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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oneynWorks May 15. 2021

익명은 참여를 이끈다.

익명에서 소통하는 우리

비대면 강의를 처음 한 날을 나는 기억한다.

작년 4월이었다. 운영진에서는 랙이 걸려 강의가 멈출 수 있다고 학습자들의 화면을 모두 끄게 했다. 켜라고 말했어도 켜지 않았을 것이다. 난 지나치게 긴장했고 말이 빨라졌다. 까만 화면 뒤에서 그들 대부분은 나를 보고 듣지 않을 것임을 알았다. 그래도 나의 긴장은 해소되지 않았다. 강의 시간 2시간에 비해 많이 준비한 3시간 분량의 강의는 소통을 포기했기에 1시간 30분 만에 끝났다. 남은 20분 동안 무슨 이야기를 했는지 기억은 나지 않는다.


그 이후 나는 학습자와 소통하기 위한 방법을 찾아오고 있다. 그중에서도 익명은 나에게 가장 큰 소통을 이끌어주고 있다.


익명은 유명한 짤에서 시작되었다.

오바마 대통령이 기회를 주었음에도 한국 기자들은 한 명도 질문을 하지 못했다. 평가에 민감한 우리나라의 정서 때문이었을 것이다. 그것이 비단 학생이라 해서 달라지지는 않을 것이다.


잘 모르는 사람들 앞이라서 말하기 쑥스럽고

잘 아는 사람들 앞이라서 말하기 부끄러운 게 우리의 사정이다.


DM(Direct Message)로 나에게 작은 인사를 보내달라고 우선 요청했다. 그리고 절대 이름을 말하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그 결과는 엄청났다.


화면이 꺼져 있어도 난 그들의 질문을 동시에 볼 수 있었다. 주욱 올라가는 채팅창의 모습은 황홀하기까지 했다. 그렇게 우리는 익명 속에서 소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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