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주제는 "데이터를 공부하는 방법"이 아닌 실제 데이터 분석을 한다면 "어떤 관점으로 바라보아야 할까?"에 대한 주제에 더 가깝습니다. 서비스를 이용하는 고객 데이터를 바라보는 프레임은 정말 많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쉽고, 그래서 널리 활용되는 퍼널 분석의 AARRR 프레임에 대해 다루고 넘어가고자 합니다.
Funnel 분석이란?
우리 입으로 들어온 유산균이 장까지 가는 동안 계속해서 사라지는 것처럼, 서비스에 들어온 유져들도 처음 우리 서비스에 접속을 한 이후로 계속해서 떠나간다. 사실 서비스를 만든 사람 입장에서는, 사람들이 들어와서 회원가입도 좀 해주고 돈도 좀 써주고 친구들한테도 좀 알려주었으면 얼마나 좋을까 싶다. 하지만 이용자들은 언제나 내 마음과 같지 않기 때문에.. 여기서 서비스를 만든 사람들이 가장 궁금한 부분은 "아니 도대체 이 좋은 서비스를 두고 왜 그냥 떠나는 거야?!" 일 것이다.
그들의 마음을 알기 위해서 이 기획자 부류의 사람들이 여러 가지 방법을 고민해왔는데, 그중 하나가 바로 Funnel(깔때기) 분석이다. 유져들이 우리 서비스에 들어온 시점부터, 서비스를 나가는 시점까지를 구간에 대한 데이터를 분석하여 그들이 나가는 시점과 이유를 밝히는 것이다.
역삼각형의 깔때기 모양이 아래로 갈수록 매우 좁아지는 것처럼, 유져들도 웹페이지를 보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점점 흥미를 잃고 우리 서비스를 나가버린다. 여기서 유져들이 나가는 시점은 동일하지 않고 일정 부분에 몰려 있을 수도 있는데, 그렇다면 그 부분이 어디인지를 집중적으로 관찰해본다면 왜 사람들이 거기서 나가는지에 대한 실마리를 얻을 수 있다는 전개가 가능하다. 보통은 이 사람들이 나가는 것의 비율을 "이탈률"이라고 부르고 이 이탈률이 높은 시점을 집중해서 분석하고 개선하려는 노력의 과정을 Funnel 분석이라고 보통 부른다.
AARRR이란?
Funnel이라는 개념이 정말 단순히 시간의 흐름에 따라 이용자가 들어오고 나가는 것을 의미했다면, 그 흐름 속에서 유져들이 아주 중요하고도 고마운 일을 해준 시점을 집어서 다시 한번 프레임으로 만든 개념이 AARRR이다. 500 Start-ups라는 미국의 유명한 엑셀러레이터의 백인 아저씨 데이터 맥클루어가 만든 개념인데 꽤나 직관적이어서 한번 이해하면 쉽게 까먹지 않는다. 영어가 부담스럽지 않은 분들은 아래 영상을 가볍게 보시는 것도 좋겠고 그렇지 않더라도 아래에서 설명을 읽고 무리 없이 이해가 되도록 돕고자 한다.
앞서 말한 Funnel 구간 중, 유져님께서 서비스에 첫 방문(Acquisition)을 하거나 아님 고맙게도 회원가입(Activation)을 해주시거나 무려 첫 구매(Revenue)를 해주시거나 혹은 재구매(Retention)를 한 뒤에 친구들에게 입소문까지 내주는(Referral) 이 5가지 사건은 가히 일대 혁명이라고 할 수 있다.
첫 방문(Acquisition)
첫 회원가입 (Activation)
첫 구매 (Revenue)
재 구매 (Retention)
친구들한테 소개 (Referral)
아래로 갈수록 점점 줄어드는 유산균들
그래서 그럴까 데이브 맥클루어 아저씨가 이 5가지 사건의 앞 글자 이니셜을 따서 만든 퍼널 프레임이 바로 AARRR이다. 퍼널의 구간을 5가지로 나누어, 해당 단계의 "이탈률"을 체크하고 유독 이탈률이 높은 구간을 선정하여 자원이 한정된 스타트업에게 가장 중요한 부분에 집중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프레임인 것이다.
보통은 AARRR의 단계 중 앞선 단계들에서 유져의 이탈이 많이 일어난다면, 뒤쪽의 지표들이 좋을 수가 없다. 그도 그럴게 사람들이 회원가입을 안 하는데 구매를 할리가 없고, 첫 구매가 안 일어났는데 재구매라던지 친구 소개가 일어나는 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보통은 스타트업 내에 AARRR 프레임을 빌려 KPI를 세팅한 경우 앞단의 지표 개선이 선행되어야 한다. (회원가입 버튼을 크게 한다던지, 좀 더 서비스 노출을 늘린다던지 하는 것들)
집중할 곳을 정했다면, 개선안을 A, B, C... Z까지 만들어서 진짜 최종일 거야라는 마음으로 여러 가지 안을 시도해보며 이 지표들을 체크하는 일종의 실험을 하게 되는데, 이 과정을 보통 "A/B 테스트"라고 부른다. A안과 B 안을 유져들에게 차례로 보여주며 반응을 체크해보고 둘 중 이탈률이 낮거나 혹은 선정된 어떤 지표가 더 나은 안을 선택하여 서비스에 심는 일련의 과정을 의미한다.
사례
조금만 더 들어가서 이 개념들에 조금 더 익숙해지면 드는 질문이 하나 있는데, 바로 "AARRR 중 어떤 사건이 가장 중요할까?"이다. 당연히 정답은 없지만, 내가 있던 서비스팀에서 지표를 다루던 시점에 얻은 결론은 Revenue 였다.
Acquisition은 그 당시 여러 가지 외부 마케팅 테스트를 통해 한 명을 데려오는 데에 드는 비용(Cost Per Click, CPC라고 부른다) 은 최적화가 된 채널을 찾은 상태였고, Activation 쪽은 내부 UX팀에 의해서 어느 정도 최적화가 되어있었기 때문이다. 그렇다는 건 투자를 받아 펀드레이징만 문제가 없으면 돈을 태워서 두 지표를 올리는 데에는 문제가 없었다고 판단했다.
또 내부 구매 데이터를 들여다보니 어느 정도 첫 구매를 한 유져의 경우에는 재구매로 이어지는 비율이 꽤 높다는 결론을 얻었기 때문에, 결국 Revenue를 만들 수만 있다면 Retention은 어느 정도 확보되고 있구나(=우리 서비스가 일단 안 써봐서 그렇지 돈 내고 쓰면 그래도 또 쓰긴 하는구나) 정도의 결론을 얻을 수 있었다.
위의 사례를 통해 얘기하고 싶었던 것은, 해당 지표를 도입하려는 팀이 어떤 단계에 있는지를 파악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는 것이다. 만약 서비스가 이제 막 시작한 팀이었다면 Revenue가 중요한 지표가 되기 힘들 것이기 때문이다. 이제 막 시작했다면 당장 접속자 수를 늘리고, 회원가입을 늘리고 하는 작업이 선행되는 것이 일반적으로는 더 중요할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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