핑크는 남성스러운 색이었다
머리도 잘 알다시피 조선시대에는 남성도 머리를 길러서 상투를 틀었고, 60~70년대에는 장발이 유행이었다. 하지만 정부에서 용모단정을 이유로 거리에서 그리고 학교에서 두발을 단속했고 오늘날 남성의 머리는 짧은 머리로 정형화됐다.
남자의 색, 핑크
오늘날과 같은 핑크에 대한 인식은 2차 세계대전이 끝나고 전후의 낙관주의적인 분위기가 무르익었던 미국에서 찾을 수 있다. 전쟁 이후 밝고 화려한 색상이 주목을 받았고 핑크는 마케팅의 도구로 적극 활용된다. 특히나 여성의 화장품 시장에서 핑크색 제품이 히트를 치면서 핑크는 여성의 색이라는 공식이 굳어진 것으로 보고 있다. (<컬러인문학>) 인류 역사에 길이 남을 마케팅의 승리였다.
이 문제에 대해 고민하던 초반에는 여자아이는 핑크, 남자아이는 파랑이나 무채색만 입는 걸 곱지 않은 시선으로 바라봤다. 하지만 컬러에 대해 알아보다 보니 오히려 여성이 핑크를 독점하고 있는 걸 자랑스러워해야 하는 거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붉은 색상은 수세기 동안 아니 인류 역사 내내 남성이 독점해 왔는데, 오늘날 유일하게 여성이 독점하고 있다.
선사시대부터 피와 힘, 권력을 상징하며 남성의 전유물이던 붉은색은 이제는 붉은 립스틱, 빨강 원피스, 빨강 하이힐과 같이 섹시한 여성을 상징하는 코드로, 핑크색 드레스, 핑크색 물건은 사랑스러움을 표현하는 색으로 아이들에게 가장 많이 선택받고 있다.
사회에서 여성의 지위가 남성에 비해 낮아서 여성들이 선호하는 핑크색도 폄하되는 게 문제지 핑크는 잘못이 없다. 예를 들어 여성의 지위가 남성보다 더 올라가는 일이 생긴다면, 여성의 상징과도 같은 핑크는 오히려 조롱의 대상이 아닌 선망의 대상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생활태도나 직업 등에서 여전히 남성과 여성은 다르다는 의식이 만연한 만큼 여자아이들에게는 여성이라는 의식을 강화할 수 있는 핑크색 입히는 걸 줄이고, 남자아이들에게는 직업이나 여성에 대한 차별 의식을 만들지 않기 위해서 핑크색도 적극적으로 입도록 하는 게 좋을 것 같다. 젠더 고정관념없이 자란다면, 체육과 수학을 잘하고 과학자가 되고 싶은 여자아이는 기량을 숨기지 않고 뽐낼 수 있을 것이며, 요리를 좋아하고 보호본능이 강한 남자아이는 사려 깊은 사람으로 성장해 사회에 꼭 필요한 사람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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