품위를 지키며 나아가기
난 선수다. 우리 동네 수영 선수이자 에어로빅 선수. 어디서 공인받은 건 없지만 같이 운동하는 언니들이 선수라고 인정해 줬다. 사실 언니들은 선수라고 하지 않고 '슨~수'라고 한다. 엄지도 척, 양손으로 세워준다. 선수나 슨~수나, 말투의 차이라고 볼 수도 있지만 약간의 뉘앙스 차이가 있다. "슨~수네!" 하면 뭘 프로처럼 잘한다는 게 아니라 '아따, 열심히 잘하네!' 뭐 그런 느낌이 포함된 말이다. 한마디로 보시기에 좋을 만큼 열심히 하니 응원한다는 뜻인 것이다. 뭐든 흥미 있는 것을 파고들어 하는 경향이 있는데 그런 모습을 좋게 봐주신 것 같다.
아무튼 난 '슨수'다. 그러므로 품위 있게, '슨수' 특유의 여유로운 몸짓으로 몸을 풀고 풀장에 뛰어들거나 춤을 춘다. 그리고 박수를 받는다.
그런데 이런 '슨수'의 마음가짐이 크게 흔들리는 일이 최근에 생겼다. 다음 달에 군민 대상의 수영 대회가 열린다는 것이다. 실력을 객관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텐데 망설여졌다. 왜 주저하게 될까 곰곰이 생각하다가 마주하기 싫었던 속마음을 대면하게 됐다.
'망신당하면 어쩌지.'
그러니까 나는 그 대회에 나갔다가 스스로의 한계를 마주하는 게 겁났다. 더 나아가 슨~수라고 불러주는 사람들에게 실망감을 줄까 봐 신경이 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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