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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V피플 May 22. 2016

일요일 오후만 되면 움추린 당신, 언제쯤이면?

‘얽매임’과 ‘몰입’에 관한 단상


매번 똑같은 하루하루가 반복된다고 생각하는 순간, 일상은 그대로 흘러가기 마련이다. 현실 인식에 관한 차이가 삶 자체를 변하게 만든다는 단순한 진리는 우리 삶에 있어 지금도 적용된다.

같은 상황이라도 어떻게 인식하느냐에 따라 때론 ‘얽매임’이 되고, ‘몰입’이 되는 신기한 일상의 마법. 그 마법에 대해 같이 생각해 보자.

아주 쉽게 접근해 보자. ‘얽매인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내 자신의 의지와 달리 상황이나 주변사람에 의해 이끌리며, 원하지 않는 방향으로 흘러간다는 것을 말한다. 사전적인, 혹은 철학적인 정의를 내리고자 담론을 펼치는 것이 아니므로 일단 ‘부정적이고 자율성이 결여된 얽매임’만을 한정하도록 한다.



‘몰입한다’는 건, 내가 기본적으로 의도하고 꿈꾸는 대로 흘러간다는 것을 전제로 주어진 상황이나 과제에 순순히 빠져든다는 것으로 한정해보자. 게임에 빠져든다, 모임에 빠져든다, 공부나 취미에 빠져든다. 무엇이든 좋다.

우리는 살면서 ‘얽매임’과 ‘몰입’을 반복한다. 내 의지대로 되는 것 같기도 하지만, 많은 변수가 일상에 존재하므로 큰 흐름은 나와 무관한 무언가에 의해 좌우되는 것만 같다. 하지만 여기서 큰 생각의 오류가 발생한다는 것. 눈치 챘는가?

왜냐하면, 몰입해도 내가 몰입하는 것이고, 얽매여도 내가 얽매이는 것이기 때문이다. 아무리 다른 사람을 탓하고 상황을 나무란다고 해도 행동과 생각의 저 너머엔 ‘나’라는 본연의 자아가 팔짱을 끼고 여유롭게 나를 응시하고 있다. 그 사실을 인정하는 것에서부터 삶의 변화가 시작된다.




조금 방향을 바꾸어 생각해 보자. 무엇 때문에 우린 이렇게 세상의 풍파에 휘둘리는가? 세세한 감정과 그 날의 컨디션이 나를 바꾸는가. 아니면 그럴듯한 사람들의 감언이설로 인해 발걸음을 정처 없이 옮기는가. 무언가 막연히 보이는 것 같은 꿈의 파편들이 나를 설레게 하고 쥐락펴락하는가. 물론 부분적으로는 맞는 말이지만, 큰 틀에서는 상황을 아우르지 못한다.

(거듭 말하지만, 이 글을 쓰게 된 건 무언가 나누어 보고자 함이지, 삶을 관통하는 핵심 논리를 완성하기 위함이 아니다. 그냥 편하게 읽으면 된다.)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첫째, ‘우린 남의 시선에 너무 많은 기대치와 가중치를 부여한다.’

남이 바라보기에 좋은 사람, 성공한 사람, 따뜻한 사람, 현명한 사람, 배려가 넘치는 사람. 그러한 기대치를 따라가다 보면, 남이 보기엔 좋은 사람이 될 지 모르나, 내 본연의 나는 지금의 나를 점점 싫어하게 된다. 부정하고 싶지만 이미 쌓아온 이미지도 있고 하니 다시 돌아가긴 어려울 것만 같다. 거절하고 싶은 상황에서 거절하지 못하면, 당신은 언제까지고 남의 시선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그렇게 해서 얻은 실제 자신과 동떨어진 ‘또 다른 그럴듯한 자신’. 살면서 얼마나 의미가 있을까.




점점 허무해 질 뿐이다. 남이 나의 변형된 모습을 좋아하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그네들의 상황대로 유리하게 무언가 전개되기 때문에 나의 행동을 한껏 부추기며 그럴 듯한 평가를 내놓는 경우도 적지 않다. 까다로운 사람보다는 ‘배려를 잘하고 남의 말을 잘 들어주며 거절 잘 못하는 사람’이 여러 모로 설득하기 유리하기 때문이다.




나는 빡빡한, 무미건조한 인간관계를 말하려는 것도 아니다.

물론, 세상에서 선의를 가지고 남을 배려하는 것은 좋은 모습이다. 단, 그 모습이 내 스스로 불편한 상황에서 움직이는 것임에도 남을 의식해 애써 웃으며 받아주는 것은 결국 스스로의 공허함을 키워나갈 뿐이란 것이다.

혹자는 말할 지도 모른다. “내 스스로 원하는 대로 행동했을 때, 주변사람이 싫어하게 되면 그것으로 과연 좋은 것인가?” 라고. 만약 그런 사람이 있다고 하면 둘 사이의 관계가 불편해 지거나 소원해 질 것이다. 그렇다고 한다면, 그 사람은 그 정도의 사람인 것이다. 남이 자신의 방향대로 해주지 않았다고 해서 상대를 비판하는 사람은 그냥 별볼 일 없는 딱 그 정도의 사람인 것이다. 그 이상 미련을 가질 것이 무엇 있는가. 감정의 소모보다 내 자신의 소중한 일상을 사랑하는 것에서부터 나의 발견은 시작된다.




둘째, ‘결과를 먼저 인식하는 순간 무너진다.’

성적이 좋을 것이다. 사업실적이 좋을 것이다. 그 사람은 내 의견에 찬성할 것이다. 이러한 스스로의 섣부른 ‘선(先)결과 인식’은 주어진 흐름대로 상황이 흘러가지 않을 때, 점점 내가 나를 얽매이게 만든다. 몰입할 수 없게 된다. 도저히 예상결과가 신경 쓰여 잠을 이룰 수 없고, 일을 할 수 없다.

내게 주어진 능력/ 상황/ 자신감/ 보이지 않는 능력발휘가 있다고 해보자. 능력과 상황은 이미 주어진 것이다. 그것은 어떤 상황의 결과를 좌우하는데 절대 50%를 넘지 못한다. 안 그런 경우도 있지만, 그렇게 생각해 보자는 얘기다.

자신감과 보이지 않는 능력발휘는 ‘미리 결과를 예상할 경우 점점 그 영역을 축소해 간다.’ 꿈꾸는 결과에 좋은 영향력을 미치지 못한다. 그리고 결국 할만한 일들도 실패하게 된다.




더 나아가 보자면, 원래 성공과 실패란 건 없다. 모든 일은 결과로 인식하는 내 자신이 스스로 재단한 OUTPUT의 영역 구분일 뿐이지, 무언가 해냈다고 생각하는 순간 또 다른 미션이 있을 뿐이다. 그리고 그러한 구분들은 나의 몰입을 방해하고 순수한 즐거움을 빼앗아 간다. 의미 없는 생각의 꽈리다.

흔히들 하는 얘기로, 고등학교 졸업하면, 대학교 졸업하면, 취직하면, 결혼하면, 아기를 낳으면, 아기를 취직시키고 결혼시키면 행복해 진다고들 한다. 언제쯤 좋은 결과가 일단락 되는 것일까? 그런 건 처음부터 존재하지 않았다. 늘 남이 볼 때 그럴 듯한 결과를 이끌어 내는 자신의 이미지에 대한 환상이 끊임없이 결과에 얽매이고 남을 인식하는 보잘것없는 인생을 만들어 냈을 뿐이다.

일이 즐겁든 즐겁지 않든, 내가 하는 무언가가 어떤 결과를 만들어 내건 처음부터 아무 상관도 없다.

무언가 주어진 상황과 과제와 해야 할 일과 하고 싶은 일이 뒤엉켜 있다면, 내가 무엇을 하고 싶은 지 먼저 생각해 보고, 그 흐름에서 가장 최적화된 방향설정과 목표 인식을 하면 된다. 목표도 역시 결과에 얽매이는 인식으로서가 아니라 단순히 몰입을 도와주고 순수하게 무언가에 맛깔스럽게 빠져들기 위한 내 스스로의 MIND-SET이면 족한 것이다.




우린 모두가 좀 더 나은 삶을 꿈꾼다. 안정된 직장, 높은 보수, 사회적 위치, 훈훈한 주변의 평판, 가족과 친구로부터의 존경과 애정. 물론 소중한 가치다. 그 가치를 위해 노력하는 것을 폄하하고 싶은 마음은 전혀 없다. 단지, 그러한 것들을 쫓아 자신이 하고 싶은 것에의 순수한 몰입을 늘 추구하지 않으면, 어느 샌가 단편적인 업무 몰입과 얄팍한 일상, 껍데기와 같은 인간관계에서 허황된 만족을 느끼기 쉽다.

겉으로 보기엔 보기 좋게 칠해진 껍질 속에, 궁핍하고 얽매인 자신이 언제 드러날 지 모를 내적 공허함을 긴장하며 기다리고 있을 지도 모른다. 결국, 행복해 지기는 어렵다. 남은 행복할 수 있지만, 자신은 허무해 지고, 허무해 지기 마련이다. 좀 더 완곡한 표현을 써보자. 허무해 지지는 않을 지 언정, 자신이 만든 포장된 이미지를 ‘진짜 자신’으로 생각하고 나이가 들어버리게 된다.





나이를 드는 건, 환경이 이지러짐은, 주변 사람의 평가라는 건, 결과의 예측은 내가 주도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다. 백 년 뒤엔 아무 것도 남지 않을 것이다.

시간을 들여 충분히 노력하면, 우린 남에 대해서 얼마나 이해할 수 있을까. 더욱이 나에 대해선 얼마나 이해할 수 있을까. 알 수 없는 일이다. 하지만, 주변을 둘러 싼 ‘얽매임’에서 조금씩 벗어나 ‘나에 대한 몰입’을 묵묵히 하다 보면, 무언가 전에 생각하지 못했던 것들이 보이기 시작할 것이다. 잠잠히 피어 오르는 연기처럼 내 안에서 꿈틀대는 그 무언가가 있을 것이다.




그것에 집중하는 순간. 몰입은 시작된다.  


몰입이 시작되는 순간,,

더이상 정신적으로 움추려들지 않게 된다,


일요일 오후라 한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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