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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선이 나를 앉힌다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by 미지의 세계

오랫동안 개점휴업 상태였던 브런치에 다시 글을 쓰고 있다. 시골에서 육아와 운동하는 삶을 담은 글들이다.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는, 소위 인생의 기점마다 깃발을 꽂는 기분으로 글을 써 왔다. 그래서 처음 시골 살이를 하고, 물 공포증을 이겨내는 요즈음도 기록해야 한다고 느꼈다. 그런데 생각하는 것과 실행하는 것은 큰 차이가 있어서, 연재가 계속 이어지고 있는 것에 대해 내심 놀라고 있다. 내가 무언가 꾸준히 하고 있다니.


잘하고 못하고는 이미 중요하지 않다. 그냥 뭔가 꾸준히 하는 것 자체만으로도 자존감이 올라간다. 누군가의 엄마, 아내처럼 타인이 부여한 정체성 말고도 스스로 선택한, 아직 조금 낯간지럽지만, 작가라는 가능성을 이어가는 것 같은 기분이다. 먼 훗날 큰 도전 앞에서 망설이는 아이들에게 힘주어 말할 수도 있을 것이다.


"꾸준히 하는 것 자체가 의미 있어. 일단 스스로를 대하는 게 달라지지."



에세이 연재를 다시 시작한 건 약 4개월 전, 5월 29일이다. 기억력이 좋아서 알고 있는 게 아니라 이 날 생일이었다. 많은 사람들의 축하와 선물을 받았다. 그러다 한 친구의 전화를 받았다. "내가 수영복 구매 사이트 링크 보냈거든? 예쁜 거 하나 골라봐. 사 줄게." 그 친구는 대학교 동창으로 수영과 헬스를 매일같이 하면서 일과 육아까지 다 잘 해내고 있는 슈퍼 워킹맘이다. 육아도, 수영도 나보다 먼저 했기에 여러모로 자주 조언을 구했던 친구다. 그런데, 수영복 선물이 너무 좋았는데도 그날따라 불쑥 이런 말이 나왔다.


"혹시 그거 말고, 나 카페 쿠폰 좀 보내줄 수 있어? 다시 에세이를 잘 써보고 싶은데 카페 가서 글 좀 쓰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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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직 프리랜서 방송인, 현직 남매 엄마이자 과학해설사. 스스로에게 가장 엄격해요. 매일 검열하고 싸우면서 문장을 써요. 그래도 결국은 따뜻하고 재미있는 글쓰기를 소망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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