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하루, 계획대로 진행되었습니까?”
질문이 벼락처럼 떨어졌다. 루니는 숨을 삼켰다. 어제 먹은 삼겹살이 식도를 타고 올라오는 것만 같았기 때문이다. 완벽주의씨의 눈빛은 매끄럽고 반짝였지만, 그 안은 얼음처럼 차가웠다.
루니의 머릿속에서 어제 하려다가 미뤄놓은 일들이 떠오르기 시작했다. 생각해 보니 제대로 된 계획조차 세우지 못했다는 걸 깨달았다.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안절부절 제대로 서 있지 못하는 그때. 머릿속이 복잡해서 아무 말로 못하던 찰나, 푹신한 작은 그림자가 툭 튀어나왔다.
“킥킥! 시장님, 질문이 참 어려워요.”
축 쳐진 길쭉한 귀를 살랑살랑 흔들며, 회색 털이 반짝이는 토끼 인형이다. 바로 코코였다.
“계획이란 게 꼭 종이에 적힌 것만 계획은 아니지 않나요? 오늘 무사히 여기까지 온 것도 계획대로예요.
자, 보세요. 숨도 잘 쉬고, 눈도 반짝이고 있잖아요?”
코코는 까르르 웃더니 루니 앞으로 쏙 나섰다. 마치 오래된 친구가 앞을 가로막아 주듯, 작은 팔을 활짝 벌려 완벽주의씨와 루니 사이에 섰다. 완벽주의씨는 눈썹을 찌푸렸다.
“흠… 인형 따위가 감히 말을?”
“인형이라뇨? 저는 코코예요. 루니의 비밀 가이드, 아주 오래된 동행자랍니다!”
코코는 장난스럽게 윙크하며 인사했다.
“그리고 사실… 시장님도 알고 계시잖아요? 완벽하지 않아도 살아갈 수 있다는 걸.”
그 순간, 완벽주의씨의 눈빛이 흔들렸다. 그는 약점을 들키지 않으려는듯 곧 옅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흠.. 오늘은 넘어가 드리죠. 하지만 조심하세요. 완벽하지 못한 자는 이 도시에 오래 머물 수 없습니다.”
완벽주의씨의 발자국 소리가 멀어지자, 루니는 겨우 숨을 내쉴 수 있었다.
“코… 코코야. 네가 아니었으면 난—”
“쉿! 괜찮아, 루니.”
코코는 미루니의 손을 꼭 잡았다.
“넌 혼자가 아니야. 나도 같이 있잖아. 이 도시가 아무리 까다롭더라도 우린 방법을 찾을수 있을거야.”
코코의 따뜻한 말 한마디에 루니의 가슴속 얼음이 녹아내리는 듯했다. 어렸을 때부터 루니는 코코와 함께 있으면 두려운 마음이 작아지곤 했다. 속상할 때 코코를 안고 있으면 위로가 되었고, 낯선 곳에서도 코코와 함께 가면 이유모를 자신감이 생겼다. 굳어 있던 루니의 입술 끝이 아주 작게 올라갔다.
코코의 손을 꼭 잡고 안도하는 마음을 가지는 것도 잠시, 멀리서 소리가 들렸다.
쿵!
쾅!
시계탑 뒤에서 폭죽 같은 소리가 터졌다. 화들짝 놀란 루니는 코코를 힘껏 끌어 안았다. 이윽고 연기가 피어오르더니 기묘한 날개 장치를 등에 멘 소년이 루니와 코코 앞에 떨어졌다. 옷은 찢어져 있고 머리는 온통 잿더미로 엉망이 된 모습이었다.
“아이고, 또 추락했네! 분명 이번엔 하늘을 날 수 있을 줄 알았는데 말야.”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