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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벽주의의 최후

by 미미유


저기! 완벽주의 도시 시청 중앙홀이야.




두잇의 목소리가 떨렸다. 홀 한가운데 금빛 구조물이 심장처럼 진동하고 있었다.

쿵— 쿵— 쿵—


“저게 완벽주의의 심장이야.”


바로 그때, 중앙홀의 천장이 찢어지듯 갈라졌다. 검은 구름이 쏟아지듯 내려앉더니 그 속에서 한 사람이 걸어 나왔다. 완벽주의씨였다.


“너희가 이 도시의 질서를 어지럽혔다.”


그의 목소리가 천정에 부딪혀 울렸다.


“이 도시는 완벽해야 해. 더럽혀진 도시를 모조리 쓸어버리겠어.”


그가 손을 들자 공기 중의 빛이 응축되었다. 조각들이 서로 달라붙어 거대한 칼날을 만들었다. 바로 세 친구들을 쓸어버릴 기세인 완벽주의씨에게 루니가 용기 있게 한 발 나섰다.


“당신은 질서를 세운 게 아니라 사람들을 가두고 억누르려고 했어.”


순간 표효하던 완벽주의씨가 멈칫했다. 그리고는 루니에게 시선을 고정시킨 채 눈을 번쩍이며 말했다.


“사람들에게 자유를 주면 무너진다. 세상에 혼란만 남게 돼!”


“아니요! 자유가 있어야 진짜 살아 있는 거예요.”


공간이 폭발하듯 흔들리더니 심장의 박동이 빨라지기 시작했다.


쿵쿵쿵 쿵쿵—


금빛 입자들이 폭죽처럼 터지며 회오리를 만들었다. 두잇이 몸을 던져 루니를 감쌌고, 코코가 귀 끝으로 바람을 읽었다.


“왼쪽으로! 지금이야!”


세 사람의 움직임이 하나의 몸짓으로 리듬감 있게 엮였다. 불안이 길을 읽고, 충동이 돌파했고, 지혜가 그 틈을 봉했다. 공기 중의 파편들이 한 점으로 수렴하며 회전했고, 셋은 심장의 중심으로 달려 들어갔다. 그 안에는 거대한 수정 덩어리가 있었는데, 사람들의 웃음, 눈물, 실패, 사랑이 갇혀 있었다. 모두 숨조차 쉬지 못한 채 멈춰 있었다.


“감정을 봉인해 돌처럼 만들었나 봐.”


완벽주의씨가 외쳤다.


“그 감정들은 병이야! 갇둬야 도시가 산다!”


루니는 수정에 손을 얹었다.


“이건 병이 아니라 살아 있는 증거예요.”


수정의 표면에 금이 가더니 빛이 새어 나왔다. 새어 나온 빛은 순식간에 폭발해 도시 전체를 흔들었다.


“멈춰! 틈이 생기면 모든 게 무너진다고!”


완벽주의씨의 목소리가 금속처럼 떨렸다.


틈이 생겨야 빛도 들어와요.
이 세상에 완벽한 것은 없어요!



루니의 말과 동시에 수정이 폭발하더니 억눌린 감정들이 폭포처럼 쏟아져내렸다. 사람들의 기억이 공기 중을 떠돌며 도시의 하늘을 하나, 둘 밝히기 시작했다.


© Gabriel Oliveira, 출처 OGQ



그때 불빛 속에서 두잇이 무언가를 발견했다. 시청의 무너진 기둥 아래 금속 잔해에 발이 묶인 사람.

바로 아버지였다.


“아버지! 어서 여기서 나와요!”


낑낑거리며 아버지를 잔해 더미에서 끌어내려는 두잇에게 보좌관은 고개를 저었다.


“두잇. 먼저 가라. 이건 내가 만든 틀이야. 내 손으로 끝내야 한다.”


“싫어요!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아요! 아버지도, 이 도시도, 모두 다!”


아버지는 미소를 지었다.


“그래…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다는 그 말을 듣고 싶었지.”


그의 시선이 완벽주의씨를 향했다.



이제 그만하시지요.
당신이 만든 질서, 제가 닫겠습니다.




완벽주의씨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안돼! 멈추면 모두 무너져!”


“무너져야 다시 시작할 수 있습니다.”


말이 끝남과 동시에 두잇의 아버지가 심장으로 몸을 던졌다. 거대한 진동이 일더니 마치 울부짖는 것처럼 심장이 요동쳤다. 쿵— 쿵— 쿵—


“아버지!!!”


두잇의 목소리가 회오리에 삼켜졌다. 심장으로 뛰어들려는 두잇을 루니가 세게 붙잡았다.


“두잇, 완벽이 아니라 아버지는 너를 지킨 거야.”


빛이 폭발하며 도시 전체가 흔들리더니 심장이 부서지고 완벽주의씨의 형체는 금속 조각처럼 흩어져 날아갔다. 그의 마지막 말이 공기 중에 먼저처럼 남아 떠돌았다.


“… 이제 불완전함이 세상을 삼키겠군.”


완벽주의에 질린 듯 루니가 완벽주의씨 마지막 말을 받아쳤다.


“아니요! 세상을 품을 거예요.”



© Jongjin Seok, 출처 OGQ



시간이 멈춘 듯 세상이 잠시 고요해지더니 커다란 폭발음과 함께 모든 게 하얗게 사라졌다. 유일하게 세 친구만이 서로의 손을 붙잡고 잔해 속에 꿋꿋이 서 있었다. 두잇은 오랫동안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의 눈가에서 뜨거운 눈물만 흘러내리고 있었다.


“아버지는… 결국 나 대신 세상을 깨뜨렸네.”


코코가 긴 귀를 살랑이며 조용히 다가와 답했다.


“그건 끝이 아니라, 아버지의 선택이야. 당신이 자유로워지길 바란 선택.”


루니는 고개를 들었다. 하늘은 금속빛이 아니라 흐린 구름과 빛이 뒤섞인 색이었다.


“이건 새벽이야. 완벽이 무너졌으니 이제 불완전함이 숨을 쉬는 새 세상이 시작되겠지.”


두잇은 눈을 감고 고개를 끄덕였다.


“… 그래. 아버지처럼 나도 멈추지 않겠어.”


눈물을 닦으며 각오를 다지는 두잇의 어깨를 루니와 코코가 꼭 안아 주었다. 그들의 발밑엔 흙이, 흙 위엔 새싹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무너진 도시는 더 이상 차갑지 않았다. 늘 완벽주의 앞에 불안했던 마음은 길을 밝히고, 충동은 불을 지폈으며, 지혜는 그 불을 조용히 이끌어 줄 것이다.


이날, 완벽주의 도시는 사라졌다. 하지만 그 폐허 위에 불완전함을 품은 첫 세계는 이제 자라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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