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벽주의 도시 전체가 흔들렸다. 불완전한 세계에서 터져 나온 빛과 파편이 도시 벽을 덮쳤다. 반듯했던 건물들은 기울고 거리에선 사람들이 혼비백산이 되어 달아나기 시작했다. 완벽주의 도시는 더 이상 ‘완벽’을 유지할 수 없었다.
“지금이야, 저 안쪽으로!”
루니가 외쳤다. 세 친구는 무너지는 건물 사이를 지나 시청의 중심부로 달려갔다. 시청의 입구에서 마주한 것은 두잇의 아버지였다. 검은 제복을 단정히 입은 그는 여전히 꼿꼿했다. 그러나 눈빛엔 피로와 불안이 서려 있었다.
“아.. 아버지…”
두잇의 목소리가 갈라졌다.
“아버지! 이제 그만해요. 도시는 이미 무너지고 있어요. 감정과 실패를 버려서 세운 탑은 오래 버틸 수 없어요!”
아버지는 고개를 저었다.
“두잇, 너는 몰라. 도시가 무너지면 사람들은 길을 잃어. 감정은 혼란이고, 실패는 병이야. 나는 네가 그런 것에 삼켜지지 않게 하기 위해 여기에 선 거다.”
두잇이 소리쳤다.
“아니야! 난 언제나 삼켜져 있었어! 내 안의 충동 때문에 실수하고, 그럴 때마다 아빠는 날 더 세게 붙잡았지. 하지만 이제 알았어요. 충동이 있어도 괜찮아. 실패해도 괜찮다고요! 난 그걸로 길을 찾을 수 있단 말이에요!”
루니가 한 발 앞으로 나섰다.
“보좌관님, 완벽주의씨의 명령에 따라 이 세계를 가둔 게 아니라 사실은 두려웠던 거죠? ‘불완전함을 허용하면 모든 게 무너진다’는 두려움 때문에.”
보좌관의 눈동자가 순간 흔들렸다. 그러나 곧 이를 악물며 다시 도시에 등을 기댔다.
“아무리 그래도 나는 물러설 수 없다. 이 질서가 무너지면, 아무도 남지 않아. 너희도 결국 삼켜질 거다.”
그 순간, 시청의 큰 기둥 벽이 갈라졌다. 저편에서 완벽주의씨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보좌관! 아직 버틸 수 있다. 감정을 제거하라!”
보좌관의 시선이 흔들렸다. 두잇 쪽을 보고 다시 도시 쪽을 보며 양쪽 사이에서 손이 떨렸다. 두잇은 깊게 숨을 들이마셨다.
“아버지, 완벽한 아버지 아니어도 돼. 실패해도, 흔들려도… 그냥 내 아버지이면 된다고요.”
그 말에 보좌관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잠시 후, 그는 무너져 내리는 기둥을 손으로 붙잡으며 세 친구 앞길을 열었다.
“가라. 너희가 옳은지, 내가 옳은지는 끝까지 지켜보겠다. 두잇, 반드시 살아남아야 한다."
"아버지! 같이 가요. 여기 있으면 위험하다고요!"
"나는 아직 해야 할 일이 남았다. 어서 가거라. 어서!"
코코는 깡충 뛰어올라 두잇을 손을 잡고 재촉했다.
"두잇, 우리 찾아야 할 게 있잖아. 일단 가자. 더 있으면 위험해!"
코코와 루니의 손에 이끌려 두잇은 떠밀리듯 흔들리는 복도를 달려 나갔다. 그리고 뒤에서 들려오는 아버지의 목소리는 더 이상 차갑지 않았다.
“내 아들아.... 꼭 살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