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적으로 무너졌다는 건 무얼 의미 하는가. 내가 실제로 유지하고 있는 적절한 형태의 감정과 가치관이 내적, 외적 요인에 의해서 다른 방향으로 흘러가는 것을 말한다.
우린 남 탓 하기를 좋아한다. 그래서 정신적으로 무너졌을 때, 외부 요인과 사람, 환경 탓을 한다.
‘그 사람이 도와주지 않아서 그렇다.
누군가가 먼저 나에게 시비를 걸었다.
상식적이지 않은 말을 하는데 어떻게 참을 수 있는가.
이 상황에선 정말 화를 내지 않을 수 없었어.’ 등등..
다시 한 번 강조하지만, 모든 것은 내 안에서 비롯된 것이다. 내 탓이라는 것과는 조금 다른 의미다. 특정인이, 특정 환경이, 특정 언행이 나에게 영향을 미쳤다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다. 확실히 내 탓은 아니다. 원인 제공은 내가 아닐 수 있다는 말에선 동의한다는 뜻이다. 하지만, 그것을 어떠한 형태로 바라보느냐, 어떻게 인식해서 감정과 말과 행동으로 드러내느냐는 내 안으로 귀결되는 매커니즘이다. 무조건 참으라는 말이 아니다. 가만히 있을 지, 또 다른 플랜을 세울 지는 나의 뜻대로 하면 될 일이다. 다만, 그 감정선을, 정신적인 무너짐을 어떻게 처리할 지는 전적으로 나의 자유의지란 것을 잊어선 안 된다.
세상엔 모든 일이 일어나고 있듯이, 세상엔 모든 감정이 존재하고 있다. 동일선 상에서 각자는 모든 감정을 갖고 있다. 그것을 어떻게 선택할 지는 나의 생각에 영향을 받는다. 매우 많이..
정신적인 성장과 어른스럽게 살아가는 모습을 누군가에게 보여 주고 싶어서나, 혹은 시간이 흐르면서 자연스럽게 알게 된다는 이유로 미리 그러한 정신상태를 짐짓 유지하라는 게 아니다. 필요 이상의 정신적인 침체기와 상기된 모습의 up & down을 반복하는 것은 큰 의미가 없다. 왜냐하면 우린 결국 원래의 자신으로 돌아와야 하기 때문이다.
혼자 있을 때 감정적으로 흥이 나지 않는 이유는 나 혼자만의 생각을 할 땐 보통 몸이 움직이지 않고 정적인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정적인 신체 상태에선 몸이 자꾸 지치고 힘없이 느껴지고 그러다 보면 생각 역시 에너지를 잃고 기존 생각의 방어에만 집중하게 된다. 반대로 술을 마신 사람이 누구와 잘 싸우는 이유는 무의식의 감정까지 자신의 정체성처럼 취급하기 때문에, 주변 사람과의 일상적인 대화에도 그 감정선이 누군가를 공격하는 형태가 아니면 가만 있지 못하게 된다. 감정적 침체와 분출의 욕구,, 둘 다 평소의 나의 감정선은 아니다.
가장 좋은 건, 평소의 감정선을 폭 넓게 가져가되 적절히 정도를 유지하는 일이다. 즉, 내가 차분하게 인정하고 화가 나지 않고, 감정적으로 동요하지 않은 상황과 대인 관계를 최대한 많이 설정하는 것이다. 즉, 무언가 다른 상황이 찾아왔다고 그것에 꽂혀서 흥분하거나 화를 내지 않는 것이다.
그럴수록 내가 하고 싶었던 다음 일이나 또 다른 아이디어, 크리에이티브한 생각이 자연스럽게 떠오르고 속도를 내는데 도움을 준다. 매우 큰 도움을. 생각의 도움 닿기 시간이 줄어든다. 화를 내고 다시 원래의 감정으로 돌아오는 빙 둘러 가기와도 같은 감정 공간이 생략되므로, 나의 유효한 생각과 밝은 감정은 더 그 폭을 확대해 간다.
원칙적으론 누군가에게 화를 냈을 때, 그것에 대해 사과하는 것은 별로 중요한 게 아니다. 아니 사과를 해야겠지만, 아무리 사과를 해도 상대방의 감정과 내 감정이 화내지 않았던 상태로 회복하기는 어렵다. 때늦은 감정선이란 얘기다.
모든 감정을 제3자의 입장에서 바라보자. 그리고, 나의 감정 중에서 화나 불안, 우울, 초조함, 극단적인 생각들은 모두 스쳐 지나가거나 하염없이 공중에 부유하는 것으로 조용히 객관화해서 바라보면 그만이다. 아무리 정신적으로 힘들고 화가 나도 그 또한 지나가는 것이니, 나는 그냥 꽤 재밌는 생각으로 다음 일상을 준비할 일이다. 물론 쉬운 일은 아니지만, 정신적으로 평소 범위를 이탈했을 때 좋았던 기억은 한 번도 없다. 결국 또 누군가가 상처를 입고 누군가가 발길을 돌렸다. 심지어 나 스스로 조차 과거의 나에게 발길을 돌려 버리는 것이다.
정신분석학은 정신에 대해 말 그대로 분석하는 학문일테지만, 정상적이지 않은 상태를 정상적으로 자연스레 가져오는 것에 대한 연구에 다름 아닐 터다. 평소에 늘 일정한 감정상태를 유지하고, 차분히 주어진 일상을 바라보고 묵묵히 해 나가다 보면, 분명 시간도 더 빨리 흐르고, 창의적인 아이디어도 더 많이 떠오른다. 일상이 오늘로서도 충분히 가슴 뛸 수 있다. 쉽게 말해 월요일이 가장 즐거울 수 있다는 말이다.
우리의 마음은 아주 대단한 게 아니다. 복잡하다고 느끼기에 어려운 것이다. 내가 좋아하는 나의 감정을 조용히 떠올려 보고, 그 상태를 늘 유지하는 것. 어떠한 상황이 찾아와도 말이다. 그것만 익숙해진다면, 우린 좀 더 행복해 질 수 있다.
심리 상담을 받을 필요 조차 없어진다.
(이미지 출처 : 영화 '내 깡패 같은 애인'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