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가지 일에 오래 흥미를 가지지 못하는 나는 뚜렷한 취미도 없는 사람이었다. 오래 해온 활동이라곤 야구 보기, 그리고 국민 취미인 음악 감상과 영화 보기 정도였다. 그런 내가 차 생활 6년 차가 되었다. 사실 보이차는 취미라기보다 '일상다반사'라는 말처럼 생활의 일부분이다. 그래서 여전히 '취미가 뭐예요?'라는 말을 들으면 뚜렷이 내세울 건 없다.
내가 보이차를 계속 마시는 이유가 대체 무엇인지 최근 들어서야 가만히 생각해 보았다. 몇 년 꾸준히 마셨더니 친구들이 '보이차 왜 마셔?'라고 물어왔기 때문이다. 소비에 인색한 내가 몇 만 원에서 몇 십만 원을 웃도는 보이차와 자사차호를 구매하는 모습은 친구들에게도 꽤나 생소했을 것이다. 그러니 나에게 보이차가 어떤 의미이길래 꾸준히 마시는지 물었겠지.
보이차를 마시는 이유는, 이해가 쉽게 말하자면 몸과 마음의 변화가 있었기 때문이다. 처음부터 보이차에 대해 마음을 열고 마셔서 그런지 내 몸은 꽤나 차빨(?)이 잘 받았다. 그래서 보이차를 처음 마시는 친구에게는 '기대도, 의심도 하지 말고 가만히 마음을 연 채로 차를 마셔보라' 라는 말을 하게 된다. 차가 제 역할을 할 수 있게 잠시만 나를 내려놓으라는 말이다.
그동안 나에게 차는 물 대신 마시는 음료 또는 식전, 식후에 입가심해주는 음료였다. 중국 음식점에 가면 나오는 자스민차가 좋은 예시이다. 또 디저트의 맛을 내기 위한 재료라고 생각하기도 했다. 녹차, 말차, 홍차가 들어간 디저트를 주변에서 많이 봐왔기 때문이다. 그러한 영향으로 내가 처음 보이차를 구매할 때는 맛과 향, 가격만 따졌다. 그런데 보이차는 단순히 맛과 향을 따지는 음식이 아니었다. 기운. 보이지 않는 무언가를 움직이는 음식이었다. 차가 차 답다고 말할 수 있으려면 운이 있어야 한다고 했다.
내가 음식을 먹고 마시며 기운에 대해 생각해 본 적이 있었나 하면 당연히 없다. 달고 맵고 짜고 쓰다는 맛에 대한 인지, 시원하고 뜨겁다는 온도에 대한 인지, 살이 찌고 빠진다는 정도의 건강에 대한 인지, 또 먹고 싶을 정도로 맛있다는 선호도에 대한 인지, 요즘 유행한다는 취향의 인지. 그 정도로만 음식을 평가했다. 그런데 처음으로 보이차를 마시면서 기운을 파악했다. 보이차를 마시니 땀이 나는지, 땀이 난다면 어디에서 나는지, 차 기운이 등을 타고 올라가는지, 발끝까지 차 기운이 내려가는지, 머리가 띵하진 않은지, 무릎으로 냉이 빠지는지 등 여러 방향으로 운을 느꼈다. (최근에는 숨길도 잘 열리는지 체득하는 중이다.)
도인들만 하는 줄 알았던 몸 공부를 보이차를 마시며 자연스레 하고 있는 것이다. 운동이나 마사지 등 몸에 투자하는 것도 공부이지만, 보이지 않는 몸속을 흐르는 기운을 느낀다는 건 꽤나 어렵고 신중한 몸 공부이다. 그리고 내가 '잘 사는 법'을 아는 공부이다.
그래서 보이차는 내 생활이 되었다. 보이차는 하루를 시작할 때 내 몸을 열어주기도 하고, 하루의 중간에 지친 내 몸을 달래주기도 하고, 하루의 끝에 나를 위로하고 달래주기도 한다. 단순히 보이차를 다이어트 또는 사치품으로 소비했다면 아마 이렇게 좋아하게 되진 않았을 거다. 보이차를 마시는 목적이 나의 '밖'에 있다면 생활이 되긴 어렵다. 내 '안'을 들여다봐야 보이차를 더 잘 마실 수 있다. 하지만 이런 이야기는 보이차 입문자에겐 너무 어려운 이야기이다! 그러니 처음에 이야기했던 대로 '기대도 의심도 말고 가만히 마음을 열고' 보이차를 마셔봐야 한다. 그러면 내 안에서 보이차가 하는 작용이 잘 느껴질 거다.
보이차의 차 다움을 한 잔만 마셔서 바로 아는 사람이 있고, 1년이 지나고서야 느끼는 사람도 있다. 처음에 보이차를 다 알았다고 생각했어도 몇 달 뒤 또는 몇 년 후에 새롭게 느끼는 차 다움도 있다. 그러니 차는 생활이 되면 좋다. 내 몸을 비우고 채우는 일은 절대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나도 이때까지는 나에게 필요한 보이차의 작용만 바라봤는데, 최근에는 보이차가 나에게 주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 이야기를 듣고 있다. 아직은 겉핥기이지만 꾸준히 보이차의 이야기를 듣다 보면 더 큰 세상을 열리리라는 믿음이 생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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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려운 이야기 말고! 그래서 몸과 마음이 어떻게 좋아졌는지 궁금한 분들도 있을 텐데요. 그 이야기는 3번째 기록으로 남기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