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의 들녘을 지나
풍성한 가을을 뚫고
삭막한 사死의 계절로
돌아가리라
서슬 퍼런 용기는
서글픈 환희가 되어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길을 재촉하고
일상의 권태가
단단한 옹이가 되기 전에
서둘러 하나둘
삶의 굴레를 벗어던지리니
나 이제 겸허히
근원으로 돌아가
긴 기다림의 시간을 보내리라
/
겨울은 모든 것을 다 내어주고 떠나는 계절이며 삶의 군더더기를 과감히 버리고 근원의 고요로 들어가 긴 쉼을 하는 절제와 신성의 계절이다. 본래의 나로 회귀하여 모든 것을 텅 비우는 눈부신 충만의 계절이 바로 겨울이니 언젠가 우리도 근원으로 돌아가 긴 기다림의 시간을 보낼 일이다.
# 회귀回歸 / 2022. 5. 31. punggyeo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