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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정아 Oct 23. 2024

독후감

채식주의자




채식주의자를 읽고



한강 소설집

출간일 : 2007년 10월 30일

ISBN : 978-89-364-3359-8

페이지수 : 248 / 판형 : 신국판 변형


 

표제작인 2004년에 발표한 <채식주의자>, 2005년 이상 문학상 수상작 <몽고반점>, 그리고 2005년에 발표된 <나무 불꽃> 세 편의 중편으로 구성된 소설가 한강의 연작소설집이다. 시로 먼저 등단한 이력이 있어서인지 단아하고 시적인 문체와 단문으로 쓰여 읽기도 편하고 번역하기에도 좋았으리란 생각이 들었다. 등장인물은 오로지 4명? 주인공 영혜와 남편, 영혜언니인 인혜와 그 남편으로 간단하다. 그러나 밀도 있는 구성력으로 작가 특유의 개성을 고스란히 살린 문장으로 상상이상의 전개를 이어간다. 타고난 소설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상처 입은 영혼의 고통을 식물적인 상상력에 결합시켜 섬뜩한 아름다움의 미학을 완성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주인공인 영혜의 육식거부는 그의 아버지에서 비롯되었다. 월남전 참전용사로 베트콩 7명을 죽인 아버지는 훈장을 받기도 한 명예로운 군인이나, 가족들에게 폭력을 일삼는다. 어린 영혜를 물었다는 이유로 집에서 기르던 개를 오토바이에 묶어 끌고 다니다 죽인다. 아버지에게는 개의 살육이 그저 부정(父情)의 실천이었을 뿐이겠지만, 모두에게 ‘불분명한 동기’인 영혜의 육식 거부가 실은 그 어린 시절의 끔찍한 기억에서 비롯된 것이다. 죽어가는 개에 대한 어린 시절의 기억으로 점점 육식을 멀리하고 스스로가 나무가 되어간다고 생각하는 영혜를 주인공으로 각 편에서 다른 화자가 등장한다. 첫 번째 <채식주의자>에서는 아내의 행동을 이해할 수 없는 남편, 두 번째 <몽고반점>에서는 처제의 엉덩이에 남은 몽고반점을 탐하며 예술혼을 불태우는 사진작가인 영혜의 형부, 세 번째 <나무 불꽃>에서는 남편과 여동생의 불륜을 목격했으나 그렇게 살아갈 수밖에 없는 언니 인혜가 화자로 등장한다.

 

단순한 육식 거부에서 식음을 전폐하는 지경에 이르는 영혜는 생로병사에 무감할뿐더러 몸에 옷 하나 걸치기를 꺼리는, 인간 아닌 다른 존재(나무)로 전이된 모습으로 그려진다. 생명이 있는 한, 그 대상이 무엇이든 간에 욕망할 수밖에 없는 동물적인 육체로 살아가야 하는 정체성을 포기한 영혜는 결국 죽음을 서서히 받아들인다.

 

<채식주의자>에는 전쟁이라는 명분으로 합리화되는 살인과 그 상처로 인한 폭력성을 가지게 된 주인공의 아버지가 개인의 삶과 영혼에 어떤 상처를 입히는지 보여준다. 아버지의 폭력성도 전쟁터의 상처에서 비롯된 것일 터이다. "달리다 죽은 개의 고기가 맛있다"는 허무맹랑한 이유만으로 한 생명을 더욱 처참하게 죽이는, 피투성이가 될 때까지 매달고 달리다 죽이는 아버지와 마을 사람들의 폭력은 또 얼마나 잔인한가? 그런데 무서운 사실은 그런 것들이 폭력이라고 생각하지 못하고 누군가 그 폭력을 당연하게 배우고 그러면서 되풀이된다는 것이다.

 

<채식주의자>가 '맨부커 인터내셔널 상'을 받게 된 이유도 세계인이 공감할 이슈-전쟁과 그 폐해, 상처와 폭력의 전이 등을 다루었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해 보았다.

 

*2016년 맨부커상 받을 당시에 쓴 독후감




지은이 소개

  

한강

 

 

 

1970년 늦은 11월에 태어났다. 연세대 국문과를 졸업한 뒤 1993년 『문학과 사회』에 시를 발표하고, 이듬해 서울신문 신춘문예에 단편소설 「붉은 닻」이 당선되어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장편소설 『검은 사슴』 『그대의 차가운 손』 『채식주의자』 『바람이 분다, 가라』 『희랍어 시간』, 소설집 『여수의 사랑』 『내 여자의 열매』 『노랑무늬영원』, 시집 『서랍에 저녁을 넣어 두었다』 등이 있다. 동리문학상, 이상문학상, 오늘의 젊은 예술가상, 한국소설문학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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