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각나팔 이야기

여호수아 6장 5절

by 리오라

우리는 여리고 평지에서 유월절을 신나게 보내고, 드디어 여리고 성 앞에 도착했어요. 이곳은 예전에 여호수아가 두 명의 정탐꾼을 보냈던 바로 그 성이었죠. 그때, 성 안에 살던 라합이라는 여인이 그들을 숨겨줘서 겨우 살아 돌아왔다고, 정탐꾼들이 얼마나 흥분해서 얘기했는지 몰라요. 지금도 그때 그들의 반짝이던 눈이 떠오르네요.


그런데요, 막상 여리고에 와보니 성문은 굳게 닫혀 있었고, 거리는 쥐 죽은 듯 조용했어요. 개미 한 마리도 보이지 않을 만큼, 성안은 긴장감으로 꽉 차 있었죠. 우리가 이곳에 온다는 소문이 벌써 성안에 퍼졌나 봐요. 우리 이스라엘 백성들도 그 성을 보며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었어요.

“저렇게 튼튼한 성을 우리가 어떻게 무너뜨리지?”

솔직히 저도 좀 겁이 났어요. 전쟁을 많이 경험해 본 저로선, 이건 도저히 이길 수 없어 보였거든요. 심지어 남자들은 얼마 전에 모두 할례를 받아서 당장 싸우기는 힘들기도 하고요. 아무튼 여기저기에서 들려오는 절망스러운 탄식 소리에 저도 목이 꽉 막히는 것 같았어요.


아, 맞다! 제 소개가 늦었네요. 저는 숫양의 뿔로 만든 나팔이에요! 전쟁이 시작될 때 큰 소리로 경고하고, 축제나 절기, 제사 때에도 늘 불려요. 내 목소리는 우렁차진 않지만, 내 소리를 들으면 모두 힘을 얻고, 적들은 덜덜 떨지요. 저는 그렇게 기쁠 때나 슬플 때나 사람들과 함께하는 존재랍니다.


그날도 저는 여느 때처럼 제사장 곁에 있었어요.

사람들이 불안해하던 그때, 드디어 여호수아가 입을 열었어요. “하나님께서 여리고 성을 우리에게 주셨습니다! 그 방법을 알려주겠습니다!”

모두가 귀를 쫑긋 세웠죠. 그런데… 그 방법이 정말 이상했어요! 전쟁하겠다면서 성을 칼로 치는 것도 아니고, 그냥 성을 돌라고요? 하루에 한 바퀴씩, 말도 하지 말고 그냥 도는 거예요! 사람들도 서로를 쳐다보며 “이게 진짜야?” 하는 표정을 지었죠. 그래도 여호수아는 확신에 차 있었고, 다른 방법도 없으니 우리는 따르기로 했어요.


첫날 아침, 저는 제사장 주인님과 함께 웅장한 성벽 옆에 섰어요. 제 친구 나팔들도 함께였지요. 우리 앞에는 갑옷으로 무장한 용감한 병사들이, 뒤에는 하나님의 언약궤가 따랐어요. 그리고 백성들도 조용히 뒤를 따랐답니다. 우리는 성을 한 바퀴 도는 동안 힘찬 소리를 냈어요. 목이 터질 것 같았죠. 하지만 신기하게도 평소에 시끌벅적하던 사람들이 단 한마디도 하지 않았어요. 이상하고 어색했지만, 우리는 매일 똑같이 그렇게 성을 돌았어요. 하루, 이틀, 사흘… 여섯째 날까지 매일매일.


그러다 일곱째 날이 되었어요.

아직 어두운 새벽, 우리는 다시 나섰지요. 하지만 오늘은 달랐어요. 한 바퀴만 도는 게 아니라 일곱 바퀴를 돌라고 하셨거든요! 마지막 일곱 번째 바퀴를 다 돌자, 여호수아가 크게 외쳤어요.

“지금이다! 외쳐라!
여호와께서 이 성을 너희에게 넘겨주셨다!”

그리고 아주 중요한 말을 덧붙였죠. “이 성과 안에 있는 모든 것은 여호와께 드리는 것이니, 모두 다 없애라! 금과 은, 동과 철만 따로 보관하고, 나머지는 손대지 말라! 누구든 전리품을 탐내면, 온 백성에게 재앙이 닥칠 것이다!”


그 말이 끝나자마자, 저는 있는 힘껏 소리를 질렀어요! 그리고 모두가 한목소리로 “으아아아아—!” 하고 외쳤어요. 너무나 큰 소리에 땅이 흔들릴 정도였어요. 우리 제사장 주인님이 저를 꽉 붙잡지 않았으면, 땅에 떨어졌을지도 몰라요! 그런데 그다음에 벌어진 일은 정말 믿을 수 없었어요. 그 튼튼하던 여리고 성이 우르르르—! 무너져 내리는 거예요! 우리는 손에 칼도 들지 않았고, 성벽에 손끝 하나 대지 않았는데도요!


사람들은 놀라움과 기쁨이 뒤섞인 얼굴로 성안으로 달려 들어갔어요. 여호수아의 말대로 모든 것을 태우고, 귀한 것들만 여호와의 창고에 들였지요. 그리고 정탐꾼이 약속했던 대로, 라합과 그 가족들도 무사히 구해냈답니다.


그날 이후, 저는 전혀 다른 마음으로 전쟁에 나서요. 칼이나 무기보다 중요한 건, 하나님의 말씀에 따르는 것이라는 걸 깨달았거든요. 앞으로 나에게 땅만 파라고 해도, 아무 소리 내지 말고 기다리라고 해도, 하나님 말씀이라면 저는 그대로 따를 거예요.


왜냐고요?

하나님의 방법은 언제나,
내 생각보다 훨씬 더 놀라우니까요!

[여호수아 6장 5절] 제사장들이 양각나팔을 길게 울려 불어서 그 나팔 소리가 너희에게 들릴 때에는 백성은 다 큰 소리로 외쳐 부를 것이라 그리하면 그 성벽이 무너져 내리리니 백성은 각기 앞으로 올라갈찌니라 하시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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