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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티타임 Apr 06. 2021

조부모에게도 알리지 않는
아이 성별

성편견 없이아이를 바라봐 주세요

전에 아기를 낳은 친구 집에 놀러 간 적이 있었다. 친구가 잠시 자리를 비운 사이, 친구 남편과 나만 남았는데, 아기가 똥을 쌌다. 똥을 싸면 항상 엉덩이를 씻겼기 때문에 아기 아빠는 똥 기저귀를 갈고 엉거주춤하게 아기를 안고 세면대로 향했다.


그런데 '여자 아기'라서 자기는 씻길 수가 없으니 나에게 씻겨달라고 부탁했다. 씻기는 건 어렵지 않지만 나는 아기와 아빠와의 관계가 심히 걱정되기 시작했다. 내 유전자를 가지고 있는 자식이라고 하더라도 내가 아닌 이상 끊임없이 이해하고 맞춰가며 살아야 하는데, 신생아 때부터 다른 성별이라는 이유만으로 자식을 어려워하면 친밀한 관계 맺기는 더욱 힘들어진다.


아마 친구 남편에게 둘째 아이를 소개해달라고 하면 가장 먼저 "이 아이는 딸입니다"라는 말이 나올 것 같다. 아이의 여러 특징 중 성별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다.


사실 우리는 아기가 태어나기 전부터 성별에 지나치게 관심을 갖는다. 태아의 성별은 16주 이상 지나야 알 수 있지만, 그 전에도 맘 카페에는 아이의 초음파 사진을 올리고 성별을 봐달라고 하는 글이 쉬지 않고 올라온다. 나 역시 아기의 성별을 알 수 있는 주수가 빨리 오길 손꼽아 기다렸다.  


반면 아기를 정의할 때 성별을 가장 마지막 키워드로 미뤄놓는 경우도 있다. 영국에 사는 제이크 잉글랜드 존과 호빗 험프리 부부는 친한 가족에게도 아이의 성별을 비밀로 하고, 성이 드러나지 않는 ‘they’로 부른다. 옷을 입힐 때도 원피스와 바지를 번갈아서 입힌다고 한다. 부부는 사회가 아이에게 강요하는 성 편견을 누그러뜨릴 방법을 생각하다 성별을 알리지 않기로 했다고 한다. 아이를 키울 때 성별을 구분하지 않는 이런 방법을 젠더 프리 혹은 젠더 중립 양육법이라고 한다. 


아이의 성별을 알려주지 않는 건 비단 이 부부만의 이야기는 아니다. 갈수록 점점 더 많아지고 있는 추세이다. 나도 꽤 신선한 아이디어라고 생각했다. 어른들은 아기의 성별을 아는 순간부터 선입견을 갖고 아이를 대하기 때문에 아이가 가진 고유한 개별성이 발현될 기회를 억누를 수 있다. 그래서 조부모에게 조차 특정 나이가 되기 전까지는 성별을 알리지 않는 것이다.


사실 아기들의 외모만 보고 성별을 알아차리기는 쉽지 않다. 체구가 작고 얼굴이 조그만 편인 아이들은 여자아이로 보이는 편이고, 반대로 체구가 크고 얼굴이 큰 편인 아이들은 남자아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그보다 더 직접적으로 아이의 성별을 알 수 있는 방법은 옷이다. 외모만으로 여자라는 정체성이 쉽게 드러나지 않는 영아기 때 여자 아이들은 프릴이나 망사, 리본 등으로 정체성을 표현한다. 여자 아이인데 남자아이냐는 소리를 들으면 괜히 속상한 마음이 들 것이다. 그래서 더 적극적으로 여자 아이임을 어필하는 마음을 십분 동감한다.

하지만 아주 어릴 때부터 여자아이한테는 여자다운 것을,
남자아이한테는 남자다운 것을 해주는 건
사실은 아이의 미래에 아주 중요한 영향을 끼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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