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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크놀로지가 자연을 만났을 때.

DRIFT : In Sync with the Earth

by 길문


전시

네덜란드 스튜디오 드리프트(STUDIO DRIFT)

DRIFT: In Sync with the Earth

2022.12.8~2023.4.16

현대카드 스토리지

STUDIO DRIFT

https://studiodrift.com/

테크놀로지는 인위적이다. 자연이 아니지만, 이를 잘 활용하면 자연적으로 표현할 수 있을 것 같다. 사실, 인간이 인위적으로 관여한 것이 테크놀로지이다. 이게 자연을 만나다니? 어떻게? 뭐 아는 게 있어야지? 이를 키네틱 아트(Kinetic Art)라고 한다니. 움직이는 예술이라. 이 세계도 무궁무진할 것 같다. 예술가 두 명이 뭉쳐 자기 단체 이름을 드리프트라고 지었다. 로네크 홀다인 + 랄프 나우타. 생소한 이름이다. 그게 중요할 터? 이들이 미디어아트, 설치, 조각, 퍼포먼스 등 다양한 분야에서 자기들 재능을 뽐내고 있다고 한다.


이들이 이름을 알린 것이 조각이나 물체의 움직임을 표현했는데, 이게 키네틱 아트에 기반한 것이다. 이후 이들은 빛, 꽃봉오리, 새 등을 치밀하게 분석해서 테크놀로지를 사용, 자연을 치밀하게 재해석하고 다시 설계하고 제작하여 예술로 승화시키는 작업을 벌이고 있다고 한다. 이들 예술가 듀오의 작품 4개가 전시에 오르는데, 아시아 첫 개인전으로 한남동 현대카드 스토리지에 가면 볼 수 있다.


단출했다. 작품이 크게 4개라서 시간 안배를 고민할 필요도 없다. 보고 또 보면 되니까. 신기하기도 하고. 이걸 현대예술이라고 하겠지? 그 끝은 아마 가늠하기 어려울 것 같다. 인간의 상상력이 미치지 않는 그 어느 곳이겠지?


샤이라이트(Shylight)

암스테르담 국립현대미술관에 전시되었던 작품. 이 작품이 의미하는 뜻이 뭘까? 꽃들의 수면운동에서 영감을 받아 움직이는 조각으로 자연의 원리를 재현한 것이라는데, 꽃이 피고 지는 것도 자연의 한 부분이기에. 이는 인간도 자연의 일부분이고 결국 언젠가는 지는 꽃처럼 사그라질 테지만, 그 과정이 자연에 적응하거나 수용하는 과정. 100번 이상의 레이저 커팅과 40시간 이상의 손바느질을 거쳐 만든 것이 실크 꽃잎이라고. mm 단위까지 조정했다는데, 보는 순간 언제 활짝 펼까만 생각하게 되니 전체 과정이 순간 잊히지만, 그런 것도 같다. 꽃은 역시나 꽃봉오리 때보다 개화한 상태가 보기 좋다. 이건 자연환경이나 우리 인간 환경이나 마찬가지일 듯.


앰플리튜드(Amplitude)

물고기가 움직이는 것 같던데. 그것도 뼈만 남은 물고기라. 정식은 20개의 투명 유리관이 중심축을 기반으로 움직이는데, 물고기가 아니라 새가 날갯짓하는 모습을 표현한 것이라고 한다. 그 움직임 자체가 추상적인 공간을 만들어 내고. 비행을 위한 구조 또는 뼈대의 유리관 안에 조명 빛을 흐르게 함으로써 부드러운 움직임과 빛이 서로 조화를 이루게 한 것이라는데, 이 불규칙하게 보이면서도 규칙적으로 움직이는 이 운동성이 인간을 둘러싼 모든 곳에 있는 이분법적 관계와 그 사이 균형을 이야기한다는데, 새의 날갯짓을 형상화한 것이란 정도에서 만족해야겠다.


프래자일 퓨처(Fragile Future)

개인적으로는 가장 좋았던 작품이다. 몽환적이라고 할까? 멍하니 바라보다 왔다. 아래 영상을 링크했지만, 참 인내의 완성이라고 할까? 민들레 조명이라니.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전역에서 채취한 약 1만 5천여 송이의 민들레를 건조한 후 씨앗 하나하나를 핀셋으로 떼어낸 후 LED 전구를 붙여서 완성했다니. 이걸 만드느라 고생한 사람들. 그들에게 찬사를 기꺼이 보낼 수밖에 없다. 그 긴 시간 동안 완성시킨 작품이 스튜디오 드래프트가 추구하는 예술 세계라니. 원더풀?

이게 테크놀로지와 자연의 결정적 관계 같다. 서로 화해하기 어려운 조화. 깨지기 쉬운 미래. 그렇지. 우리가 지금 공존하는 인간과 자연도 그렇고 자연과 테크놀로지와의 관계도 깨지기 쉽지만. 갑자기 같은 인간이기에 으쓱해진다. 어깨가 올라간다. 이게 자부심일 텐데, 그런 그들이 부럽다. 그들에겐 자아상실감이나 자존감 하락을 경험할 틈도 없겠다.


https://vimeo.com/169720707


머티리얼리즘(Materialism)

The Artist she/her and The Artist he/him, part of the Materialism series, 2021


알고 나면 별거 아닌 게 많지 않던가? 그랬었지 하면서. 그런데, 이런 생각이 예술과 접목되면 어떨까? 원제목이 The Artist she/her and The Artist he/him, part of the Materialism series, 2021이다. 뭔 뜻인가 찾아보니 이들 작가들 스스로 인간임을 대표해서 자기들 스스로를 물질적 관점에서 접근하고 분해하고 이를 전혀 다른 인공의 사물로 재탄생시킨 작품이라고 한다. 어렵지? 제목 그대로 머티리얼리즘이다.


우리가 일상에서 접하는 물건을 물질의 개념으로 분해한 작품. 예를 들어 휴대폰(노키아, 애플, 신라면 등등)의 경우 무수히 많은 부품과 소재를 들어 만든 사물이다. 이들은 이미 기성화 된 사물을 원 재료 상태로 돌려놓는다. 그냥 제조사 가서 부품만 가져다 달라면 될 텐데, 그럼 예술이 아니겠지? 이 사물, 오브제를 철, 구리, 알루미늄 등으로 해체하고, 그 물질의 규모를 직접적으로 체감할 수 있는 정확한 양의 블록 형태로 전환시킨다. 이렇게 되면 전혀 다른 오브제가 되겠지?


그건 그렇고 한남동이 이렇게 달라졌던가? STUDIO DRIFT가 전시되는 현대카드 스토리지 주변도 그렇고 리움미술관 주변 풍경도 그렇고 남의 동네인 건 맞는데, 이곳이 우리나라 인가 싶게 색다르게 느껴졌다. 이 말인즉, 참 돌아다니지 않았다는 말이기도 하다. 서울이 워낙 넓어서, 서울의 중심은 어디일까? 무수히 많은 부심을 포함한 서울, 오늘 이 자리 마련한 분들께 감사하다. 그냥 수저 하나 올려놓은 것뿐인데. 그래도 마냥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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