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향과 성 정체성의 연관관계
부모들은 사실상 '젠더 감시자'로 활동한다. 대개 아빠들이 그 영역의 감시자이고 아들들이 가장 흔한 표적이다. 아이의 생활에서 가장 감시를 많이 받는 영역은 놀이 방식이다. 아빠들은 아들이 여아용 장난감을 가지고 놀면 벌을 주거나 비판하거나 조롱한다.
아이가 남자답지 않고, 여자답지 않을 때 부모의 마음속에는 불안이 자란다. 친구들 사이에서 왕따를 당하지는 않을지, 나아가 동성애자가 되는 건 아닌지 하는 불안이다. 하지만 결론부터 말하자면, 아이의 취향과 성 정체성의 직접적인 연관 관계는 밝혀지지 않았다.
"부모들은 남자아이가 인형을 계속 가지고 놀면 동성애자가 될 것이라고 생각하고, 여아용 장난감을 더 이상 가지고 놀지 않으면 아이가 동성애자가 되지 않을 것이라고 엉뚱한 결론을 내린다. 그렇게 생각하는 부모에게는 미안한 말이지만 인형을 가지고 노는 일이 남자아이를 동성애자로 만들지는 않는다."
"아이가 인형을 가지고 놀지 못하게 막는다고 해서 아이가 이성애자가 되는 것도 아니다. 과학자들조차 복잡한 생물학적, 신경학적, 사회적 요소가 서로 어떻게 결합하여 한 사람의 성적 지향을 결정하는지를 아직 확신하지 못한다."
- 크리스티아 스피어스 브라운 미국 켄터키대학교 발달심리학과 교수의 저서 <핑크와 블루를 넘어서> 중 -
같은 책에서 저자는 “부모가 아이의 자연스러운 모습을 유지하지 못하게 가로막고 젠더 고정관념에 맞추라고 강요할 때 아이는 우울증과 불안감에 시달리게 된다”라고 말한다.
우리 아이가 내가 생각하는 젠더 범주에 들어맞지 않다고 해서 미래의 불안을 소환하지는 말자. 아이는 남자답거나 여자답지 않다는 이유로 이미 또래들로부터 차별적인 대우를 받고 있다. 아이를 있는 그대로 바라보고 지지해주는 것만이 아이의 자존감을 높이고, 불안감을 낮출 수 있다.
구체적인 방법
우리는 아이에게 상처 주는 일을 막기 위해서라도 신생아 때부터 아니 태아 때부터 남자아이와 여자아이에 관한 고정관념을 잊으려고 노력해야 한다.
1. 뱃속에 있을 때 성별을 알게 됐더라도 성별 고정관념을 부추길 수 있는 옷과 용품을 구비해놓는 걸 적극적으로 피하자. 핑크나 블루보다는 다른 색을 선택하고 장난감을 사줄 때는 트럭과 블록, 동물 인형, 사람 인형 등 고르게 준비하는 게 좋다.
2. 남자든 여자든 정서적으로 친밀한 스킨십과 애정 표현을 아끼지 말아야 하고, 거친 신체 놀이, 숫자에 대해 이야기하고, 과학 실험 등을 함께 해야 숨겨진 아이의 능력을 발견하는 데 도움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어쩔 수 없이 수위조절은 필요하다. 특히나 남자아이를 두었다면 아이들이 그들만의 사회에 살고 있고 그 안에서 유별나게 굴면 그에 상응하는 결과를 얻는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