렇지?"


코코는 토끼 귀를 살랑거리며 미소 지었다.


“흥, 눈치가 빠르네. 너, 만만치 않은 녀석이구나.”


두잇은 씩 웃으며 손을 내밀었다.


“나 혼자서는 늘 실패했어. 그렇다고 함께 할 친구도 없었지. 이 도시에는 순응하고 따르는 사람만 있거든.

그런데 너희들은 그동안 만났던 사람들과는 다른 느낌이야. 도시 밖으로 나가는 길, 같이 찾아볼래? 너희랑 함께라면 다를지도 몰라. 참! 내 소개를 했나? 내 이름은 두잇이야."


'도시 밖? 두잇?'


루니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그리고 가슴속에서 희망의 작은 불꽃이 ‘툭’ 하고 튀어 올랐다.


“얘들아, 어서 와! 내가 보여줄 게 있어.”


두잇은 루니와 두잇을 데리고 광장 모퉁이까지 빠른 걸음을 재촉하며 걸어갔다. 코코가 축 쳐진 긴 귀를 살랑 흔들며 루니에게 속삭였다.


“또 무슨 말썽을 보여주려는 걸까?”


루니는 망설이며 두잇의 뒤를 따랐다. 마치 도시의 규칙을 몰래 어기는 것 같은 발걸음이었다. 루니는 기대감과 불안감이 동시에 느껴져 평소보다 심장은 콩콩 더 뛰기 시작했다.


한참을 걸어가자 좁고 어두운 골목 끝, 녹슨 철문이 나타났다. 두잇은 익숙한 손놀림으로 자물쇠를 돌렸다.


끼익—


문이 열리자 낡은 창고 같은 공간이 드러났다. 안에는 부서진 날개 장치, 절반만 완성된 시계, 도시 지도를 덮은 종이 조각들이 어지럽게 흩어져 있었다. 그리고 유독 벽에 있는 커다란 글씨가 눈에 들어왔다.


“탈출 계획 – 실패는 연습이다!”



keyword
이전 03화계획보다 중요한 동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