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고덕 Jun 25. 2024

두근거림과 죽은 꽃



두근대다 두근대다 죽어버렸네.

햇살아래 두근댔고

비와함께 두근댔고

활짝피어 두근댔네

두근대다 두근대다 죽어버렸네.


친구야 친구야 그것만 있는 건 아냐

두근거림은 살아있음, 살아있음은 곧 기쁨

두근거림은 살아있음, 살아있음은 곧 슬픔

심장의 리듬따라 기쁨과 슬픔을 오락거리고

심장의 리듬따라 행복과 불행을 내락거리지

심장의 리듬은 죽음위에 태어니니 죽음은 곧 평화.

평화위에 기뻤고 평화위에 슬펐으니,

친구야 그러니 너무 기뻐도, 너무 슬퍼도 말아.

나는 평화 위에 핀 꽃이요 평화로 돌아갈 꽃,

나는 안식 위에 자란 꽃이요 안식으로 돌아갈 꽃.

나는 원래 흙이요 평화요 안식이며,

언젠가 우리는 안식에서 만날테니.

그러니 친구야,

너무 미워하지도 분노하지도

슬퍼하지도 말아.






삶엔 두근거림이 찾아오는 순간이 있다.

온몸과 마음이 정지하고 심장의 고동만 들리는 순간.

단 몇 분? 아니 단 몇 초? 아니면 아주 잠시?

그러나 아주 길게만 느껴지는, 귀하디 귀한 순간.

그것은 때론 사람에게서 때론 자연에게서 때론 나에게서 온다.

우리가 삶을 너머 여행을 시작할 때,

어쩌면 신은 우리에게 이렇게 물을지도 모른다.

'너는 몇 번의 두근거림을 가졌는가?'


죽은 꽃이 말을 건넨다.

삶의 바탕은 죽음 위에 펼쳐져 있고, 꽃이 땅에 떨어져 흙으로 돌아가듯 삶도 종국엔 죽음으로 돌아간다고.

하지만 살아있는 동안 두근대었고, 두근대었으니 좋았노라고.

그리고 다시 평화로 돌아가니 괜찮노라고. 너도 사는 동안 살아가라고. 햇빛을 보며 두근거리고, 비를 보며 두근거리고, 활짝 웃는 사람을 보고 두근거리고, 거울 속 활짝 웃는 네 모습에도 두근거리며 살아가라고. 가능한 두근거리고 살아가라고.


장마의 초입.

비를 기다리는 나무들의 모습이 기뻐 보인다.



매거진의 이전글 사람도 고칠 수 있나요?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