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어떻게 지내?'
친구들의 결혼과 나의 결혼.
서울에서 지방으로 이사 오면서 자연스럽게 연락이 드문드문 해졌다.
얼마 전 오랜 친구의, 오랜만의 연락에 너무나 반가웠다.
사실 나는 무소식이 희소식이란 생각으로 ‘그래. 잘 살고 있겠지.’ 이 생각을 끝으로 연락은 먼저 하지 않는 별로 좋지 않은 습관을 가지고 있다.
이 친구의 오랜만의 연락에 혼자 잘살고 있겠지에서 그쳐버린 지난날의 묵혀둔 생각들만큼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연락을 하지 않은 시간만큼 당연히 ‘요즘 뭐하고 지내?’ 이런 말이 올 줄 알았다.
사실 나는 언제 잘될지 모를 그림을 그리며 언젠간 잘될 거야 라는 흔하디 흔하게 널린 이 말에 작은 희망을 가지고 살기에 ‘요즘 뭐하고 지내?’라는 말을 반기지 않는다.
혼자만의 생각이지만, 남들에게는 나의 모습이 그냥 집에서 편하게 그림이나 그리면서 성과 없는 일을 하고 있는 걸로 비쳐 보이지는 않을까, 나는 나름 나 혼자 이렇게나 바쁘게 살고 있는데 그저 남들이 보기에는 한량으로 보일 수도 있겠다란 생각 때문인지.. 아무튼 이 질문은 내가 피하고 싶은 질문 리스트의 3위 안에 든다.
친구와의 대화. 우린 서로 ‘요즘 뭐하고 지내?’라는 말을 제외하고 그냥 평범한 일상을 나누었다.
‘요즘 뭐하고 지내?’ 이 말만 없었을 뿐인데 아주 마음 편한 대화를 나눌 수 있었다.
이 말을 해주지 않은 친구에게 너무 고마운 마음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