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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커피디 Mar 18. 2024

기분이 무미 건조한데 좋은 커피 없나요?

걱정하지 마이소~!

1. 기분이 매우 다운되어 무미건조 한날

나는 내 아지트 커피집 다락을 찾았다.


들어가서 앉아 사장님께 이렇게 말씀드렸다.


나 : "사장님 기분이 무미건조해요. 뭐 좋은 커피 없을까요?"

사장님 : (1초의 망설임도 없이) "걱정하지 마이소~, 혹시 마음이 허하신가요?"

나 : "허한거나 한건 아니지만, 그냥 무미건조해요"


사장님께서는 그게 뭔지 너무나 잘 안다는 듯,

너무나 쾌활하고 명랑하게 알겠다고 하셨다.


2. 10여분이 지나서 무언지 모를 커피를 내어 주셨다.

나보다 나중에 온 손님에게 커피를 내어준 뒤다.


그래도 괜찮다.

그만큼 내 것에 더 집중한 다는 거니까

그리고 나는 커피에 온 정성을 쏟는 사람인 걸 아니까.

그래서 이곳은 무엇을 시키든 마음이 편하다


3. 사장님 : "만델링입니다, 특별히 융으로 내렸으니 풍부할 겁니다."


내가 마신 오늘 만델링은 초반 신맛과 중간 뒷맛이 맛난 쓴맛에, 약간은 묵직한 커피다.


사장님은 특별히 나를 위해 융드립으로 내려줬다.
(융드립을 하게 되면, 종이필터를 낀 드립보단, 좀 더 부드럽고 바디감이 더 살아난다.)



4. 의아했다.

무미건조했기에 뭔가 위로받고 싶은 마음이었다.
그런데 신맛과 쓴맛이 나는 커피??


그는 평소 내가 좋아하는 커피가 풍부함이 좋은 커피란 걸 알고 있는데..


그가 선택한 커피는 만델링이다.


신맛, 쓴맛, 풍부함으로 내 무미건조함을 쿡쿡 찌르려 했던 것일까?
(참고로 나는 신맛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아리송, 의아함.

물론 커피 맛 자체는 훌륭했으나

지금의 내 무미건조함과 내가 내심 바랐던 따뜻함과는 거리가 멀었기에..



5. 커피를 다 마시고 시간이 지났다.


여전히 마음은 뭔지 모를 아리송함과 무미건조함 사이에서 방황하고 있었다.


1분.

2분..
3분...
4분....
5분.....


어라?


"방긋!" 하고 몸이 웃었다.


뇌가 알아차리기 전.

내 몸이 먼저 웃었다.



이날 이후 나는 종종 사장님께 이렇게 주문을 하곤 했다.

'기분이 신나는데 좀 차분해지고 싶어요'

'뭔가 설레는 느낌을 주는 기분을 갖고 싶어요'


라는 추상적인 주문들 말이다.


2012 년 10월 일기에서 발췌



커피집 다락은 없습니다.

 '진주 피베리브라더스 '로 이전했으며 진주에서 이미 유명한 카페로 많은 이들의 놀이터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홈페이지: http://sootcoffee.kr

※네이버: http://naver.me/5gdlsmXB

※참고글: https://brunch.co.kr/@liim/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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