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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나 Jul 06. 2021

엄마 이름찾기 프로젝트.docx

엄마의 이름 7글자를 찾아서

서울에서 혼자 사는 나는 본가에 가끔 택배를 보낼 때가 있다. 엄마가 부탁한 건강 보조식품을 사거나, 자취 n년 생활에 보탬이 되는 신박한 물건을 엄마에게도 선물하거나, 조카 선물을 사거나 등등...

그러면서 나 혼자 소소하게 변화를 주고 있는 것이 택배 '수령인' 이름이다. 이름하야 엄마 이름찾기 프로젝트- !


우리 엄마 이름은 7글자이고 성이 4글자, 이름이 3글자이다(일본의 애니메이션 거장 '미야자키 하야오'를 떠올리면 이해가 쉬울 것이다). 한국인은 이름이 보통 3~4글자이기 때문에, 어릴 적 어딘가에 엄마 이름을 쓰면 항상 잘려있었다. 특히 택배를 보낼 때에는 이상하게 5글자에서 잘려서 미야자키 하야오로치면 '미야자키하' 이런식으로 이름이 이상하게 전달되곤 했다. 택배 기사님에게 전화가 오면 '아 안녕하세요 혹시 미야자키하...?씨 맞으세요?' 식으로 질문이 따라다녔고, 엄마를(그리고 옆에서 듣는 나를) 잔잔하게 거슬리게 했다. 한자 4글자로 읽히는 엄마의 이름을 엄마는 싫어했기 때문에(자세한 내용은 나의이름은) 결국 엄마가 무언가 배송시키거나 택배를 받을 때에는 아빠, 나, 언니, 또는 동생 이름이 수령인이 되곤 했다. 이름이 있지만 잘 쓰지 못하는 것. 엄청나게 거슬리진 않지만 그렇다고 신경이 안쓰이는 것도 아니라 쪼매 그랬다.


최근들어 엄마한테 택배보낼 일이 늘면서 '엄마가 받는 건데, 그냥 엄마 이름을 쓰자!'라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네이버페이에 수령인을 입력하는데 엄마 이름 일곱 글자가 잘 입력됐다. 한국이 많이 글로벌화되서 그런가... 예전처럼 이름이 잘리는 일이 거의 없었다. 용기(?)를 얻어 요즘엔 항상 택배를 보낼 때 엄마 이름을 쓴다. 사소한 변화를 엄마는 느낄까? 설사 모르더라도 내가 알고있으면 됐다.


엄마들은 항상 '00 엄마'로 불려서 이름으로 불려지고 싶다는 이야기를 많이듣는다. 난 쑥스러워서 그렇게는 못하지만, 간간히 보내는 선물과 엄마 이름 일곱글자로 부름을 대신하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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