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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정아 Jul 15. 2023

앓던이

일 년 간의 허송세월을



팬데믹으로 모든 활동이 정지되면서 도서관 후원회의 봉사활동도 일절 하지 못했다. 도서관이 문을 닫았으니 북세일도, 새책지원도, 책 읽어주기 행사도 못했다. 연말에 하던 도서관 직원들이 기다리던 성탄 파티도 못 열었다. 2년 반의 휴업상태가 풀리고 도서관이 정상화되자 새 임원들이 선출되었다.


보통은 봉사자로 활동했던 분들 가운데 뽑는데 이번엔 웬일인지 회장부터 임원들까지 낯선 분들이라 걱정스러웠다. 도서관 후원회 35년 차인 내가 처음 뵙는 분 들 이어서 의아했다. 팬데믹으로 모임이 없었는데 어디서 나타난 분들이지?


우려했던 대로 후원회 단톡방에 새 회장단의 임원이 회장대신 전면에 나서며 전임회장을 겁박하고 은행 계좌를 넘기라고 난리에 난리를 친다. 듣자 하니 변호사라던데 안하무인이다. 작년 연말부터 올 6월까지 엄청 시달렸다.


이유인즉 팬데믹 때 아무 활동을 안 해 주정부에 회계보고를 안 했더니 우리 도서관 후원회의 활동이 suspend 되었다. (거의 모든 비영리 단체가 그랬다) 그걸 풀려니 그런 단체가 너무 많아 시간이 걸렸다. Suspend가 풀려야 은행계좌도 풀리는 거여서 할 수 없이 기다리는 상황인데 새 회장단은 활동은 안 하면서 은행 잔고에만 신경을 쓰고 잔고를 넘겨주지 않는다고 변호사인 총무를 내세워 은근 협박전술을 쓰는 게 아닌가?


변호사는 매일 단톡방에


“은행 인수인계가 안 이루어질 경우에는 가주법무장관 사무실에서 자문을 구한 뒤에 공지할 테니 참고하시길 바랍니다. “


”은행 인수인계를 안 해주시면 그래서 저희가 결산보고를 할 수 없으면 California Attorney General’s Office에게 자문을 구하겠습니다. “


이런 글을 올렸다. 쉽게 말해 전임회장을 고소 고발 하겠다는 말이다. 후원회 45년 역사상 전무후무한 일이 벌어져 올드 타이머 선배님들이 모두 놀라서 연락을 해오셨다. 이 무슨 해괴한 일이냐 좋게 수습을 해보라며.


“무슨 말만 하면 고소, 고발을 들먹이시니 변호사 직업병입니까? 라이선스 가진 변호사가 영문도 모르는 개인에게 그런 말을 남발해서 공포 불안을 조성하면 그거야말로 위법이 아닌가요?”


보다 못한 내가 대항하느라 지친 회장 편에서 한마디 거들었다가 비슷한 겁박을 들었다.


자초지종을 들으려 하지 않고 막무가내여서 전임회장 4명이 수습위원회를 만들어 임시총회를 하고 새 후원회장으로 미키림 전 도서관장님을 세우니 고소, 고발, 판사 앞으로 가자는 말이 잠잠해졌다.


내 시간 쓰고 내 힘을 쓰고 내 돈까지 기부하며 하는 도서관 후원 봉사활동이 무에 부럽고 남는 사업이라고 벌떼처럼 달려들었다가, 페니 하나도 돕지 않고 끝낸 일 년 동안의 백해무익의 반란이었다.


봉사를 하려면 무언가 나의 것을 희생해야 한다. 시간이든 물질이든. 한인 타운의 여러 비영리 단체 중 가장 작은 피오피코 코리아 타운 도서관 후원회가 대체 뭐라고.


평생 처음 들어본 고소 고발에 새가슴이 벌렁거린 수개월, 그 스트레스로 간에 혹이 생겼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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