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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리달 Sep 11. 2020

곧 태어날 딸에게 쓰는 편지

안녕, 엄마야.

이제 널 만날 날이 채 한달도 남지 않았구나.

엄마, 라는 말은 내가 부르기만 하는 말일줄 알았지 이렇게나 빨리 나 스스로를 부르는 말이 될줄은 엄마도 몰랐단다.


엄마는 너를 만날 날이 너무나도 설레고 기대되지만 한편으로는 그만큼 두렵고 무섭기도 해. 엄마도 엄마가 처음이라, 모르는 것 투성이거든. 엄마는 겁쟁이라서 아빠가 없었다면 너를 품고 새로운 인생의 시작으로 나아가는 이 몇개월을 어떻게 견뎠을지 상상할 수도 없다. 이렇게 겁 많고 약한 엄마라 미안해.


앞으로 너를 낳고 어떻게 너를 키울지도 막막하기만 하단다. 너에게 희망차고 행복한 미래만 약속해도 모자랄텐데 말이야. 앞으로 너를 어떻게하면 잘 키울 수 있을지, 내가 엄마 구실은 잘 할지 엄마도 스스로를 믿을 수가 없고 걱정돼. 사실 아이를 낳아 키우는 엄마의 모습을 한 번도 상상해본 적이 없거든. 엄마는 나가서 일하는 걸 좋아하고, 친구들 만나기도 좋아하고, 밖을 싸돌아다니는 걸 좋아하는 철부지라서. 지금 이 순간에도 널 낳고 밖에도 못나가서 답답해서 어쩌나 그런 고민뿐이란다. 아니다, 최근에는 널 어떻게 낳나 아프겠지, 얼마나 아플까, 그런 걱정 뿐이야.


이렇게 걱정 많고 약한 엄마라 미안해. 거기다 엄마는 다른 엄마들처럼 좋다는 건 다 챙겨서 해주고 그런 정성 뻗치는 엄마는 못될 것도 같아. 그런 성격이 아니란다.


이렇게 모자란 엄마인데 네가 건강하게 엄마 배속에 잘 있어줘서 정말 고맙다.


사실 너를 위해 엄마는 이미 여러가지를 내려놓았어. 엄마의 일도, 엄마가 좋아하는 예쁜 옷도. 엄마의 몸매와 시간도. 솔직히 좀 슬프기도 해. 이제 나의 인생은 없고 너의 엄마로서의 인생을 살게되는구나 생각이 들어서. 엄마가 되어서 참 엄마 생각만 하고있지?


그래도 저번에 아침 출근길에 버스 계단에서 미끄러져 넘어졌을 때, 네가 잘못되었을까봐 얼마나 놀라고 울었던지 몰라. 엄마 허리가 아픈 것보다 너한테 무슨 문제가 생겼을까봐 병원을 다녀와서도 하루종일 놀란 맘에 울었단다. 그런 걸 보면 엄마한테 네가 참 소중한 존재가 맞는 것 같아.


어제 밤 꿈에 네가 나왔는데 얼마나 작고 여리고 소중하던지. 그렇게 작고 귀한 널 엄마가 잘 지켜줄 수 있을까? 걱정되는 마음 뿐이지만 우리 한 번 잘 해보자. 부족한 엄마지만 노력해볼게.


엄마한테 와줘서 고마워.


2020년 9월 10일,

빵빵이에게 엄마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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