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카고에서의 첫 날밤

by Keempado
Chicago, 2016

하늘에서 내려다본 시카고는 그저 놀라웠다. 적지 않은 횟수로 비행기를 탔다고 생각하는데, 이런 모습의 도시는 처음이었다. 직각으로 깨끗이 정돈된 도로와 불빛이 끊임없이 이어지는 걸 보니 와, 라는 탄성이 절로 나왔다. 이 도시에 살았던 친구는 시카고가 설계된 도시라고 했다. 19세기 미국에서 있었던 화재 중 가장 큰 화재이자 도심 전체를 불태워 버린 시카고 대화재 때문에 도시를 전반적으로 설계한 후 재건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대부분 목조 건물이었던 전과는 달리 돌과 강철을 사용해 유명한 건축물들도 많이 지었다고 했다. 재앙에 가까운 화재였지만, 그 화재가 없었다면 지금의 시카고도 없었을 거라는 친구의 말을 실감하며 비행기에서 내렸다.


공항에서부터 호텔까지는 우버를 탔다. 가는 동안 우버 아저씨와 나는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했다. 아저씨는 내게 시카고가 처음이냐고 물었고 이곳, 저곳 가야 할 곳과 먹어야 할 것들을 알려주었다. 나는 아저씨에게 여기서 사신지 오래되었냐고, 도대체 이곳의 겨울을 어떻게 견디시냐고 물었다. 아저씨는 당신도 뉴올리언스 출신이라며 따뜻한 곳에 익숙한 탓에 시카고의 겨울이 너무 싫다고 했다. 텅 빈 집에서 추위와 싸우는 일은 그저 우울함 속에 자신을 파묻는 일이라 이년 전까지만 해도 뉴올리언스로 돌아갈 생각이었다고 했다. 나는 어떻게 아직 시카고에 계시냐고 물었다. 아저씨는 싱긋 웃었고 영화 같은 그의 사랑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아저씨가 뉴올리언스로 돌아가기 며칠 전, 시카고에서 알게 된 친구가 심장마비로 갑작스레 하늘나라로 떠났다고 했다. 아저씨는 장례식에 참석했고, 그곳에서 친구의 아내를 만났으며, 두 사람은 차츰차츰 사랑에 빠졌다고 했다. 아저씨는 정착하는 게 무서워서 결혼은커녕 아이를 키울 생각도 없었는데, 지금은 아내와 아이 세 명을 키우고 있다며 웃었다. 이젠 시카고의 겨울이 무섭지 않다며, 세 명의 아이를 먹이고 입히고 놀아주느라 추위를 느낄 틈이 없다고 말했다. 그 말을 하는 동안 아저씨가 지은 미소는 마음속 깊은 곳에서부터 시작하는 행복함이 가득 묻어있었다. 시카고 여행은 이렇게 특별한 이야기로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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