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실수를 감당하는건 결국 나다.
스스로에게 짜증나. 화나.
약을 먹기 시작한 요즘은 이런 생각이 좀 덜하다. 그렇지만 ADHD라는 걸 알게 된 순간부터 얼마나 스스로에게 화가 났는지 모른다. 왜 남들처럼 할 수 없는 거냐고 자책했다. 호르몬이 덜 나오는 병은 정말 귀찮기 짝이 없었다.
뭘 잃어버리거나, 지하철을 거꾸로 타거나, 물건을 두고 올 때마다 스스로가 한심하게 느껴졌다. 그리고 그런 실수들로 따라오는 부수적인 일들은 더없이 귀찮았다.
요즘 사람들은 지갑을 잘 안 들고 다니지만, 그래도 카드 한 장쯤은 챙기지 않나? 그런데 나는 그 카드를 얼마나 자주 잃어버렸는지 모른다. 잃어버린지도 모르는 수많은 물건들은 또 어떨까? 거기까지는 생각하기 싫다.
카드 재발급은 쉽다면 쉬운 일이다. 하지만 주민등록증 인증을 해야 하고, 카드 배송원과 연락도 해야 하며, 간편결제도 새로 등록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아이폰을 쓰는 나는 삼성페이가 부러웠다. 보통 사람들은 폰은 들고 다니잖아? 물론 나는 폰도 가끔 두고 다니지만.
회사에서 역까지 걸어왔는데, 카드도 돈도 없을 때는 정말 난감하다. 모르는 사람의 의심 어린 눈초리를 받으면서 이렇게 말한다. “제가 카드를 안 가져와서 그런데, 계좌 이체 해드릴 테니 3천 원만 빌려주실 수 있을까요?”
사이렌 오더로 커피를 미리 주문할 때도 실수를 한다. 이 지점인지 알고 다른 지점으로 주문해 놓고, '왜 안 나오지?' 하고 한없이 기다리다가 결국 다른 지점인 걸 깨달을 때의 절망감이란! 1~2km 떨어진 다른 곳으로 찾으러 가야 한다. 덥거나 추운 날, 시간도 없는데 멀리 걸어가야 할 때는 스스로가 너무 밉고 한심하게 느껴졌다.
그럴 때마다 '또 이래… 나 뭐 하는 거지?'라고 자책했다.
하지만 어쩔 수 없었다. ADHD인 사람은 챙길 게 많고, 헤매는 시간도 많다. 이걸 해야 할지, 저걸 해야 할지 고민하다가 지하철을 거꾸로 타고, 길도 헤맸다. 짐까지 많다면 상황은 더 최악이었다. 그럴 때마다 속으로 나훈아의 노래를 읊조리며 자조했다. "내가 왜 이러는지 몰라~ 도대체 왜 이런지 몰라~"
기운 빠져 택시를 얼마나 많이 탔는지 모른다. 화가 나서 충동적으로 돈을 쓴 일도 많았다. 이것은 분명 멍청비용이었다. 특히, 돈을 아끼려고 머리를 굴리다가 더 크게 실수했을 때의 절망감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사실, 내 인생이 힘들어서 이 정도 비용은 치를 수 있다고 생각할 때도 있다. 하지만 또 한편으로는 돈도 벌어야 하지 않나 싶다. ADHD임을 알고 난 후, 실수할 때마다 스스로에게 화가 날 때가 많았다. 누구나 할 수 있는 실수일 수도 있지만, 괜히 주눅이 들고 억울한 마음이 든다. 특히 기운이 빠진 날에는 실수가 더 잦아져서,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속상함이 더해진다. 그 위에 비용까지 들다 보니, 아깝고 억울한 마음이 한층 커진다.
하지만 이제는 그런 나 자신을 조금씩 받아들이려고 한다. ADHD로 인해 생긴 실수들에 너무 얽매이지 않으려 하고, 힘든 날일수록 나 자신에게 더 관대해지려고 한다.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다. 실수는 누구나 하는 것이니까. 멀쩡한 사람도 바쁘면 지갑도 두고 오고, 카드도 잃어버리더라구. 나보단 적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