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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V피플 Apr 01. 2017

일.상.다.반.사.

롤러코스터 2집에 드러난 삶의 거리두기 방식.


롤러코스터의 음악 치고는 꽤 낯선 트랙이었다.

2000년에 발매된 롤러코스터 2집 수록곡 '일상다반사'


아니, 낯설기보다는 가만히 있다가 한 방의 훅을

먹은 기분이었다.

일상의 거리두기를 주종목으로 하던

롤러코스터의 노래가, 그들의 현실 중에서도 가장

일상적인 순간들을 포착하면서

삶을 껴안듯 노래를 풀어갔기 때문이다.



주로, 헤어진 인연에 대한 상실감과

지극히 개인적인 일상의 공백김을

그루브한 에시드 재즈로 풀어가던 롤러코스터의 음악은

늘 그래왔듯이 무언가 하루키의 '상실의 시대'를 읽듯이

현실에서 한 발짝, 아니 한 다섯 발자욱은 거리를 두고,

바라보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기 때문이다.


현실을 관조하는 느낌이랄까,,

내 인생이지만 내 인생이 아닌 것만 같은,

내 현실이지만 제 3자의 입장에서

최대한 객관화 시키려는 듯,,



그게 과거의 나를 잊고,,

아니면 잊을 순 없을 지라도 최대한 그 상실의 슬픔을,

현실에서 보듬는 형태로서는

최적화된 심리구조라는 듯이,,

그렇게 인생을 바라보는 것 또한

가장 나다운 형태라는 것을 반증하듯이,,


그들의 노래를 듣고 있자면,


그렇게 우리의 인생은
디태치먼트(detachment)적
무관심이면 되는 것만 같았다.
디태치먼트란 사회에 대해 무관심하거나
도피하려는 자세의
인생 기조라고 볼 수 있다.



그래서 '일상다반사'란 곡은 역설적으로 의미가 있다.

1집의 '회전목마'와도 같은 맥락에서

오늘에 대한 접근을 좀 더 직접적인 일상에 맞물려

시도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일종의 커미트먼트(commitment)와도
같다. 커미트먼트란 사회에 대해,
꼭 사회까지 가지 않아도
일상에 대해서
적극적으로 관계를 맺으려는 자세를 말한다.



비디오 가게에서 몇 년전 놓쳤었던

옛날 영화를 발견한 기분,

슈퍼에서 우유사고 나와 버스 정류장 앞에서

붕어빵을 살까 말까 망설이는 사이

붕어빵 아저씨와 벌어지는 밀당,

너를 만나는 것 자체가

너무나 일상에 행복을 가져다준다는 담백한 일상고백.

이러한 가사적 통찰력은 다시 들어도 유쾌하다.



그리고, 그러한 일상의 거리두기와 다가가기를

반복하는 것은 우리가 사는 삶의

하루하루인것만 같다..

그러한 거리두기 속에선 일상에 대한 깨달음이 있다..


삶이 주는 암시가 있다.. 이는 일종의
하루키 소설 맥락의 아포리즘과 닮았다.
아포리즘은 깊은 체험적 진리를 간결하고
압축된 형태로 나타낸 것을 말한다.  


무엇이 정답이라 할 수는 없지만,

건강한 맥락에서 삶의 거리두기(디테치먼트)와

다가가기(어태치먼트)를

반복하는 과정에서 깨달음(아포리즘)이 있다.



그래서 우리의 일상은 그리 대단할 건 없지만

꽤나 메타포적이고,

나에게 있어서 만큼은 더 할 나위 없이 특별하다.  


그래서 난 롤러코스터 2집의 '일상다반사'가

특별하다고 보는 건지도..

다음과 같은 가사를 보면, 위의 세 가지 맥락이

정확하게 녹아들어 있다.

조원선, 지누, 이상순의 조합은 어쩌면 이 모든 걸 이해하고서 그룹을 결성한 것만 같다.




"그래도 생각해보면 난 참,

가끔은 힘들기도 하지만,

가만히 생각해보면 난 참 행복해.."

    - 롤러코스터 2집 '일상다반사'中,



p.s. 문득 그들의 노래가 그립다.

세 명 다 천재적이라고 할 수 밖에 없는 사운드와

가사의 조합,,

말할 수 없는 놀라운 그루브함..

삶의 독백과 사뿐한 읇조림..

2006년 디지털 싱글 '유행가'를 끝으로 활동을

접은 지 10년이 되었지만,

언젠가 그들이 다시 음악을 들려주리라 기대해 본다.


그리고 이 글을 읽는 당신도 주말이 된 오늘,

삶의 디테치먼트, 어태치먼트, 아포리즘이

아주 마음껏 가능한 일상이기를,,




->-> LINK : 롤러코스터 2집 '일상다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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