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사람들과 대화를 나누다 보면 한 가지 공통된 이야기가 빠지지 않는다. 바로 “바쁨”이다. “요즘 너무 바빠서”라는 말은 마치 인사처럼 자주 들린다.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보면, 우리는 언제부터 이렇게 바쁨을 자랑처럼 여겼을까? 바쁘다는 것은 정말 자랑할 만한 일일까?
과거에는 바쁨이란 곧 생계를 유지하기 위한 노동을 의미했다. 하지만 현대 사회에서는 바쁨이 단순한 생계의 문제가 아니라, 성공과 능력을 상징하는 지표로 여겨진다. 바쁜 사람은 ‘할 일이 많다’, ‘필요한 사람이다’, ‘가치가 있다’라는 인식을 준다. 그래서 우리는 스스로를 바쁘게 만들어야만 인정받는다는 강박에 사로잡혀 있는 것은 아닐까?
바쁨은 생산성과 효율성을 높여주기도 하지만, 동시에 우리를 소진시킬 위험이 있다. 과도한 업무와 일정 속에서 우리는 자신의 진짜 욕구와 감정을 무시하며 살아가곤 한다. “바쁘다”는 말 뒤에 숨겨진 것은 때로는 불안감이나 인정받고자 하는 욕구일지도 모른다. 혹은 ‘쉬고 있다’는 사실이 게으름이나 실패로 여겨질까 봐 두려운 마음일 수도 있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바쁨을 넘어 진정한 삶의 균형을 찾을 수 있을까? 우선, 바쁨의 이유를 스스로에게 물어봐야 한다. 내가 지금 바쁜 이유는 무엇인가? 이 바쁨이 정말 나에게 가치 있는가? 단순히 외부의 기준에 맞추기 위해서 바쁘게 사는 것은 아닌가?
또한, 여유를 가지는 것을 부끄러워하지 말아야 한다. 여유는 게으름이 아니라, 스스로를 돌보고 진짜 중요한 것에 집중할 수 있는 힘이다. 누군가 “요즘 어떻게 지내세요?”라고 물었을 때, “요즘은 좀 한가해서 좋아요”라고 말할 수 있는 용기를 가져보자. 그 속에 담긴 자신감과 여유야말로 현대인이 가장 필요로 하는 가치일지 모른다.
결국, 바쁨은 삶의 목적이 아니다. 우리가 바쁜 삶 속에서도 잊지 말아야 할 것은, 무엇을 위해 바쁘게 살고 있는지를 끊임없이 고민하는 것이다. 바쁨의 이면을 직시할 때, 우리는 진정으로 풍요로운 삶에 한 걸음 더 가까워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