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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oe Jul 16. 2019

왜 그로스 해킹이었나?

기획과 마케팅과 데이터의 중간 그 어디쯤


 그로스 해킹이란?

 미국에서 스타트업이 한창 부흥하기 시작할 때부터 나온 개념인데, 단어 뜻을 그대로 풀이하자면 서비스가 성장하는 것의 비밀을 알아낸다(해킹)는 뜻이다. 보통 하나의 IT 스타트업을 키우기 위해서는 마케팅 비용이 굉장히 많이 들어가는데, 아무리 좋은 서비스를 만들어도 사람들에게 그것을 알리고 사용하게 까지 하는 과정에서 여러 가지 마케팅 채널을 활용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로스 해킹을 처음 알게 된 것은 2015년 봄이었다. 잘 다니던 학부를 휴학하고 열심히 서비스를 키우려던 스타트업을 다닐 때 창업가로 유명했던 김동신 씨가 학교 강의에서 소개해주셔서 우연히 접했던 개념이 그로스 해킹이었다. 라이언 홀리데이라는 아메리칸 어패럴의 걸출한 마케터가 인터넷에 공유했던 PDF 파일을 열심히 번역하며 읽고 공부했었다. (국내에는 고영혁 씨가 이를 번역한 책이 나와있다.)


 일반적인 마케팅 방법론이 아닌 퍼널 기반의 사고를 통해, 제품을 변형하여, 폭발적인 성장을 이끌어 내는 사례로 그로스 해킹은 소개되고 있었다. 돈도 얼마 없는 스타트업에서 돈도 안 쓰고 마케팅 효과를 폭발적으로 누릴 수 있다고 하니 얼마나 좋은가. 직무 명도 멋있었고 SQL을 가지고 데이터를 뽑아내는 재미를 느끼던 때라, 이것 한번 해보겠다고 회사에서 맨땅에 계란 치기를 했던 적이 있다.


 지금 와서 돌이켜보면 부끄러운데, 그때는 데이터가 중요하다는 말도 많이 듣고 가설을 세워서 이걸 검증해봐야 한다는 것도 말로는 들어 익숙했는데 정작 어떻게 실행해야 할지 몰라 그때그때 생각나는 아이디어들을 적용해보는 데에 그쳤던 것 같다. 심지어, 데이터로 검증하는 과정도 매우 주먹구구 방식이었는데 A/B 테스트를 하는데 같은 기간 동안 랜덤 하게 노출시켰던 것이 아니라 각각 다른 기간에 A안과 B 안을 별도로 노출시켜 효과를 확인하려 했던 기억이 난다. 




 졸업을 해야 할 것 같아 학교로 돌아가고, 다시 사회로 나와 이 회사 저 회사 전전하다 예전 같은 스타트업에 데이터 분석 직무로 일을 하러 오게 되었다. 그로스 해킹이라는 직무는 아무래도 한국에서 잘 알려져 있지 않고 뽑는 거의 곳도 없을 뿐만 아니라 스타트업이 아닌 회사에서 적용하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데이터 분석으로 포커스를 돌려서 경험을 쌓으려고 노력한 뒤였다.


 우연하게 다시 그로스 해킹과 관련하여 구글링 해보니 여러 스타트업에서 그로스 해킹과 관련하여 활발한 적용이 이루어지고 있었고, 적용한 경험기에 대해 활발한 공유가 이루어지고 있어 놀랐다. 이에 예전과 다르게 방법론과 같은 것들도 많이 공유가 되고 있었고 무엇보다 해외의 선진 사례를 이끌고 있는 션 엘리스의 책과 영상 자료가 많이 나와 있는 상태였다. 이에 그로스 해킹을 지금 하고 있는 데이터 분석과 연결할 수 있는 방법이 없을지 이런저런 자료를 다시 보기 시작했다.


 하나의 의지

 최근에는 거버넌스에 대한 이야기들이 많이 이루어지고 있다. 그로스 해킹의 대부 션 엘리스의 Hacking Growth에서도 조직 내의 거버넌스(의사결정체계)에 대해 가장 먼저 다룬다. 이 부분에 크게 공감을 했는데, 그로스 해킹의 특성상 여러 직군의 분야를 침범하는 소위 밥그릇 침공 사례가 많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기획부서가 애써 만들어 둔 제품을 변형하고 테스트해보려 살짝 비틀기도 하고, 마케팅 부서의 업무 분야에 끼어들어 푸시 메시지로 테스트를 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여러 기존의 부서들로부터 눈칫밥을 먹을 수밖에 없는데 그렇기 때문에 조직의 임원의 직속 부서로 관리되어야만 이러한 부서 간 파워 게임에서 무사히 팀의 역할을 보호할 수 있다는 이야기를 하고 있다.


 스타트업의 장점 중 하나는 유연한 업무체계다. 소규모의 다윗과 같은 사람들이 대규모의 골리앗에게 도전해서 이기려 할 때에는 유연함과 속도가 가장 중요한 것 같다. 그로스 해킹은 어떻게 보면 그런 중요함을 담은 하나의 의지를 표현하는 단어가 아닐까 싶다. 기존의 대규모 기업이 이미 너무 많이 쌓여있는 레거시들 때문에 하나의 결정을 내리는 데에도 시간이 오래 걸리는 틈을 비집고 들어가 빠른 결정과 실험으로 범 직군/부서적인 행동들을 이끌어내자는 구호와 같아 보인다.



 실험의 속도

 '그로스 해킹'을 키워드로 검색하다 보면 접하게 되는 사례들은 매우 놀랍다. 가입 버튼의 문구를 바꾸었더니 N%의 가입 전환율이 올랐다거나, 이메일의 맨 뒤에 P.S I Love You를 달았더니 갑자기 서비스가 J커브를 그리면서 성장해버렸다던지 하는 이야기들이 그것이다. 


 하지만 이런 사례들은 행간을 조심해서 읽어야 할 필요가 있다. 마치 고등학교 때 풀던 수학 문제집의 답지를 보면 처음부터 이렇게 깔끔하게 풀었을 것처럼 완벽하게 수식이 정리가 되어 있다. 이러한 사례들을 접해보아도 그렇다. 어떻게 이렇게 완벽하게 성장의 핵심 부분을 잘 건드려서 지표를 폭발시킬 수 있었을까? 하는 의구심이 들게 만든다. 

 잘 생각해보면, 이렇게 완벽하게 처음부터 했을 리는 없을 것 같다. 수학 문제를 풀 때 지우개로 몇 번 씩이나 지우면서 문제를 풀었듯이, 수많은 실험을 반복해 나가면서 이러한 결과를 얻었을 것이라 생각하는 것이 더욱 자연스럽다. 헬스케어 스타트업 Noom에서 그로스 해킹을 하셨던 정성영 씨의 글을 살펴보아도 그로스 해킹에서 중요한 것은 "유효한 실험의 양"이라는 것을 볼 수 있다.


 이러한 것을 가능하게 하는 것은 주기적인 '시스템'인 것 같다. 예전에 머리에 번뜩 번뜩 떠오르는 아이디어들만 가지고 실험을 하려고 '시도' 했던 것들은 지속성을 담보할 수 없고 실험의 양을 확보하기에 힘들었다. 가수 윤종신 씨가 스스로에게 한 달에 한 곡씩은 의무적으로 꼭 쓰자고 약속했던 월간 윤종신이나 아무리 글이 안 써지더라도 하루에 원고지 한 장 이상은 꼭 쓰자고 스스로에게 약속하셨던 소설가 박경리 선생님처럼, 성장을 위한 가설 아이디어도 의무적으로 기간을 두고 뽑아내는 과정이 필요해 보인다.

 



 다행히 지금 있는 팀의 규모는 매우 작고 사람들은 모두 열려있는 편이다. 팀제로 운영되고 있지 않으니 서로 간의 밥그릇 이슈 없이 그로스 이터레이션을 운영하기에 좋은 환경이라는 생각이 든다. 앞으로 이 매거진에서는 많은 분들이 앞서 고민해주신 아티클들을 토대로 눈에 땀이 나는 그로스 해킹을 적용해 나가는 경험담에 대해서 적어나가게 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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