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사를 준비하는 나에게>
처음에 이 책을 시작할 때에는 책의 제목에서 '퇴사'에 좀 더 주목해 읽기 시작했다. 퇴사에 대한 고민 때문에 책을 집어 든 것이기도 하고, 그동안 퇴사 이후 쉼 없이 즉시 이직만을 해왔기에 진정으로 '퇴사 이후'를 어떻게 준비해야 할지를 1도 몰랐기 때문이다. 그런 시간을 가져본 적이 애초에 없었고, 그런 시간이 길어지면 큰일이 나는 줄 알았으니까. 하지만 일이 나의 삶의 너무 큰 부분을 차지하게 되고 내가 현재 몸담고 있는 업종의 성격이 '나'를 대변하고 있다는 생각이 드니 위기감이 들었다. 일에 내가 잠식당하고 있구나. 그전에 나는 내 발로 이 곳을 빠져나오기는 해야 할 것 같다. 그런데 어떻게 해야 하지? 무언가 구체적인 방법이, 비책이 있을 것만 같은 책 제목이다. 일단 '퇴사'만이 눈에 들어왔다. 정말 나에게 도움이 될만한 이야기를 해주는 책일까?
책을 읽기 전에는 새로운 직업을 찾기 위한 구체적인 '준비' 활동이 일목요연하게 정리되어 있는 줄 알았다. 사실 이 책은 그런 수단으로써의 구체적인 방법은 하나도 나와있지 않다. 이 책은 어떻게 보면 '쉬어보는 것' , '나를 제대로 들여다보는 것'에 많은 초점이 맞춰져 있다. 그래서 어떻게 보면 이 책은 회사 일에 매달리느라 나 자신을 돌보는 것에 소홀했던 나를 다시 내 앞으로 되돌려 놓을 수 있는 방법들을 하나하나 설명하는 책이라고 할 수 있다. 그렇게 돌보다 보면 퇴사 이후 다음의 직업을, 내가 가야만 하는 길이 보일 것이기 때문이다. 이게 무슨 아닌 밤중에 홍두깨 같은, 뜬 구름 잡는 말인가 싶을 것이다. 하지만 책을 읽다 보면 이게 왜 뜬구름이 아니라, 내 마음의 소리에 귀 기울일 수 있는 방법이 되는지를 알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이 책은 '워크북'의 형태를 띠고 있어서, 책을 읽으며 실제로 나에 대해 글을 써보고 회고하는 시간을 가지면 참 좋을 것 같다.
감정 사용 설명서를 써본다.
건강을 우선한다
고독과 친해진다
나를 편하게 하는 친구를 만난다
거절을 잘하는 사람이 된다
퇴사 이후의 삶은(나는 이것이 반드시 '삶'으로 이야기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어느 하나 같을 사람이 없을 것이다. 퇴사 이후 비슷한 업종으로 이직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며, 잠시 휴식기를 거칠 사람도 있을 것이다. 혹은 완벽하게 일이나 직업이라고 할 수는 없어도 그 비슷한 형태로서의 일을 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아니면 이 모든 것들을 머릿속에 가득 채우기만 한채 무언가 애매하면서도 불확실한 나날들을 살 수도 있을 것이다. 아무튼간에 그동안 익숙해진 일과 회사가 내 삶에서 지워지고, 새로운 빈 공간이 생기는 것은 맞을 것이다. <퇴사를 준비하는 나에게>는 이렇게 비워진 공간을 어떻게 새롭게 채워야 하는지, 그리고 그 공간의 주제와 목적은 바로 내가 되어야 하는 점을 이야기하고 있다. 되게 뻔하고 원론적인 이야기를 하는 것 같지만, 우리가 회사에 충성하고 회사의 부품이 되기 위해 태어난 것이 아니고 내 삶을 내가 행복하고 잘 살기 위해 태어난 것이기 때문에 어쩌면 당연한 이야기를 그냥 당연하게 하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나에게'로 끝나는 이 책의 제목은 그래서 참 잘 지은 것 같다. 퇴사를 준비하는 나에게 좀 더 행복해지기 위한, 한걸음 내딛기 위한 이야기를 친절하게 해 준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