뿌옇던 삶이 맑아 질수 있는지 정말 몰랐다.
과거의 내 인생은 마치 흙탕물 같았다.인생이 진창 같이 엄청 나빴다는 뜻은 아니었다. 그냥 모든 게 뒤섞여서 뿌옇고, 어디로 가야 할지 보이지 않았다는 의미로의 흙탕물이다.
무엇을 해야 할지 몰랐다. 막막했다.모든 일들이 뒤섞여서 그저 복잡하기만 했다. 내가 어디로 가고 있는지, 무엇을 해야 할지 도통 알 수 없었다. 혼란인지도 모르고 정신 없이 허우적대던 때, 문득 아프리카 설화를 바탕으로 한 *<하마의 눈알 찾기>*라는 동화가 떠올랐다. 이 책은 어린이에게 종종 읽어주곤 했는데, 잊을 수 없을 정도로 내게 큰 인상을 남겼다.
이 이야기 속에서 이상하지만 하마는 어쩌다 눈알을 잃어버리게 된다. 그런 세계관인가보다. 하마는 눈알을 찾으려고 안절부절못하며 여기저기를 뒤졌지만, 그럴수록 물은 점점 더 흙탕물이 된다. 결국 눈알을 찾을 수 없을 정도였다. 한쪽 눈으로 여기저기 우당탕탕 눈알을 찾으러 다니는 하마. 상황이 심각해질수록 하마는 더 불안해하고, 물은 더욱 뿌옇게 변할 뿐이었다.
그때 하마의 친구가 조언을 해준다. "마음을 가라앉히고 기다려 봐." 그 말을 들은 하마는 천천히 마음을 진정시키고 가만히 물이 맑아지길 기다렸다. 그러자 점차 흙탕물이 가라앉고, 마침내 하마는 잃어버린 눈알을 찾게 된다.
나도 내 상황이 하마와 다르지 않다고 느꼈다. 머릿속이 복잡하고 마음이 초조할수록, 더 많은 것이 보이지 않았다. 아무것도 못하면서 조급한 상태였는데다가, 그 상태가 영원할 것 같은 기분까지 들었다, 그래서그렇게 마음을 가라앉히고 기다릴줄도 몰랐고, 안 후에도 쉽지 않았다. 잃어버린 내 정신을 영영 찾지 못할까 봐 조바심만 커지고, 그러면 그럴수록 마음은 점점 더 흐려졌다.
결국, 나는 화학적인 방법을 선택했다. 어떤 약을 먹고 난 후, 마치 과학 실험처럼 내 안의 물이 맑아지길 기다릴 수 있는 인내심이 생겼다.콘서타가 내게 촉매 역할을 해주었다. 평범한 사람들은 ‘노력하면 된다’고 쉽게 말하지만, 나에겐 그게 그렇게 간단하지 않았다. 그래서 그런 사람들을 보면 가끔은 부럽기도 했다.
내 안의 물이 서서히 맑아지기 시작했다. 그러자 그동안 보이지 않던 것들이 하나둘씩 보이기 시작했다. 모든 문제를 해결해야만 하는 건 아니었다. 그리고 중요한 일과 덜 중요한 일이 조금씩 구분 되었다. 게다가 그저 인식하는 것만으로도 많은 것이 변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나는 그전까지 맑아본 적이 없어서, 그것이 얼마나 중요한지조차 몰랐다.
물론 여전히 작은 난동에도 내 안의 물은 금방 흐려졌다. 하지만 이제 나는 안다. 시간이 지나면 다시 맑아질 거라는 걸. 물이 맑아지면 세상이 더 명확하게 보이고, 그때는 적어도 내가 어디로 가야 할지 알 수 있게 된다. 그것만으로도 내 삶의 많은 부분들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흙탕물을 맑게 하는 또 다른 방법. 나는 이 이야기도 정말 좋아한다.
https://www.youtube.com/shorts/l7Rb8Diq5Mc?app=desk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