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엔 약간 당황했지만, 너무 유난 떠는 게 오히려 아이에게 이상하게 비칠 것 같았다. 최대한 태연한 척하면서 여자만 핑크색을 입는 건 아니라고 말했다. 또 친구의 생각도, 치마를 입는 것도 별 거 아니라고 덧붙였다.
그리고 아빠의 옷장 앞으로 데려가서 남편이 갖고 있는 모든 분홍색을 보여줬다. 핑크색이 많지는 않았지만 아이가 가장 멋있다고 생각하는 남자인 아빠도 핑크색을 입는다는 걸 보여주자 조금은 안도하는 것 같았다.
하지만 아이가 금세 남의 눈을 의식하지 않게 된 건 아니다. 아이는 남자가 핑크색을 좋아하거나, 조금이라도 여자 같은 모습을 보이면 친구들에게 놀림감이 된다는 걸 6살에 알아버렸다. 아이는 유치원에 갈 때는 약간이라도 밝은 색 옷은 입지 않으려고 했다. 나는 옷을 사기 전에 아이에게 보여줬고, 분명 남자아이 옷이라고 말해줬는데도 연두, 주황, 민트색이 들어간 옷을 입을 때는 '아이들이 놀릴 거 같아'라면서 걱정했다. 내가 괜찮다고 아무리 말해줘도 괜찮은 게 아니었다.
여자아이의 세계는 남자아이의 세계보다 개방적이고 관대하다. 반대로 남자아이 세계는 폐쇄적이고 인색하다. 성인 여자는 어릴 때 말괄량이였다는 이야기가 매력을 더해주지만, 남자아이들은 조금이라도 여자 아이처럼 행동하면 잔인하게 놀림을 받고 괴롭힘을 당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