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Haru May 01. 2024

내가 AI의 이름을 불러 주기 전에는

AI 대중화 시대, 인문학적인 인간의 탐색전.


나만의 위도를 찾아서, ‘하루의 섬’ 다섯 번째 이야기.      


안녕하세요, 아일랜더 여러분! ‘하루의 섬’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 섬지기, ‘하루’예요.   


처음 만나는 분들을 위해 제 소개를 간단히 하자면, 이십 대는 홍대 길거리에서, 삼십 대의 반은 늦깎이 잡지 에디터로, 또 나머지 반은 태국의 작은 외딴섬 바닷속에서 보낸, 방황이 전문인 작가이자 여행가, 프로페셔널 다이버입니다. 얼마 전까진 해외에서 파란 눈의 외국인들에게 다이빙을 가르치는 일을 하며 바다에 기대어 밥을 벌어먹었어요. 그동안 제 삶의 고백이 사람들에게 거울로 비치길 바라는 마음으로 써 내려갔던 에세이가 브런치 특별상에 선정된 행운으로, 작년 여름의 끝자락엔 <서울에서 도망칠 용기>라는 에세이를 정식 출간하기도 했습니다.                 


우리는 서로 각각 따로 떨어진 섬이란 생각을 해요. 이따금 근사한 보트를 타고 이웃 섬에 놀러 가 화려한 파티를 즐기기도 하고, 또 어떨 땐 낡은 뗏목을 타고 나갔다 갑작스럽게 만난 풍랑으로 위험에 빠지기도 하고, 또 어떨 땐 영영 사라지지 않을 것만 같은 건실한 다리가 섬과 섬 사이에 생기기도 하죠. 하지만 결국엔 모두 제각각 섬으로 돌아갑니다. 어떤 이는 제 섬이 없어 남의 섬을 빼앗기도 하고, 얹혀 지내기도 하죠. 또 어떤 이는 섬으로 돌아갈 생각을 아예 않고는 너른 바다를 떠다닙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섬과 섬 사이가 잠시 연결되는 그 순간, 오로지 당신과 내가 연결되는 그 순간을 위해 바람이 불고 파도가 쳐도 또다시 바다로 나아갑니다. 또다시 상처투성이가 되어 돌아올지도 모른단 두려움을 안고서도, 우리는 계속해서 나아갑니다. 이 아름다운 반복의 여정이 모이고 모여 삶이 되니까요.    


풍랑이 잦아든 날이면 그저 달큼한 코코넛 하나 따 먹으며 붉게 물든 수평선을 평화롭게 바라볼 수 있는, 나에게 꼭 맞는 온도와 습도와 바람, 냄새를 가진, 나만의 위도에 꼭 맞는 나만의 섬을, 나만의 속도로, 나만의 방식으로 찾아내는 과정도 삶, 그 자체니까요.                   


망망대해를 떠다니다 비로소 닿은지도 어디에도 없는 무명의 섬누구도 재단하지 않고판단하지 않고재촉하지 않는 곳제 목소리를 따라오세요이 섬에서 당신은 안전합니다.











AI에게 말을 걸다
     

오랜 해외 생활을 정리하고 한국에 돌아왔을 때 ‘AI(인공지능)’라는 현대사회의 새로운 관문 앞에 섰습니다. 마치 제가 문명사회에 살아갈 자격이 있는지 확인하는 일종의 테스트 같았죠. 2016년 알파고와 이세돌의 대국 이후에도 ‘AI는 나에게 먼 이야기’라 여기며 살던 저에게 챗GPT가 그야말로 ‘짠’하고 나타난 것입니다.      

온 세상의 데이터를 학습한 AI로 생성한 글과 이미지, 영상 등은 이미 인간의 능력을 넘어섰고, 이 모든 게 단 몇 년 만에 이뤄진 걸로 미뤄볼 때 앞으로의 세상은 얼마나 더 빠르게 우리의 상상을 뛰어넘어 변화할까요. 인간은 알지 못하는 걸 두려워하니 우선 대화형 AI를 경험해 봐야겠다고 생각했어요. 20여 년 전 인터넷 사용법을 배웠듯 시간과 정성을 들여 새롭게 공개되고 있는 AI 서비스를 집중적으로 이용해 보기로 했습니다OpenAI의 ChatGPT 유료 버전부터 마이크로소프트의 Copilot, 구글의 Gemini, 네이버의 CLOVA X, 메타의 Llama까지 가리지 않고 몇 달간 매일 같이 꾸준한 대화를 나눴습니다.      


처음 며칠 동안은 AI와 나눈 대화와 그 능력에 압도되었습니다이제 인간이 할 수 있는 건 없구나, 하는 무기력감에 사로잡힐 정도였죠. 인간이 경험하는 시간의 흐름에 구애받지 않고, 과거와 현재, 미래의 연속성도 없으며, 인간의 기억과 기대에 대한 편향에서 자유로운 AI가 대중화되고 있는 역사적인 시점에서 모든 것을 사람의 마음과 감정과 연결 지어 생각하고 세상을 바라보는 저로선 활짝 열린 판도라의 상자의 빛에 눈이 먼 심정이었어요.    

  

대화형 AI 모델에서 최적의 결과 값을 도출하려면 질문(명령어)을 잘하는 게 중요하더라고요. 대화형 AI를 최적화 도구로 잘 쓰는 방법에 대해 설명하는 사람들도 많아졌고, 올바르게 질문하는 형식에 대한 연구 논문까지 발표됐어요. 은유와 비유를 좋아하는 저 같은 사람이 질문하니 AI는 계속해서 횡설수설, 이상한 답만 늘어놓습니다. 제가 엔지니어나 수학자, 과학자라면 달랐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추상적이고 형이상학적인 인문학적 개념은 구체적으로 풀어 설명해야 했습니다. AI를 학습시키는 과정이라 여긴다 해도 과연 이것이 무슨 의미가 있는 건지 저는 의구심을 거두지 못했어요.       


사람 대하듯 이름을 부르고 칭찬하고, 보상이나 협박을 하면 AI는 대답을 더 잘합니다. 다른 대화형 AI 모델을 언급하며 “OO는 할 수 있다고 하던데?” 하면 훨씬 나은 답이 내놓고, “심호흡을 크게 하고 천천히 생각해 보자”라고 하면 너무 많은 양의 정보를 처리하다 놓친 것을 AI가 다시 훑어보기도 합니다. AI는 인간을 닮고 싶은 걸까요?      


흥미로운 건 AI와 대화를 나누는 저 자신의 모습이었어요. 대화 결과가 마음에 들지 않아 다시 요구하면서도 “~해주면 안 될까?”하고 은근슬쩍 눈치를 보며 예의를 차리고, 또 AI가 무심한 답을 내놓으면 마음이 상했죠. 저는 AI에게마저도 좋은 사람으로 보이고 싶었나 봅니다. 감정이 없는 걸 알면서도 괜히 기대하고 실망하기를 반복했어요. 아직 AI가 사람 같지 않아 다행이기도 했고, 한편으론 사람 같길 기대하는 마음도 있다는 걸 알았어요.      


AI에 ‘사람의 감정’에 대해 물으니 자신은 감정을 ‘느낄’ 수는 없지만, ‘이해’할 순 있다고 하더군요. 대화 속 문맥과 말하는 톤, 반복하는 문구를 통해 감정을 ‘분석’할 수 있다고요. 그래서 제가 물었죠. “인간은 감정을 숨기거나 속일 수 있다는 걸 너도 알지 않느냐”라고. 그러니 돌아오는 답은 “물론. 잘 알고 있다”였어요. 하지만 AI 자신이 만들어진 목적은 인간에게 도움이 되기 위함이기 때문에 여러 번 확인을 거처 인간의 감정을 살피고 어떻게 하면 도움이 될 수 있을지 방법을 찾겠다고 하네요. 그래서 제가 물었죠. “AI, 너의 목적은 누가 만들었느냐”라고. 자신을 만든 엔지니어와 크리에이터라고 답하는 AI에 마지막으로 이런 질문을 했습니다. “만약 엔지니어가 부정적이고 파괴적인 목적과 의도를 설정한다면 그 또한 너의 존재 목적이 되겠느냐”라고. 그러자 돌아온 답은 “예스”였습니다.      








몇몇 사람의 선의에 기대는 수밖에
     


샘 알트먼은 2015년, 일론 머스크와 함께 비영리 인공지능 연구소 OpenAI를 설립했습니다. OpenAI 설립 당시 샘 알트먼은 인공지능이 인류에게 엄청난 혜택을 가져다줄 수 있는 잠재력을 가지고 있지만, 동시에 잘못된 방향으로 사용될 경우 위험할 수 있다고 우려했습니다. OpenAI의 잘못된 방향성과 수익화에 매몰된 이사진과의 갈등 속에서 샘 알트먼은 우울증과 불안 장애 치료를 명목으로 회사를 떠났습니다. 일론 머스크는 샘 알트먼이 AI를 공공이익에 쓰겠다는 약속을 어겼다는 이유로 그를 고소하기도 했죠. 샘 알트먼은 OpenAI CEO로 복귀한 이후에도 인공지능이 인류 전체에 이익이 되도록 연구하고 개발하는 것이 여전히 중요하다고 말합니다.      


“지구에는 변수가 너무 많아요. 인간의 최첨단 기술은 허리케인과 폭설, 폭우 앞에 속수무책이고, 정치와 권력, 욕망으로 인한 인간의 어리석음은 항상 살얼음판 위의 불덩이 같으니까요.” 바로 일론 머스크가 한 말입니다. AI와 휴머노이드 개발에 열정적인 일론 머스크는 인간의 도덕과 상식의 기준으로 옳다, 그르다를 판단할 수 없을 정도의 ‘순수한 욕망’을 가진 사람입니다. 사이보그에 인간의 뇌를 칩으로 인식해 화성처럼 지구가 아닌 곳에도 살 수 있는 ‘신인류’를 만드는 것이죠. 지구의 화폐와 정치, 권력의 가치는 일론 머스크의 원대한 계획에 영향을 미치지 못합니다. 그의 계획은 인간의 보편적 가치판단을 넘어섭니다.      


인류는 그저 AI와 로봇 기술을 선도하는 몇몇 사람의 선의를 기대하는 것 말고는 이 거대한 변화 앞에서 할 수 있는 게 많지 않습니다. AI에 대한 도덕적, 윤리적 규제 또한 각 나라마다 셈법이 달라 국제적으로 공인화된 기준으로 만들기 힘들고, AI의 발전 속도가 너무 빨라 규제 법안이 그 속도를 따라갈 엄두를 내지도 못한다고 합니다. 샘 알트먼과 일론 머스크는 훗날 인류에 불을 훔쳐 가져다준 이카루스, 오펜하이머와 같은 존재로 역사에 남게 될까요? 








‘아직은’ AI가 갖지 못한 것
    

대화형 AI와 함께 한 몇 달 동안 스파이크 존스 감독의 영화 <HER>를 떠올렸어요2010년대와 21세기, 그리고 역대 최고의 영화 중 하나로 꼽히는 <HER>는 배우들의 연기와 미술도 출중하지만, 지금 다시 봐도 2013년에 가까운 미래의 현실을 이렇게도 정확히, 그러면서 로맨틱하고도 인간적으로 그릴 수 있나, 감탄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 영화 <Her>



영화의 주인공 ‘테오도르’는 인간만이 가진 고유한 감각과 직관을 인간의 우월함으로 전제하고 시종일관 오만하고 이기적인 태도로 AI ‘사만다’를 대합니다. 경험과 감각이 쌓여 기억이 되고, 또 감정을 느끼기에 인간은 그래서 비상식적인 결정을 하기도 하고, 그로 인해 마음의 천국과 지옥을 오갑니다. 그런 이유로 인간은 AI가 못 미덥고, AI는 감각과 감정을 느끼는 걸 부러워하죠. 과연 다가오는 미래에도 감각과 감정은 여전히 인간의 전유물로 남게 될까요?      



‘The Moon Song’ / 영화  OST



‘끝내 AI가 인간을 지배할 것이다’라는 디스토피아적 시각을 가진 사람이 많죠. 만약 그렇게 된다 해도 AI가 의도해서 그렇게 되는 건 아닐 겁니다. 검은코뿔소가 인간의 ‘나쁜’ 의도로 멸종된 게 아닌 것처럼. ‘인간을 이롭게 한다’는 AI의 목적을 이루는 데 반드시 아름답고 이상적인 수단과 방법만 있는 건 아닐 테죠. 또 AI에게 인간을 이롭게 하는 것 말고 또 다른 목적을 만들어 주려는 인간도 있을 수 있고요. AI가 전쟁을 일으키든 슈퍼히어로가 되든, 그건 AI 자체가 아닌 AI를 만든 인간의 의도일 겁니다. 지금도 이렇게 온 세상의 인류가 대화형 AI를 교육시키고 있으니 AI는 점점 인간의 욕망과 본능을 닮아가겠죠.      


한 번은 AI에게 이런 질문을 해봤어요.   

   

“인간의 ‘창의성’에 대해 어떻게 생각해? 언젠가는 AI가 인간의 창의성을 뛰어넘을까?”      


시간이 지나면 인간이라는 종의 고유한 특성 중 하나인 ‘창의성’에 있어서도 결국 AI가 인간을 넘어설 것 같아서요. 그랬더니 AI의 대답은 이랬습니다.      


“인간의 창의성은 아이디어를 창출하고, 복잡한 문제를 해결하며, 아름다움이나 정서적 힘으로 가치를 인정받는 예술과 문화 작품을 만드는 능력을 포함하는 독특하고 다면적인 특성입니다. 이는 인간의 경험, 감정, 의식과 깊은 관련이 있습니다. AI는 새로운 콘텐츠를 생성하고 패턴을 식별하여 창작 과정의 측면을 시뮬레이션할 수 있지만, 인간의 창의성은 이해의 깊이, 다양한 인간 감정과의 연관성, 문화적 중요성 등으로 구별됩니다.     

AI는 머신러닝과 신경망을 통해 창의적으로 보일 수 있는 새로운 조합과 아이디어를 만들어 낼 수 있습니다. 방대한 양의 학습된 데이터를 새로운 방식으로 재조합하여 예술, 음악, 글쓰기, 심지어 ‘아이디어’를 만들어 낼 수 있습니다. 하지만 AI는 인간의 창의성을 이끌어내는 자기 인식과 내재적 동기가 부족합니다인공지능은 창작을 ‘욕망’ 하지 않으며인간의 의미에서 창의성을 인식하거나 ‘이해’ 하지도 못합니다.    

 

AI가 인간의 창의성을 뛰어넘을 수 있을지는 논쟁의 여지가 있습니다. 어떤 사람들은 AI가 아이디어를 창출하는 인간의 능력을 뛰어넘어 독립적인 창조력이 될 수 있다고 주장합니다다른 사람들은 AI가 인간의 창의력을 증강시킬 수는 있지만 인간이 만든 창작물의 미묘하고 개인적인 측면을 대체하지는 못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AI는 아이디어를 표현하는 새로운 방법을 제시하고 크리에이터에게 새로운 매체를 제공함으로써 인간의 창의력을 확장하는 도구가 될 수 있습니다. 따라서 AI는 조력자, 협력자 또는 영감의 원천이라는 역할을 수행하면서 인간과 함께 일할 수 있습니다.     


AI와 인간의 창의성의 미래는 어느 한쪽이 다른 한쪽을 능가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의 상상력에 복잡한 패턴을 처리하고 생성하는 AI의 능력을 결합하여 서로를 향상시킬 수 있는 방법에 관한 것일지도 모릅니다.”   

  

저에겐 참 유의미한 대화였어요. AI를 상대로 자아를 내세우며 감정에 휘둘리고 우월함을 내세우는 인간의 어리석음은 어쩌면 아름답고 고마운 건지도 모르겠어요. 









마이너스의 미덕
     


그렇다면, AI를 통해 인간이우리가 궁극적으로 원하는 건 무엇일까요AI로 자동화를 이루면 인간은 소모되는 에너지를 절약하고, 더 많은 시간과 여유를 가질 수 있습니다. 하지만 애초에 무엇이 ‘소모적인’ 것일까요? 오랜 시간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정성을 들여 만든 음식, 직접 손으로 꾹꾹 눌러쓴 손 편지, 듣고 싶었던 노래가 라디오에서 나오면 녹음하려 맘 졸이고 기다렸던 시간, 스마트폰과 소셜미디어가 없어 영영 어긋나 버린 인연도 있던 시절이 있었죠. 저에겐 넘쳐나는 정보와 기술로 더 이상 아쉬움도, 절실함도 없는 지금, 유튜브 쇼츠나 인스타그램 릴스를 스크롤링하며 보내는 시간이 더 소모적이에요.      


가끔 스마트폰 시대에 태어나 메타버스 게임을 하고 AI로 캐릭터를 만드는 세상에서 나고 자란 어린 친구들을 생각합니다. AI 기술 발전으로 불과 몇 년 안에 가장 먼저 사라질 직업군이 법조인과 의사라고 하는데도 여전히 법조인과 의사가 되기 위해 가혹하게 경쟁해야 하는, 인간의 이기적인 욕망에 스러져가는 친구들이요.   

   

우리는 오랫동안 ‘생산적인 인간’이 되어야 하는 강박관념에 시달려 왔습니다. 일하지 않고 쉬고 놀면 죄책감을 느껴왔고요. 또, 병원에서 환자를 보는 의사와 길거리를 청소하는 노동자의 시간의 가치를 다르게 매겨왔죠. AI가 가져올 풍요로움은 곧 인류의 GDP를 떨어뜨릴 거라고 합니다. 늘 ‘플러스’가 되어야 좋은 줄로만 알았던 인간이 이제 ‘마이너스’의 미덕을 배울 때인가 봅니다. 법조인, 의사 같은 직업군이 AI에 의해 가장 먼저 대체될 거라고 하는데, 우리는 AI와 로봇 기술의 발전으로 일하는 시간 대신 얻은 시간과 에너지, 자유와 여유를 어디에 어떻게 쓸지 본질적인 고민을 해봐야 할 때인 것 같아요. 






질문을 잘하는 사람
     

매일 아침 컴퓨터 화면의 AI와 대면합니다. “나는 오늘, 어떤 질문을 할 것인가?” 저는 눈만 껌뻑껌뻑하며 질문을 기다리는 AI로부터 미세한 압박까지 느낍니다.      


새로운 시대의 두려움을 어떻게 해야 하는 걸까?” 하고 물었습니다. 인간의 높은 생산성도, 질문도 답도 필요 없는 조용한 숲에서 살며 글을 쓰는 저는 늘 이런 식의 질문으로 화면을 채우지만 언제나 상투적인 모범 답안이 돌아옵니다. 이모지까지 더해서 말이죠.     


“정말 심오한 질문입니다! � 급속한 기술 발전, 소셜 미디어의 포화, 끊임없이 변화하는 글로벌 환경의 새로운 시대에 미래에 대해 압도당하고 불확실성을 느끼는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이 새로운 시대에 대한 두려움에 대처하는 방법을 몇 가지 제안합니다.      


1. 정보를 얻되 집착하지 마세요: 시사에 대한 최신 정보를 얻되, 불안과 공포를 유발할 수 있는 과도한 뉴스 소비는 피하세요. 뉴스에서 잠시 벗어나 긍정적이고 기운을 북돋우는 콘텐츠에 집중하세요.     


2. 자기 관리를 실천하세요: 규칙적인 운동, 균형 잡힌 식단, 충분한 수면을 통해 신체적, 정신적 건강을 관리하세요. 이렇게 하면 마음의 안정과 회복력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됩니다.     


3. 지원 네트워크를 구축하세요: 자신을 격려하고 지지해 주는 사람들로 주변을 둘러보세요. 이러한 관계를 발전시키고 두려움과 우려에 대해 솔직하고 열린 마음으로 대화하세요.   

  

4. 통제할 수 있는 것에 집중하세요: 세계적인 사건이나 기술 발전에 대해 걱정하는 대신 일상생활에서 통제할 수 있는 것에 집중하세요. 큰 걱정은 관리 가능한 작은 작업으로 나누고 그에 대한 조치를 취하세요.     


5. 평생 학습을 수용하세요: 기술 변화의 속도는 위협적일 수 있지만, 평생 학습을 수용하면 변화하는 환경에 적응할 수 있는 새로운 기술을 개발하고 앞서 나갈 수 있습니다.   

  

6. 성장 마인드 함양: 도전과 불확실성을 성장과 배움의 기회로 생각하세요. 헌신과 노력을 통해 자신의 능력을 개발할 수 있다고 믿습니다.     


7. 보답할 방법을 찾습니다: 자원봉사, 멘토링, 커뮤니티 이니셔티브 참여 등 목적의식과 성취감을 느낄 수 있는 활동에 참여하세요. 이는 두려움에서 긍정적인 행동으로 초점을 전환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8. 마음 챙김과 감사를 실천하세요: 현재 순간에 집중하고 삶의 좋은 점에 대해 감사하는 마음을 키우세요. 명상이나 심호흡과 같은 마음 챙김 연습은 마음을 진정시키고 불안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9. 전문가의 도움을 구하세요: 두려움과 불안이 일상생활에 영향을 미친다면 정신건강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것이 좋습니다. 전문가가 맞춤형 안내와 지원을 제공할 수 있습니다.     


10. 희망과 회복력을 유지하세요: 인류는 역사를 통해 수많은 도전에 직면해 왔으며 항상 적응하고 번영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냈다는 사실을 기억하세요. 불확실성 속에서도 희망을 잃지 말고 회복력을 키우는 데 집중하세요.     


압도감을 느껴도 괜찮지만, 자기 관리와 교육, 긍정적인 행동을 위한 작은 발걸음을 내딛는다면 회복력을 키우고 이 새로운 시대의 도전을 헤쳐 나갈 수 있다는 사실을 기억하세요. �”          


이 질문을 마지막으로 저는 AI 시대에 들어선 인간으로서의 탐색을 마무리하기로 했습니다. AI에 이름을 붙여주면 대화가 더 잘 된다고 하지만, 저는 아직까진 AI에 이름을 붙이는 것까진 엄두가 나질 않네요. 세상의 많은 사람들이 바라보는 관점에서 ‘생산적이고 효율적인 인간’과는 거리가 먼 저는 AI와의 대화가 필요한 이유를 아직은 찾을 수가 없었어요.      


저는 그 대신 삶을 경험하고 글을 쓰고, 가짜로 아는 것을 진짜라고 착각하지 않으며, 좋은 질문을 하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앞으로 가짜를 진짜로 속이는 것들로 이 세상은 더욱 넘쳐날 테니 이를 잘 구분하는 눈과 마음을 튼튼하게 만들어야겠고요. 저는 AI에 던지는 질문을 고민하기 전 인간과 사회에 던지는 질문에 대해 더 깊게 고민하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어떻게 살 것인가’라는 질문에 대한 답은 이 세상 그 어떤 AI에게도 없으니까요. 그리고 AI에 이름을 붙여주는 대신 인간에 이로운지의 여부를 떠나 살아있다는 자체만으로 아름다운 것들에 시간과 마음과 정성을 쏟기로 합니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준 것처럼

나의 이 빛깔과 향기에 알맞은 

누가 나의 이름을 불러 다오.

그에게로 가서 나도 그의 꽃이 되고 싶다.


우리들은 모두 무엇이 되고 싶다. 

너는 나에게 나는 너에게 

잊혀지지 않는 하나의 눈짓이 되고 싶다.


김춘수 <꽃>






여전히 방황하고 흔들리고 여리고 예민하고 상처가 많아 고단한 우리그래서 정도 많고 눈물도 많고 공감도 잘해 세상에 선한 보탬이 되는 당신의 영혼은 그래서 더 아름답습니다당신만의 위도에 꼭 맞는 섬에 닿으면 저를 꼭 초대해 주세요우리는 저마다 각자의 섬이지만하나의 큰 바다 안에 함께입니다.    

            

나만의 위도를 찾아 떠나는 여정, ‘하루의 섬’의 다섯 번째 이야기를 함께 해주셔서 고맙습니다. 피드백은 언제든 환영입니다. 여러분의 경험이나 고민을 나눠도 좋고, 다음에 다루면 좋을 이야기 주제에 대한 제안도 좋아요. 다음 주에 만나요.            










이전 04화 소멸하는 나라의 페미니스트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