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을 정리하는 만큼의 절반도 감정을 정리하지 않는 당신에게,,
똑같은 일이 일어났다.
그리고 똑같지 않은 감정이 일어났다. 좀 더 자세히 말하면 똑같은 일에 똑같은 감정이 일어날 뻔 했지만, 우린 좀 더 다른 차원의 감정을 ‘오늘’ 선택했다. 감정은 절대로 하나가 아니다.
하루에 세 끼나 먹는 식사에 있어서도 같은 재료라고 해도 우린 다른 레시피로 된 다른 식사를 경험한다. 중국집에 가서 짬뽕과 짜장면 고르는 것에도 순간적으로 많은 생각들을 한다.
우리는 그만큼 가변적이고 나약하다.
우리가 일상적으로 저지르는 가장 큰 모순 중의 하나는 다양한 일상을 경험하면서도 늘 우리는 한 방향으로 움직여야 한다고 생각한다는 점이다. 물론 일정한 정체성을 유지하고 오늘 하루를 나답게 살고자 하는 노력에는 긍정의 한 표를 던진다. 하지만, 인생은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 똑같은 일상 속에서도 나는 다르게 생각하고, 다르게 감정을 표출한다. 엄밀히 말하면 한 가지 일에 십여가지의 감정이 내 머릿속을 헤집고 다닌다. 그리고 그 속에서 가장 오늘에 적절하거나, 바로 다음의 일상에 알맞은 감정을 꽤 주관적으로 선택하며 감정을 표출한다. 그리고 생각을 정리한다.
그래서 삶이란 만만치 않다.
감정이 수백 가지 이상이듯이..
그렇다면 어떻게 효과적으로 나만의 감정을 가질 수 있을까. 좀 더 말해보자면, 내 안에서 일어나는 수많은 감정들을 어떻게 하루하루 나답게 살아가는데 주도적으로 이용해 볼 수 있을까. 결국 감정을 컨트롤 할 수 있어야 한다. 단순히 감정을 통제하는 수동적인 입장을 넘어, 다양한 재료를 갖고 요리를 하듯이 말이다. 나의 마음에 떠오르는 감정을 적절히 취사선택하여, 가장 내가 지향하는 나에 가까운 형태로 선택하고 조리하고 플레이팅할 수 있어야 한다.
심리학자 프로이트가 지형이론을 통해 개인을 무의식, 전의식, 의식으로 구분하고, 이를 보완한 구조이론을 통해 이드, 자아, 초자아로 설명했듯이 우리의 마음은 내가 알지 못하는 것들로 가득 차 있다. 그 알지 못하는 것은 생각을 말하기도 하지만, 감정을 말하기도 한다. 우리는 늘 내 생각이 그래서 과연 무엇일까. 내 안에 드는 수 많은 생각 중 어떤 것을 적절하게 추출하여 나답게 생각의 프레임을 형성할 가에 혈안이 되어 있지만 이는 반쪽자리 생각일 뿐이다.
좀 더 나답게 나를 드러내려면,
생각 못지 않게 나의 감정에도
꽤 적확하게 이해하고 있어야 한다.
지금 나의 감정은 어디에서 온 것인가를 곰곰이 생각해보는 것에서부터 시작하는 작업이다. 매 번 같은 일상을 경험하면서도 내가 원하지 않는 화와 분노의 감정을 드러내기 일쑤라면 생각을 찾는 만큼 내 안의 감정에 적절한 레시피를 도입하려는 노력을 게을리 했기 때문이다.
많이 배웠고 스스로를 잘 안다고 하는 사람들이 한 번 무언가 경험하지 못한 일에 꽂히거나 생각을 통제하지 못하면, 겉잡을 수 없는 많은 감정 표출로 자신을 스스로 옥죄는 모습을 자주 본다. 우리 모두 그러한 모습을 갖고 있음도 당연하다.
부정적이고, 화를 내며, 분노를 추가적으로 불러일으키는 감정의 선택은 스스로 광장을 헬기 속에서 내려다 보듯 가만히 지나칠 수 있어야 한다. 부정적인 에너지는 즐겁거나 힘든 모든 상황에서 늘 존재한다. 중요한 건 내가 어떠한 감정을 선택하느냐에 관한 문제다. 열 받는다고 우울하다고 스스로 그게 정직한 감정인양 주말에 고립되고 평일에 적응을 못하면서, 그래도 나다웠다고 자위하는 것은 아직 사춘기적 자신을 버리지 못하고 있다는 증거이다.
감정이란, 엄청 멋진 재료 손질과 창의적인 조리법과 기발한 플레이팅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그런 멋진 요리는 내가 좀 여유가 있으면 돈 주고 레스토랑 가서 경험해도 충분한 일이다.
하지만, 아무리 소박한 일상이라도, 감정의 레시피는 적당히 훌륭해 질 수 있다. 내가 지향하는 나에 가장 가까운 형태로 감정을 선택할 줄 알면, 거기에서 나다움이 베어난다. 이것을 가식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더 이상 글을 읽지 않아도 좋다.
어른이란 새로운 것, 거창한 것이 아니다.
그냥 내가 가장 나다울 수 있는 것에 있어 생각 뿐만 아니라, 예상치 못한 일상에서 표출되는 나의 감정을 먼저 감별하고 좋은 감정을 추출할 수 있는 차분함을 겸비했느냐 하는 것에서부터 출발한다.
우린 좀 더 멋진 감정의 쉐프가 될 수 있다.
내일부터라도 말이다.
(이미지 출처: 전도연, 하정우 주연 '멋진 하루(One Fine Day) 스틸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