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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배작가 Jul 18. 2024

K-장녀는 다리가 끊어진대도 제 발로 걷는다

나는 엄마 등에 업히길 단호히 거부한 아이다

0. 나는 엄마 등에 업히길 단호히 거부한 아이다. 삼 남매 중 K-장녀는 다리가 끊어진대도 제 발로 걷는다. 엄마의 몸통은 내 몸통을 들쳐 업지 않고도 힘에 부쳐있는 것. 꿋꿋이 엄마 손을 잡고 걷고, 또 걸었던 아이는 성인이 됐다.


1. 성인 버전의 나는 <애착 이론>에 대해 배우게 된다. 그제야 내가 왜 이리 생겨먹게 됐는지 소량의 실마리를 얻는다.


2. 영국의 정신분석학자 존 볼비가 시작한 애착 이론은 갓난 아이와 부모를 상대로 한 실험으로 완성됐다. 실험은 간단하다. 아이와 부모를 잠시 떨어트린 후, 다시 상봉하게 만들고 아이의 반응을 살핀다. 크게 3가지 유형의 반응이 관찰됐다.


2-1. 첫 번째 유형은 헤어졌을 때 슬퍼하고, 다시 만났을 때 활짝 웃는 아이다. 이게 당연한 게 아닌가? 싶지만, 그렇지 만도 않다. 그들은 안전(secure) 애착 유형에 속하고, 내가 시기 질투하는 종류다. 인구의 약 50% 이상이 이 유형이다

2-2. 두 번째 유형은 부모가 돌아왔을 때 그를 무시하는 아이다. 부모가 왔는지 모르는 게 아니다. 누구보다 잘 알고 있지만, 울어 버리고도 싶지만, 고개를 쳐들고 모르는 척한다. 감정을 왕왕 과다 축소해 버리는 이들은 회피(avoidant) 유형에 속하고, 나도 이에 속한다.


2-3. 세 번째는 불안(anxious) 유형이다. 부모가 돌아오면 귀를 찢어댈 듯 울거나, 자지러지게 화낸다. 다시는 나를 버리고 가지 마라 온몸으로 애원한다. 어른이 되면 종종 집착 인간이 되곤 한다.


3. 어릴 때 보인 애착 유형이 성인이 돼서도 비슷하게 발현된다는 말이다. 바로 이 지점이 나를 안심시키기도, 또 억울하게 만들기도 했다. 특히 애인과 관계에서 애착 유형은 여실 없이 드러난다. 그래서 애인이 바뀌어도, 내 연애 패턴은 동일하게 반복된다.


4. 애인이 헤어지자고 하기 직전에 내가 지레 관계를 잘라버리거나, 갈등의 기미 따위로도 집에 가고 싶거나(실제로 집에 간다. 골 때린다), 제 혼자 불만을 쌓고 제 혼자 마음을 쓱 정리해 버린다면 혼자가 아니다. 당신은 회피 유형 동지를 바로 이 글에서 찾은 것이다.


5. 오버할 필요는 없다. 혈액형 따위가 한 인간을 정의할 수 없고, 세상에 MBTI 16가지 유형의 사람만 있을 리 없다.


6. 대강이라도 이유를 알고 맞으면 100만큼 아플 게 75만 아프다. 사람이 미치는 건 밑도 끝도 없이 맞는 거다. 이유가 없다는 사실이 신체적 고통보다 더 괴로운 건 우리가 인간이기 때문일 터. 스스로를 이해할 수 없을 때, 그게 세상만사 괴로울 때, 영국 학자가 쌓아 올린 이 지식은 우렁찬 힘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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