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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배동분 소피아 Aug 26. 2018

상사화, 네가 아프니 나도 아리다!

상사화 꽃말의 절절함에 걸음을 멈추고..

꽃 중에 그 이름으로 인해 한 번 더 쳐다보게 되는 꽃이 어디 한둘일까.

꽃 중에 그 이름과 모습이 하도 시려 돌아서려다 한 번 더 보는 꽃이 어디 한둘일까.

그 중에 으뜸은 상사화가 아닐는지.

상사화를 아는 사람과 모르는 사람의 감성차이는 하늘과 땅 차이임을 나도 귀농하고 알았다.

그러니 귀농이 얼마나 사람을 눈뜨게 하는지...     

상사화를 모르는 사람도 이름만 들으면 대충은 때려잡을 수 있다.

‘뭐 못다한 사랑이 있는갑다‘ 하고 말이다.


그러나 이건 그렇게 말하기에는 너무 절절한 꽃이다.     

이 깊은 산중이 칙칙하고, 가슴떨리는 겨울의 터널을 막 빠져나올 즈음이면 땅은 한동안 그대로 얼음땡을 하고 있다.

약간의 햇살과 조금더 따뜻해진 바람이 줄기차게 겨울의 꼬리를 밀어낼 즈음, 언땅을 뚫고 제일 먼저 올라오는 파릇한 싹이 있다.     

바로 상사화 싹이다.

위의 사진은 봄에 심은 수선화 모습이다.

겨울동안 얼마나 그 사랑이 시렸으면 이리 일찌감치 그 얼어붙은 땅을 뚫고 파리한 잎을 내밀었을까.      

산골 마당이 꽁꽁 얼었지만 그런 아픔은 일도 아니라는 듯 여린 상사화 잎은 천연덕스럽게 얼굴을 내민다.

겨울과 봄 사이처럼 반가움과 아리함이 공존한다.

상사화는 꽃과 잎이 평생 만나지 못한다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상사화는 양파처럼 생긴 알뿌리를 심는다.

백합과 수선화 알뿌리와 비슷하게 생겼다.

 그 알뿌리 비늘줄기 속에는 라이코린과 알칼로이드라는 성분이 있어서 악성종기를 다스린다고 알려졌다.     

그 알뿌리는 심으면 그곳에서 난초잎같은 잎이 나오는데 난초잎과 다른 점은 잎 끝이 둥그스름하게 생겼다. 어쩌면 사랑앓이를 하다하다 그렇게 닳아진 것은 아닌지 하는 마음도 헤아려진다.


그렇게 잎이 풍성하게 자라고 어느 날 사라진다.

그 사이 다른 꽃들이 피어나고 정신없는 틈을 타 사라지기 때문에 상사화잎이 사라졌는지도 모른다.     

이렇듯 잎이 다 사라지고 나면 어느 햇살이 따가운 8~9월의 여름 날 길다른 꽃대를 올린다.

통통하게 생긴 꽃대 위에 꽃이 피기 시작한다.

어느 꽃이든 줄기에 잎이 붙어 있고 그 끝에 꽃이 피는데 이런 상황이 벌어지는 꽃은 내가 알기로는 상사화뿐이다.     

죽으라 꽃대를 올리지만 이미 잎은 져버린 상태...

만나지 못함이라 상사화 꽃은 연보라빛을 띤 핑크색이다.

내 시린 속을 다 보라는 듯 속살이 비치는 연분홍색 꽃..

어느 순간보면 보랏빛이 보이고, 어느 순간보면 핑크빛만 보이고..

이 서글픈 사랑을 대변이라도 하듯 처연히 핑크빛을 발하고 있는 상사화.     

상사화꽃은 백합처럼 한 꽃대에 하나의 꽃이 피는 게 아니라 확성기처럼 몇 개의 꽃을 피운다.

그것은 아마도 정수라 노래 가사 말마따나 “내 사랑을 본 적이 있나요.” 라며 사방에 대고 울부짖는 것 같다.     

꽃대에는 그 흔한 솜털도 없다.

얼마나 시리면 자신을 보호할 그 놈의 솜털 하나 없이 홀로 길쭉하게 꽃대를 올리는가.

상사화의 꽃말은 두 말 하면 입 아프다.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      

산골에 핀 상사화가 이제 길을 채촉하고 있다.

일부는 지고, 일부는 꾸역꾸역 피어 가을을 맞고 있다.

그도 나도 지금 삶의 한 과정을 지나는중이다.     


산골 다락방에서 배 소피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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