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TV피플 May 25. 2016

당신이 주말만 기다리는 이유.

나만의 오리지낼리티 찾아가기.


참 많이도 걸었다.


인생의 길을 하염없이.


그리고 모두가 그러한 생각을 한다. 자신은 인생에서 꽤나 합리적이고, 편협되지 않으며, 정도(正道)는 아니였을지언정, 상식에 기반한 인생을 살아 왔다고. 그리고 조금씩 인생의 궤도에서 이탈하게 된 것은 자신이 아닌 누군가에 의해, 불현듯 일어난 사건에 의해, 나도 어찌할 수 없는 환경에 의해 이끌리듯 여기까지 왔다고. 그리고 아직도 난 여전히 나의 길을 가고 싶다고…




전부터 정체성에 관한 글을 주로 써 왔지만, 그 아이덴티티가 아닌 오리지낼리티에 관한 글을 써 보고자 한다. 이건 개인문명이라 일컬어 온 나의 에세이 화두의 또 다른 일보(一歩)일 지도 모른다.

서두에 언급한 것처럼 자신은 꽤나 그럴 듯하게 살아왔다는 자기 확인, 때로는 자기 암시로(자기 최면까지 흐르기도 한다.) 인해, 우리는 스스로를 꽤 담백한 사람으로 규정하고 있다. 아니, 그렇다고 믿고 싶어 한다.


선을 지키고, 나를 가꾸는 노력을 인생에서 꽤나 펼쳐 왔다고 생각한다. 과연 그럴까?




주말을 기다리는 이유를 설명하기 전부터 왜 이리 도입부가 기냐고 반문하시는 분도 있겠지만, 결국 같은 흐름을 걷고 있는 거다. 글을 쓰는 것부터, 인생을 사는 것까지 모두 하나의 흐름이기 때문이다. 나를 확인하고 싶은 거다. 그 나를 확인하는 과정을 직업이나 벌어 놓은 돈, 사 놓은 집으로 하는 사람들은 여전히 주변에 휘둘리기 쉽고, 환경에 얽매이기 아주 좋은 먹잇감의 존재다.

직장생활을 하고 있다는 전제 하에, 주말을 끊임없이 기다리며, 사회생활을 공허하게 한다는 것 자체가 주변에 얽매인다는 것이며, 평일과 주말을 구분하고 있다는 반증이다. 나를 확인하는 것으로 스스로에 대한 인생을 규정하는 건 누구에게나 흔한 일이지만, 단편적인 업적과 성과가 아니라, 스스로 안에서 피어나는 그 순수한 욕망, 바램들로 주변과의 조화를 꿈꾸며 충실한 열정으로 인생을 꾸려가지 않으면 우린 지칠 수 밖에 없다. 결국 주말을 기다리게 된다.

나 역시 완벽하지 않다.


역시나 주말을 기다린다. 어쩔 수 없는 것인 지도 모른다. 하지만 나 스스로 사회생활을 하는 공간 안에서 나를 확인하지 않고, 아무도 터치하지 않는 심리적 상태만을 꿈꾸며 주말을 기다리는 건 진정한 의미로 자신을 확인하기 어렵다는 말을 하고 싶었던 거다. 업적과 성과가 아닌, 스스로 자생하듯 피어나는 꿈. 그건 무언가를 하고 싶은 것이 될 수도 있고, 무언가 꿈꾸는 생각 자체가 될 수도 있으며, 관계 속에서 피어나는 그 무엇일 수도 있다.



그 자기 확인의 과정이 아무 것도 없는, 누구에게도 상처 받지 않고 싶은 마음으로 도망치듯 주말을 꿈꾸는 흐름으로 평일을 보내고 있다면 다시금 곱씹어야 한다. 스스로를 그리고, 자신의 마음을.

주변을 인식하는 것, 결과물을 내고 싶은 것, 남 앞에서 당당해 지고 싶은 건 어쩔 수 없는 인간의 속성이다. 그것까지 뛰어넘으며 인생의 길을 홀연히 걷고자 하는 의도가 아니다. 적어도 평일과 주말의 구분이 없이, 눈을 뜨고 있는 지금 이 순간만큼은 오늘을 정면으로 바라보자는 것이다. 주말의 순간이란 건, 그 시점이 되고 난 뒤에야 나의 호흡을 정돈하고, 인생에서 하고 싶었던 것 꿈꿔 왔던 것으로 좀 더 몸을 기울이고, 마음을 향하는 시간의 일부분으로 보내도 충분하다.


실제로 그것이 달성되는 건 오히려 평일의 시간이 아닐까.


왜냐하면, 인생은 나이가 들면서 점점 복잡해 지고, 모두의 욕망이 들끓듯 피어 오르며, 스스로는 물론 주변까지도 신경 써야 하는 고도화된 삶으로 자연스레 흐르기 때문이다. 과거, 현재, 미래라는 흐름은 아인슈타인의 말처럼 처음부터 크게 의미 없었던 것인 지도 모른다. 모든 것은 나의 몸 속에 이미 저장되어 있는 유전자 정보와 같이, 결정적이고 바꿀 수 없는 것일 수도 있다.

오늘 일어나지 않아도 언젠간 경험할 일들, 좋은 일과 나쁜 일의 구분이 없는 오늘 하루로서의 나에 대한 확인. 그 확인을 무엇으로 할 것인가는 각자 결정할 부분이지만, 그 마음 속에서 사뿐히 걷고 싶었던 인생의 길은 마음이 오늘을 향해 있지 않으면 꿈꿀 수도 없는 것이 되어 버린다.




오늘을 살 수 없다면, 내일을 기다리는 건 아주 허황된 것일 뿐이다.

그래서 오늘이 회사를 가는 날이건, 주말에 집에서 쉬는 날이건, 가족 행사에 끌려가는 날이건, 만나기 싫은 사람과 상대해서 복잡한 문제를 풀어야 하는 것에 관계 없이, 그냥 나는 지금에 대해 어떻게 나답게 생각하고, 행동하고, 글을 쓰고, 문제를 바라보고, 실마리를 향해 나만의 호흡으로 갈 것 인가에만 집중하면 된다는 것이다.

협상에 이겨도 화를 내는 순간 나 자신이 아닌 것이 된다. 협상에 지는 상황이 뻔해도, 주말 없이 일한다고 해도, 나의 흐름 안에서 가능한 생각, 행동들을 하나씩 소중히 다루듯이 다독여 주는 일상이 필요하다. 그건 어떤 상황을 만나도, 차분하듯 묘한 스스로의 마음 속 즐거움으로 인한 미소가 지어 지는 날들의 연속이 될 것이다.


그 속에서 바라보는 인생에서 하는 하나하나의 결정은 분명, 평일과 주말을 아주 의미 없이 만들지 않을까.

도망치듯 평일을 보내고, 넉다운 된 권투선수처럼 아무 것도 하지 않은 토요일 오후 4시의 낮잠 후 멍한 공상의 시간을 일주일 최고의 시간으로 치부하는 것은 스스로에 대한 위선이고, 움츠려든 인생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딱 그런 인생을 보내다 몇 십 년 뒤에 생을 마감하는 것이다.


꼭 결과물을 낼 필요는 없다. 내가 가장 화나는 무언가에 대해 가만히 관조할 수 있고, 가장 기쁜 무언가에 대해 차분히 미소 지을 수 있는 마음 상태. 그리고 산책과도 같은 평일, 동일한 마음이 유지되는 산책과도 같은 주말.

그러한 마음의 여행의 진입로를 찾는 순간,
당신은 더 이상 주말을 기다리지 않아도 된다.

생의 구분은 시간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나만 알아도 좋은 마음의 산책에 즐거움을 아는 것이다.
주변 사람, 환경이 도와 주면 좋겠지만, 그렇지 않아도 우울해 지지 않는 것.

그게 바로 인생의 개인문명이고, 오리지낼리티다.



이전 02화 월요일만 되면, 정신적으로 무너지는 당신에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