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gnes de vie @ centre pompidou
실을 인생과 일상에 비유하는 매체로 사용하는 다양한 예술적 시도들이 있지만, 그중 이렇게 오랜 기간 동안 (1957부터 현재까지) 꿋꿋하고 고되게 자신을 표현하는 작가는 드물다. 실과 천을 매체로 작업하는 실라 힉스(b.1953)는 이미 1960년대 현대미술의 시작부터 여성작가로서는 드물게 주목을 받아왔다. 1972년 파리에서 열린 현대미술전에 초대된 두 명의 여성은 실라 힉스와 니키 드 생팔이었다. 퐁피두의 1층에 위치한 실라 힉스 회고전이 열렸던 전시장은 외부에서 환하게 볼 수 있는 통유리로 되어 있는데, 마치 실라 힉스의 작업들과 니키 드 생팔의 스트라빈스키 분수가 서로를 마주 보고 있는 느낌이 든다. 실라 힉스가 전시 설치를 하면서 굉장히 만족했다고 한다.
실라 힉스의 작업은 실과 천을 '여성적'혹은 '내면'에 관한 소재로 활용하기보다는 거대한 물질성과 인생에 대한 더 확장된 사유로 끌고 간다는 면에서 많은 공감을 일으키는 것 같다.
실라 힉스의 작업은 굉장히 직관적이다. 다시 말해, 특별한 배경지식이나 예술사적인 맥락에 대한 이해가 없이도 누구나 접근할 수 있는 명료한 메시지를 전한다. 어떻게 삶을 예술작품 안으로 데려올 수 있을까?라는 주제(1)와 그 주제를 표현하는 방식인 고정되지 않는 설치(2)라는 형태의 두 가지로 크게 이야기할 수 있다.
1. 어떻게 '삶'을 예술로 표현할 것인가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가장 먼저 하는 일은, 이불을 걷어내고 머리를 매만지고 입을 옷을 고르고 수건으로 얼굴을 닦는 것. 막 태어난 신생아는 모태로부터 분리되자마자 배넷 저고리 속으로 들어간다. 죽음을 맞이한 인간의 몸은 수의에 꽁꽁 묶인다. 이렇게 인생은 수많은 천과의 접촉으로 점철된다. 다양한 감정과 경험을 형형 색색의 색으로 (마치 영화 인사이드 아웃의 감정들이 얽힌 것처럼), 고정되지 않는 모양으로 형태를 만들어 간다.
삶의 이야기들을 예술로 만든 이런 그녀의 작업이 현대미술의 맥락 안에 놓이는 계기는, 모더니즘 예술에 대한 또 다른 대안을 제시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1930년대부터 시작된 추상예술, 미니멀리즘은 '예술을 위한 예술'을 그 목표로 하고 있었다. 예술은 매체 자체와 그 안에서 완결되고 완성된 아름다움을 보여야 하며, 외부 대상(예컨대 정치, 사회, 경제 등)으로부터 자유로운 상태여야 한다. 그런 모더니즘의 흐름이 서서히 깨지는 시기에 등장하는 일련의 작업이 동시대 미술 혹은 현대미술의 시작이라고 할 수 있다.-
모더니즘이 내 팽개친 일상과 삶의 영역을 적극적으로 자신의 작품 안으로 데리고 들어 온 것이 실라 힉스가 가진 미술사적인 성과라 할 수 있다.
2. 고정되지 않는 조각의 형태
고정되지 않는, 하나의 규정된 언어로 표현할 수 없는 그 삶을 가변적인 설치 작업의 형태로 표현한다. 단단한 지지대와 고정되지 않고 그때그때 공간에 맞추어 설치 방식이 변하는 이 커다란 실뭉치들은 그 자체로 인생에 대한 비유이다. 조각이 아니라면, 공간을 캔버스 삼아 다양한 색의 물감으로 그 위에 붓칠을 한 듯한 모양새다.
부드러운 조각. 언제라도 다른 모양으로 변할 수 있는 조각. 앞뒤 가로 세로, 안과 밖의 구분이 없는 조각 혹은 입체에 그린 그림.
회고전임에도 불구하고, 시간 흐름의 순서로 구성하지 않았다는 점도 실라 힉스의 의도를 명료하게 포착하고 있다. 시간의 단선적인 흐름에서 벗어나 더 입체적이고 다양한 방식으로 공간을 혹은 삶의 시간에 대해서 생각해보기를 초대한다.
다음의 이미지들은 2018년 퐁피두에서 열렸던 실라 힉스의 회고전 전시장 사진들. 마침 이때 세자르 회고전의 매끈하고 차가운 철판과 기계 모형의 금속조각들과 대조되어 따뜻하고 나른한 기분이 극대화되었던 기억.
더 많은 작품들은 아래의 개인 홈페이지에서 확인해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