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유리달 Aug 08. 2019

교직원일기3: 수강신청

3. 수강신청

바야흐로 수강신청의 계절이다.


이때쯤이면 전화 문의가 폭주하고 미친듯이 바빠지기 시작한다. 아침 9시부터 퇴근 때까지 전화기를 내려놓기 무섭게 전화를 받고 있으면 정신이 혼미해지고 짜증이 스멀스멀 올라오기 시작한다. 특히나 질문이 거의 대동소이해서 반복적인 대답을 해야할 때 더더욱 그렇다.


만약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이 학교에 전화해서 무엇을 물어볼 생각이라면 이 기간보다는 더 미리 전화해서 물어보거나 공지사항에 나와있는 부분은 미리 숙지하고 전화하는 편이 더 낫다. 말 정말 친절하고 싶지만, 기계처럼 전화를 받고 있노라면 자기도 모르게 마음이 거칠어져버려 말도 거칠게 나가는 것 같기 때문이다.


수강신청이 이미 시작되었는데 자기 강의시간을 바꿔달라는 비상식적인 교수의 고함을 들은 이후부터는 극심한 스트레스에 두통까지 몰려온다.


수강신청에서 직원이 개입할 수 있는 것은 사실상 없다. 수강정원, 직원 마음대로 바꿀 수 없다. 교수자의 의사가 제일 중요하고, 두번째로는 강의실 크기도 고려해야한다.

저 졸업해야하는데 이거 꼭 들어야해요, 역시 들어줄 수 없다. 전에는 교수님들이 이 애들 좀 넣어달라고 데리고 오면 입력해주기도 했지만 이제는 김영란법에 걸려 그랬다가는 다 같이 철컹철컹 할 판이다.


학생들은 쉽게 생각하는 것들이 생각보다 더 어렵고 원칙에서 벗어나는 경우도 많다.


그러니 학교에 우기지 말자. 원칙에서 벗어나지만 않는다면 두팔 벗고 나서서 무엇이라도 도와줄 수 있지만, 사회에 나가기도 전부터 목소리만 크면 다 된다고 생각하는 학생들이 있는 것 같아 너무 슬프고 쓸쓸한 하루다.


작가의 이전글 [교직원단상] 멀티태스킹과 비품관리에 관한 잡생각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