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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용受容

by 풍경

안온한 햇살에

눈부신 날도 있으리라


기세 등등한 폭풍우에

눈물적신 날도 있으리라


햇살이 돼라 하면

햇살이 되고


폭풍우 돼라 하면

폭풍우 되리니


그 어느 것 하나에도

마음 주지 않고


그 어느 것 하나에도

매몰되지 않으리라


그저 주어진 시간을

온전히 받들어

정성으로 매 순간을 빚을 뿐



법정 스님께서는 '오늘 지나간 하루는 그만큼 목숨이 줄어든 하루'라고 하셨다. 똑같은 날 같지만 그때의 시간과 그때의 사람은 지금 다 어디로 갔는가? 하물며 그때는 물론 나 자신마저도 그때의 나가 아닌 것을.

수3.jpg 송당 가는 길

시간은 흐르는 물처럼 지나갈 뿐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 그렇기에 매 순간이 새로운 시간이다. 아무리 맑은 물이라도 고이면 악취를 풍기듯 삶에 매몰되어 멈춰버리면 거기에 온갖 고통과 분별망상이 따른다. 그러니 어디에도 머무름 없이 매 순간 맑은 마음과 맑은 행위만 남겨두고 흘러가야 한다.

응무소주 이생기심 (應無所主 而生其心)

수.jpg 용담 해안도로에서


# 수용受容 / 2020. 7. 3. punggye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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