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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음 Dec 05. 2022

클라푸티

다른 이름을 두려워하지 않는 디저트



클라푸티

프랑스의 달콤한 빵이에요.

사실 빵이라고 할 수도 없어요.

밀가루는 조금밖에 들어가지 않거든요.


부침개가 자리를 옮기면

지짐이가 되는 것처럼
  

클라푸티도 자리마다 이름이 달라요.

빠브르통이라고도 

플랑이라고도 하죠.


<만드는 법>

계란 4개가 필요해요.
 설탕 100그램 앞뒤로 원하는 만큼 넣어요.
 밀가루 80그램. 
 버터 80그램.
 생크림 250그램
  바닐라 
 리큐르
 180~200도/45분


귀좀 빌려줘요.

사실 이 레시피는 대외용이에요.

나는 살짝 다른 레시피를 가지고 있어요.


사람들은 맛을 보고 나면 궁금해하죠.

너는 왜 맛있지.

뭐가 들어갔길래 남들과는 다른 맛을 내는 거지.

있는 그대로 즐기면 죄책감이 드나 봐요.

모르는 척 즐기는 건 고수나 할 수 있죠.

꼬치꼬치 캐묻고 알고 싶어 하죠.


맛만 그런 건 아니에요.

사람도 뒤집어보고 싶어 하죠.

뭐하시던 분인가요.

저울에 올려놓고 싶어 해요.

저울이 흔들리다가 어느 한쪽이 처진다 싶으면 

우리 관계는 끝이에요.


마음을 저울에 올려놨다가

흔들거리는 바람에

제대로 재어보지도 못하고

섞어버린 적이 있었지요.


어찌나 후회가 되던지.

그 이후로 요동치는 무게는 달지 않아요.


지금 손 끝의 흔들림을 봐요.

머랭은 쉽지 않아요. 

생각처럼 움직이지 않아요.


거짓말을 증오한다는 그 거짓말을 끝까지 모른 척했다면 

나는 행복했을까요.

무게를 미처 재보기도 전에 화들짝 말문을 닫은 이유는

자신을 용서할 수 없어서였나요.


진실에 다가가지도 못한 채

되돌아 나온 나는

클라푸티 반죽을 계량할 때마다

그때의 암담함을 재어 봅니다.


참 이상하지요.

잊지 않고 기억하려고 해도

매번 계량할 때마다

양이 줄어들어요.


조금씩 새어 나가는 기억을

지금의 분주함으로 대신합니다.


그때 좋아하던 클라푸티는

클라푸티든 플랑이든 빠브르통이든

다른 이름으로 불려지기를 두려워하지 않는

멋진 디저트가 되었어요.


빵도 아닌,

푸딩도 아닌,

본질은 그대로인

클라푸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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