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에 가면 신발을 벗어놓는 섬돌 위에 ‘조고각하照顧脚下’라고 쓰인 주련이 걸려 있다. 신발을 바르게 벗어 놓으라는 뜻도 되지만 본질적으로 지금 자기가 서 있는 자리를 살펴보라는 것이다. 하지만 매 순간 깨어 자신을 살피는 일은 생각만큼 그리 쉽지 않다. 어떤 날은 정신없이 하루를 보내고 귀가하면 오늘 하루를 어떻게 보냈는지 머리가 멍할 때가 있다. 그럴 때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다. ‘정신이 나가 있었구나!’
법정 스님은 “사람이 됐건 물건이 됐건 나무가 됐건 꽃이 됐건 우리에게 자비심을 일깨워주는 존재가 스승이고 선지식이다. 한눈팔지 말고 깨어 있으면 하루에도 몇 차례씩 선지식과 마주칠 수 있다. 그러니 먼 데서 찾지 말고 자기 안에서 찾으라”라고 했다.
조금만 깨어 주위를 둘러보면 모든 것이 나를 일깨운다. 뭉게구름 낀 파란 하늘을 올려다볼 수 있고 맑은 새소리를 들을 수 있는 것이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를.. 늘 귀찮게 여겼던 집안 청소에 집중하며 이렇게 먼지가 낀 내 마음도 정성스럽게 청소해야겠구나 생각한다. 딸아이 학원을 데려다주고 끝날 때까지 카페에서 책을 읽는 것이 얼마나 소소한 즐거움인지를 느낀다. 해가 뉘엿뉘엿 지고 알아서 어두워지는 밤을 맞이하는 이 시간은 또 얼마나 소중한가...
눈앞에 펼쳐진 현상에 매몰되지 말고 좋고 나쁘다는 편견 없이 한발 물러나 살펴보면 삶은 자연스럽게 나를 이끌 것이다. 이미 잘 만들어진 길을 무턱대고 따라가는 것이 아니라 나만의 길을 내며 나를 의지 삼아 걸어가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