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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로 쓰는 앎Arm
Oct 11. 2024
하루하루 엉망으로 살고 있다는 기분이 들어 문득 고개를 들어 바라보면 그렇지 않다는 사실에 위안받길 반복한다. 술담배는 일절 않고 새벽같이 일어나 씻고 준비하고 나와서 일하고 저녁 먹고 운동하고 들어가 씻고 잔다. 일하는 시간이 긴 걸 빼면 다 괜찮다. 나는 규칙적 삶을 좋아한다. 그러니까, 다른 건 플렉서블할지라도 아침에 씻고 준비할 시간과 저녁에 씻을 시간이 확보되면 그걸로 된다. 유흥을 좋아하지 않고 혼자 있는 걸 제일 좋아하니 그 시간이 제일 좋다. 세상엔 이런 삶도 있다. 아마 드러나지 않았을 뿐이지 나처럼 사는 이가 많을 거라고 생각한다. 쓸데없는 인간사를 좋아하지 않고 그냥 자족하는 삶에 만족하는 사람들 말이다.
집엔 음식도 사두지 않는다. 먹는 걸 좋아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먹는 건 내게 연료일뿐이다. 과하면 탈이 난다. 밸런스는 또 얼마나 금방 무너지는지. 뭐든 담백한 게 좋다.
근데 세상엔 너무 못된 사람이 많은 것 같다.
그냥 그런 생각이 든다.
정말 못된 사람이 많다는 생각이 든다.
그 생각을 지우기 어렵다.
그런 이들의 표적이 되지 않기 위해 어디든 가지 않는다.
쓸데없는 모임이란 질색이다.
드라마를 찾아다니는 이들은 말하기 어려울 정도로 역겹다.
자꾸 이렇게 쓰는 건 그런 치들의 행동에 상처받지 말자고 나를 지키기 위해서다.
자꾸 주절거리는 게 더 멍청해보이는 것 같긴 한데, 모르겠다.
누가 와서 구해주길 바라는데, 그 '누가'는 결국 5분 뒤 10분 뒤의 나, 내일의 나라는 걸 알아서, 잘 지키고 싶을 뿐이다.
사실 많이 힘들다.
그냥 담백하게 쓰면서 털어내려 한다.
많이 힘든 것 같다.
돌아가고 싶다.
그런 마음을 쓰면서 지운다.
돌아가고 싶은 곳도 없으니 다행이라 생각하면서 그냥 꾸역꾸역 살 뿐이다.
감사하며 살겠다고 하면 자꾸 시련을 주시면서 이래도 감사할래?라는 게 이어지는 것만 같아서, 말하기 조심스럽다.
네 그냥 꾸역꾸역 살고 있습니다.
꾸역꾸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